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짧은 기간 동안에 여러 곳을 탐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 동안 현장탐사경험이 많지 않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조류에 관해서는 그동안 우리 교육의 현실이 오직 도감에만 의존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탐사는 조류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인식을 갖는데 크게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됩니다. 탐사를 마무리짓는 의미에서 탐사결과를 중심으로 보고 느낀 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심상득 주남과 동판저수지에서는 32종의 조류가 관찰됐습니다. 조사기간이 짧아 더 많은 종을 보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3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모여있음에도 맹금류가 보이지 않은 것은, 이들이 중금속 등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주남에는 가창오리 넓
적부리오리 청둥오리 큰기러기 순으로 많았으며, 관광객 등쌀에 동판저수지 남쪽으로 고니류와 가창오리가 대거 이동해간 것을 보고 철새도래지가 관광지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만화 사실 생물교사이면서도 조류에는 문외한이었는데 이번 탐사를 계기로 문외한은 면한것 같습니다. 오기 전에 과거 TV에서 봤던, 주남저수지나 을숙도를 뒤덮은 철새떼를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곳에 개발바람이 불면서 철새보금자리로서 매력을 잃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윤무부 이번 탐사의 불행이랄까요. 철새들은 날씨가 추워야 몸을 덥게하기 위해 자주 나는데 워낙 따뜻해 잘 날지를 않았습니다. 전세계 가창오리의 80% 이상이 주남을 찾아오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날면 하늘이 새까맣게 됩니다.
주남은 중요한 철새도래지입니다. 내륙지방에 그많은 새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지요. 이런 천혜의 서식지가 점차 파괴돼 철새수가 준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천태오 저는 철새도래지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경로를 택해오느냐에 따라 서식지가 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또 서식지의 조건으로는 먹이(곡식과 물)가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요.
윤무부 맞습니다. 주남이 철새도래지로 부각된 것은 우선 인가에서 떨어지고 물이 맑으면서 수초가 많고 주변에 보리나 채소(시금치와 배추)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또 철새의 휴식처인 갈대숲이 있는데다 지형적으로는 낙동강 줄기에서 10㎞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지요.
심상득 동판저수지에서 넓적부리오리 대군을 발견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청둥오리가 분산해서 생활하는 반면에 넓적부리는 집단생활을 하더군요.
정진규 넓적부리가 부리를 물속에 박고 협동해서 마름을 끊어먹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등동물인 새들이 집단으로 협동심을 발휘하는가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한마리가 조금 떨어져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학생들 교육하는데 많이 활용할 생각입니다.
박창재 저는 철새의 이동경로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북극권에서 오는 것도 있겠고 북위 6, 70°에서 번식하는 종, 또 북위 50°부근에서 번식하는 것도 있겠지요. 철새는 일반적으로는 낮에는 햇빛을 보고 이동한다고 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찾아서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번 탐사에서 지도교수를 비롯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한 결과로는 날씨가 맑은 날, 별이 총총한 날 이동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번에 주님에서 발견한 캐나다 기러기는 길잃은 미조어(북위 6, 70°에서 번식)로 주남에서 정착할 듯 합니다.
홍신표 교과과정에 조류는 너무 미약하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육성'이라는게 별 것이 아니고 우리가 탐사한 결과들이 교과서에 실리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기초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새가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철새를 환경오염지표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새의 배변 등을 분석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임헌영 저는 최근 2년동안 철새에 관한 모든 기사스크랩을 해오고 있습니다. 기사의 90% 가까이가 철새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실제적으로 새를 보호하려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탐사결과와 제2회(87년) 탐사결과를 비교해봤으면 합니다. 아쉬운 점은 온난화 영향으로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부상한 천수만 일대가 이번 탐사지에서 빠진 것입니다.
김영채 온난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필리핀에서 월동하는 왜가리가 주남과 을숙도 등지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겨울이 너무 따뜻해져서 그런 것이라 추측됩니다. 저희 여천 돌산지역에도 매년 왜가리 40여개체가 서식합니다. 저는 새에 관한 한 아주 초보자인데 이번 탐사를 계기로 제가 살고 있는 지방의 철새를 본격적으로 조사해볼 계획입니다. 돌산지역에서 쇠백로를 볼 수 있는데 댕기가 없는 점이 도감과 달라 긴가민가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와서 쇠백로는 겨울에 댕기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현지 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했거든요.
박창재 저도 영산호에서 철새를 자주 보는데 체계적인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무등산에서도 발견됐다는 팔색조도 한번 찾아보고요.
윤무부 내년쯤 되면 우리나라 전역의 철새연구자료가 쏟아지겠군요. (일동 웃음) 각 지방의 아마추어들이 열성적으로 연구를 해주면 학문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윤희 저는 지금 심정이 착잡합니다. 돌산이나 영산호에서 저렇게 열성을 보이는데 저는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부산에서 살면서 철새 하나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과거의 철새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13년 전 을숙도를 돌 때는 나룻배 한척이 떴다하면 고니가 새하얗게 하늘을 덮었고 각종 오리가 '꽥꽥'대는 소리가 '고니 고니'(고니 우는소리)와 어우러 한편의 자연교향악을 영상오디오로 보는 듯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본 것은 새가 온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구언 공사 후 수가 엄청 줄었지요. 어떤 지역을 개발할 때는 생태계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헌영 낙동강 하구 지역은 하구언 댐공사 후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종이 다양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탐사에서 45종 1만7천여 개체를 관측했는데 큰고니를 비롯 고니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6천3백)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붉은부리갈매기 알락오리 순이었습니다. 과거에 별로 없었던 바다철새인 논병아리류가 많아진 것은 주목할만한 일입니다.
