태양광 발전은 태양열보다 기동력이 높지만 발전단가는 더 비싸다.
햇볕과 햇빛. 웬지 모르게 하나는 따스함을, 다른 하나는 밝고 찬란함을 연상시킨다. 굳이 과학용어를 동원하면 열에너지와 빛에너지의 차이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태양에너지는 태양열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의 두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이 두 에너지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세가지 장점을 공유한다. 즉 무한정 무가격 무공해의 3무에너지라는 것이다. 둘다 최종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 다시 말해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점도 공통된다.
그러나 태양열에너지는 막바로 열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태양열 난방은 가능하나 태양광 난방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다시 열에너지로 바꾸지 않는 한.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핵심부품은 태양열 집열기(solar collector)다. 흔히 평판형 집열기와 집광형 집열기, 두 종류로 분류하는데 1백50℃ 이하의 열을 얻고자 할 때는 평판형을, 고온의 열을 발생시킬 때는 집광형을 쓴다.
태양열 집열기 대신 태양전지(solar cell)를 사용하면 태양광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태양전지 계산기나 손목시계처럼 한개의 태양전지만으로도 작동하는 것이 있지만 한꺼번에 많은 전력을 얻으려면 태양전지를 여러개 모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태양전지를 직병렬연결해 발생전력량을 높인 것을 태양전지판(solar cell array)이라고 부른다.
발전소 규모 헤비급 대 라이트급
태양열에너지와 태양광에너지의 경쟁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발전분야다. 대개는 설치장소와 목적 발전규모 등에 따라 태양의 두 에너지중 하나가 선택된다.
태양열발전소는 반사경이나 렌즈로 집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열로 작동유체를 데워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대개는 반사경 중앙에 설치된 탑에 태양에너지가 모아진다. 반면 태양광발전소는 태양전지판으로 태양빛을 모으고 발전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열과 광, 이 두 형태의 태양발전소는 발전 규모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태양열 발전소는 대개 대규모이고 태양광발전소는 소규모다. 실례로 미국의 광활한 사막에 위치해 있는 것은 태양열발전소이며 우리나라의 낙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태양광발전소다. 대체로 태양열발전소는 10M~80MW의 발전용량을 보이며 태양광발전소는 1MW 급 이하가 보통이다.
이처럼 양자의 발전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순전히 경제성 때문이다. 태양열발전소는 그 규모와 무관하게 거의 일정한 설치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 발전용량을 높여잡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태양전지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소의 발전용량을 1MW급 이상으로 높게 잡을 경우, 지나치게 넓은 면적을 점유하게 되는 문제가 따른다. 수많은 태양전지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 부지가 엄청나게 넓어져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같은 발전용량의 태양열발전소보다 10배 이상 넓은 부지를 요구한다.
반사경 렌즈 집열기 발전기 터빈 등의 부품이 모두 갖춰져야 발전이 가능한 태양열발전소는 무척 고지식하게 느껴지는 반면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품인 태양전지를 적당하게 모아 소규모로 발전하는 태양광발전소는 융통성이 큰 편이다. 실제로 태양열발전소의 경우 발전용량을 단시간내에 높이기 어렵지만 태양광발전소는 자유로이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태양전지 몇개만 첨가하면 금방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태양광발전소는 대개가 소규모이기 때문에 운전유지가 간편하다. 심지어는 완전자동화와 무인화도 가능 하다.
발전소의 입지조건에서도 까다로운 정도가 다르다.
"태양열발전소는 1일 일사량이 4천㎉이상 되는 곳에 세워진다. 세계적인 태양열발전소가 다수 건설돼 있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변지역은 하루 일사량이 6천㎉에 달하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름에는 1일일사량이 4천㎉를 넘게 되므로 해안가나 제주도에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고려해볼만한 시점이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 김부호연구원(태양에너지연구부)의 말이다.
반면 태양광발전소는 입지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도서지역에는 최대 30KW급의 태양광발전소(마라도)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의 정명웅 선임연구원은 "국내의 태양광발전소는 약 2천군데에 세워져 있는데 총 발전용량은 1천KW에 이른다. 여기에는 통신용인 수백W급의 발전시스템에서, 등대와 낙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수십KW급의 발전소까지 포함돼 있다"라고 국내현황을 설명했다.
태양광발전소의 태양전지들은 정남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소가 있는 전남 하화도와 같은 낙도에서는 태양전지판을 기준삼아 자신이 서있는 방향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좇는 추적식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설치된 곳도 허다 하다. 태양추적을 통해 태양광을 직각으로 받으면 에너지수율이 높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태양전지들은 센서나 연중 태양고도를 활용해 작성한 컴퓨터 시뮬레이션(simulation, 모의실험)을 통해 늘 태양을 향하고 있다.
태양열발전의 에너지수율은 30% 수준이다. 이는 화력의 35%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수치지만 과히 나쁜 편은 아니다. 앞으로 발전기나 터빈(turbine)을 개량하고 반사경을 가볍게 하여 반사율(현재 95%)을 1백 % 가깝게 끌어 올린다면 약간의 수율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태양광발전소의 에너지수율은 태양전지의 성능에 좌우된다. 즉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율이 높아져야 수율도 함께 올라간다. 현재 상업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태양전지의 재료는 단결정규소와 다결정규소다. 비정질(amorphous) 재료로 만든 태양전지도 나와 있으나 아직은 실험실 내에 머물러 있다.
규소로 만든 보통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율은 10~14% 정도다. 실험적으로는 22% 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나 2천년대나 돼야 이런 고효율 규소 태양전지를 구입하게 될 것이다.
"미국 RCA가 1954년에 세계최초로 개발한 규소태양전지는 가격이 1W당 3백50달러나 돼 그 쓰임새가 자연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1W당 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라고 금오공대 최병호교수(재료공학)는 설명한다.
현재까지는 태양광 우세
수력발전과 일견 비슷한 성격을 가진 태양열발전은 화력발전과 유사한 태양광발전보다 발전비용이 싸다. 현재 미국에서는 1KW시당 태양열발전비용을 8~10센트로, 태양광발전비용을 40~50센트로 잡고 있다. 현재는 수력은 물론이고 원자력에너지 보다도 태양에너지 가격이 훨씬 비싼 편인데 2천년대에 이르면 태양광발전비용이 1KW시당 7, 8센트로 떨어질 전망이다.
발전의 역사를 더듬어 봐도 태양광과 태양열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왔다. 한발 앞선 것은 태양광 발전이었다. 태양전지는 60년대에 이미 상당한 연구실적을 쌓아 올렸고 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됐다. 현재는 발전용량이 5, 6MW급인 대형 태양광발전소도 가동되고 있으며 오래지 않아 6~12MW급 발전소도 건설될 예정이다.
태양광의 강도가 지상보다 1.4배 가량 더 높은 우주공간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상에 보낸다는 이른바 우주태양광발전소 건설계획도 수립돼 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중인 이 흥미로운 계획의 핵심은 우주에서 얻은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상에 보낸다는 것. 물론 지상에 도달한 마이크로파를 다시 전기로 변환시켜야 모든 우주송전 과정이 완료될 것이다. 학자들은 우주태양열발전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둘다 수없이 많은 기술적 난관을 해결해야 성취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본격적인 태양열발전소는 1978년경에 건설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주변에 위치한 바스토우에 10MW급 태양열발전소가 세워졌는데 이 발전소는 에디슨 전력회사 소속이었다. 물론 70년대 초에도 일종의 시제품인 3MW급이 미국 샌디아연구소에 세워졌다. 그후 발전용량이 크게 늘어나 최근에는 80MW급까지 등장하고 있다.
태양열 또는 태양광발전의 발달단계에 있어서 미국은 지금까지 선두자리를 한번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양전지, 즉 태양광발전 부문에서 일본이 정상을 넘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미일이 거의 대등하거나 일본이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고 보는 학자도 적지 않다. 일본의 통산성이 야심적으로 추진한 선샤인계획(Sunshine project)의 결과다.
아직 국내에는 태양열발전소가 한군데도 없으나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연구투지는 꽤 활발한 편이다. 고기술 제품으로 알려져 있는 아모르퍼스규소 태양전지를 자체기술로 개발 했을 정도다. 실제로 태양광발전은 여러 곳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의 경우, 수중케이블이나 수중탑을 건설해 계통선을 끌고가는 것보다 태양광발전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섬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TV나 전화를 설치할 수 없는 섬(계통선이 없기 때문에)이 3백여곳에 이른다. 이중 1백 여곳은 사실상 계통선을 끌고갈 수 없는 곳으로 밝혀졌다. 이런 지역에서는 디젤엔진으로 발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나 발전단가가 태양광발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공해가 없고 태양에너지적용기술도 시험해 볼 수 있는 태양광발전소의 설립이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앞으로 매년 30%씩 태양광발전 산업이 신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다. 2천년대에는 1천2백MW를 태양전지로 생산함으로써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2%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장미빛 청사진이 펼쳐져 있는 것.
태양광과 태양열은 늘 경쟁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마치 잡종강세를 이룬 노새처럼 서로 장점만 취한 경우도 있다. 이름부터 잡종을 뜻하는 광열 하이브리드(hybrid) 발전이다. 이는 말 그대로 집광형 태양전지와 태양열 집열기를 합쳐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