심상득 검둥오리사촌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야될 것입니다. 하구언 댐공사의 영향을 보다 정확히 조사하려면 하구언의 상류지역도 탐사해 조류상을 조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서운합니다.
최진복 저는 슬라이드를 학습자료로 쓰려고 사진찍는데 주력했습니다. 생물을 전공했지만 이처럼 조류를 집중적으로 관찰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앞으로 새에 관한한 프로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철새의 생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와 공존하는 인간'으로서 환경보호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새들이 사는 곳에 사람이 살 수 있고, 오리가 먹는 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심상득 거제도연안 탐사에서는 아비류와 갈매기류를 중심으로 18종에 1천여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조성부 내 전공 아니라고 내몰라라 했던 조류에 대해 앞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장 하등조류로 알려진 아비가 우리가 접근했을 때 잘 날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보고, 어떻게 멀리서 날아왔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권혁명 지도교수가 말씀하시기를 아비가 한번 날면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비상하며 시베리아까지 멀리 간다고 했는데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하등조류이기 때문에 다른 새와는 달리 기름분비선이 없어 한번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몸을 말려야 한다는 것도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이번 탐사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생물학하면 유전공학이나 분자생물학 단백질공학 등 첨단 분야와 연결된 것만을 생각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학생들은 아는 새종류를 대라면 대여섯가지가 고작입니다. 일본은 국민학생들에게 물어도 수십가지 이상의 새이름이 술술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새모습도 잘 분간하고요. 우리는 아직도 백조하고 고니가 다른 새인줄 알고 있는 학생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우리의 정식명칭인 고니보다는 외국명칭인 '백조의 호수'의 백조에 익숙한 형편이니까요. 이런 상황에다 천혜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에 군수기지사령부를 세운다고 한다니 철새들은 다 어디로 갑니까. 외국에는 조그만 댐을 하나 건설할 때도 생물학자들이 참여, 물고기 회유길을 만들어준다는데 우리 실정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김윤희 그런 것들이 누적돼 철새들은 사람이 조금만 접근해도 도망가버립니다. 주남에 철새관광온 가족들의 모습이 이렇다고 합니다. 엄마는 사진기 들고 대기하고, 새들을 날리기 위해 아빠는 돌팔매질 하고 애들은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지요.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리 책임이 제일 크긴 하지만.
사회 갑자기 성토장이 돼버린 것 같군요. 거제도연안 탐사에서 보고 느끼신 점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윤무부 거제도는 제 고향입니다. 어려서부터 새들을 좇다보니 평생을 새와 더불어 살게 됐습니다. 해가 갈수록 거제도연안의 종과 수가 줄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보통 아비집단이 2, 3천마리는 됐는데 여러분이 보신것은 고작해야 6백여마리이지 않습니까. 북쪽 연안에는 워낙 해상교통량도 많아졌으니까 그렇다치고 남쪽연안도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둔덕면 근처에서 쇠백로를 19개체 발견한 것은 큰 수확입니다. 김영채선생님이 돌산에서 발견한 쇠백로 40개체와 함께 백로 서식지 연구가 진행됐으면 합니다.
정진규 가마우지가 배설물을 바위에만 싸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바다를 더럽히지 않으려는 건지, 아니면 물 위에서는 배설이 불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양만화 수자원과 바다철새의 관계도 체계적으로 정리되면 좋겠습니다. 거제도연안에서 바다쇠오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멸떼 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비도 멸치를 먹고 사는데, 갈매기는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하고 아비가 잡은 멸치를 가로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정리해 어획고를 늘리는 방법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중국 양자강에서는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회 저는 나비만 15년 가까이 좇아다녔지만 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탐사지역이 제 고향인데도 필드에 자주 나가보지 못한 것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거제도연안과 을숙도 주남저수지 등의 일정 지역은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희귀종인 붉은점모시나비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수집가들이 떼로 몰려들어 없애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철새는 우리를 찾아온 손님입니다. 손님을 잘 대접해서 보내는 것이 기본도리라 생각합니다.
배광석 우리나라 과학교육은 경비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교실에서 교과서만 갖고 하도록 강요돼 왔습니다. 특히 조류에 관한 내용은 너무 빈약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책이 나와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토론은 철새들이 찾아와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많이 강조됐으나, 철새들이 많이 옴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기생충에 감염된 조류가 우리나라에 와서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헌영 조류 아마추어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한종에 관해서만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학문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직 중고교 과학교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마등에 상륙해서 청둥오리의 배설물을 찍은 것은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내용물 분석도 곁들였으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진복 제가 새에 대해 잘모르니까 탐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철새면 철새, 곤충이면 곤충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탐사에 참여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오히려 초보자들의 등용문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저만 해도 이번 탐사 후에 고향인 돌산지역에서 철새조사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초보자였던 제가 이처럼 의욕을 갖는 것도 다 이번 탐사 덕분입니다.
김영소 탐사대를 구성하는 문제는 앞으로 연구해볼 과제입니다. 철새의 경우 고교교사만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초중고 교사를 연계해서 팀을 짜는 것도 좋습니다. 철새에 대해서는 고교 선생님보다는 국민학교나 중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알아야 되니까요. 물론 탐사대상에 따라서 구성은 다를 수 있겠지요. 아무튼 이번 탐사를 진행하고 후원해준 동아일보사측과 쌍용측, 그리고 지도교수께 감사드립니다.
사회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보고서에다 담아 보기로 하지요. 마지막으로 윤교수님께서 정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윤무부 탐사내용에 대해서는중간중간에 이야기했고,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말씀하셨지만 각자 고장으로 돌아가 아마추어 조류학자가 돼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의 철새연구도 진전되고 학생들의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도 달라집니다. 자연보호는 말로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체험하며 마음속으로 필요성을 느낄 때 가능한 것입니다. 필요하신 자료가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