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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뇌간서 전기신호로 발생한 영상과 감정의 뒤범벅

꿈은 무의식의 표상일까. 아니면 불필요한 기억을 정리해내는 신진대사의 하나일까. 최근 과학자들은 인체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꿈의 영역을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추적해 해명하고 있다.

잠자고 있을 때의 뇌기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리가 꿈이라고 알고 있는 신비한 심상을 그려내는 신경세포와 정보전달물질(messenger chemicals)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새로이 한발을 내디뎠다.

꿈을 꾸는 목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과학자들은 꿈이 그 전날 배운 것과 기억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런가하면 다른 과학자들은 꿈이란 바쁘게 움직이는 두뇌세포가 고갈된 전달물질(transmitter chemicals)을 충전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프로이드가 억눌린 욕망의 표현이라고 했던 꿈에 대한 견해는 심리학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심리분석가들은 이 선구자의 이론을 현재까지 발견된 사실의 틀에 맞게 잘라내고 다듬는데 여념이 없다.

상반된 회로의 시소게임

수면은 서로 상반된 기능을 하는 두가지 뇌회로의 균형에 의해 조정된다. 이 회로 중 하나는 잠을 증진시키는 전달물질을 만들어내고 다른 하나는 잠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회로의 기능은 시소게임과 같다. 어느 회로가 우위에 있느냐에 따라 두뇌는 깨어있는 상태와 잠자는 상태를 왔다갔다 하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잠자는 동안 네번정도 상태가 다른 시간이 있으며 이 동안에 잠자는 사람의 눈동자는 눈꺼풀 아래서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이 시간 동안에 꿈을 꾸게 되며 이를 흔히 렘(REM)수면기라 부른다.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은 신경기능파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 신경파는 척수가 두뇌 속에 쑥 들어와있는 부분인 뇌간(brain stem)에서 시작돼 안구에서 시각 신호를 받아 처리하는 부분으로 전달된다.

이와같이 잠을 유발하는 신경파가 두뇌의 시각처리부분을 자극하므로 꿈이 본질적으로 영상의 형태를 띠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뇌간에서 나오는 첫번째 신경파는 잠이 든 후 약 90분 정도 지나서 시작된다. 그리고 깨기 30분전 쯤에 마지막인 네번째 파가 발생된다. 이 렘수면기동안 두뇌는 깨어있을 때보다 더 활발히 움직인다. 그러나 육체의 근육은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몸은 조용히 누워있는 것이다.

요즘 새로이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잠을 억제하거나 증진하는 상반된 두 뇌회로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회로에서 생겨나는 물질들과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두고있다. 이에따라 새로 발견된 사실로는 다음과 같은것을 들 수 있다.

먼저 잠을 억제하는 회로에서 나오는 전달물질은 뇌간안의 특별한 두 세포군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렘수면의 주요기능은 바로 이 세포들을 쉬게 하여 밤동안에 화학물질을 새로이 충전하게 하는 것이라고 일부 과학자들은 말한다.

잠을 증진시키는 전달물질은 렘수면기동안 특히 많이 생성되며 이것을 만들어내는 세포 역시 근접한 두 세포군을 이루고 있다. 새로운 꿈 연구자들의 리더격인 하버드 대학의 정신과의사 알란 홉슨 박사는 이 세포군을 렘온 지역(REM-ON area)이라고 부른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레이벌 의학교의 스테리어드 박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렘온지역에 잠을 증진시키는 전달물질이 주입되면 일시적으로 렘수면에 빠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스테리어드 박사에 따르면 이 부위에는 다른 형태의 세포들도 있지만 수면증진 세포는 뇌간(brainstem) 위에 있는 시신경 상에만 연결되어 있고, 렘수면을 가져오는 뇌수의 신경파 전달을 돕는다는 것이다.

국립과학학회지에 실릴 기사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피터 레이너 박사는 깨어있는 것을 조절하는 수면억제신경세포의 일부가 수면증진신경세포에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고했고, 그에따라 이 세포들은 서로가 상대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이 상관관계의 발견은 깨어있는 상태와 수면상태를 조절하는 세포간의 연결을 밝히는 것으로는 첫번째 것이다.

홉슨 박사의 연구팀은 최근 렘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점들을 새로 발견했다. 뇌간의 팔을 벌린 형태로 된 이 부분이 잠을 증진시키는 전달물질에 의해 자극을 받게 되면 REM 수면기가 상당히 길어진다고 한다. 한편 스테리어드 박사는 걷거나 뛰는 동작이 시작되는 뇌간에 또다른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있는 세포군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화학물질에 자극을 받게 되면 이 자극에 의해 근육이 REM 수면상태인 것처럼 마비(이완)된다. 동시에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두뇌물질인 글루타민(glutamine)이 활성화된다. 스테리어드 박사는 이 사실이 꿈을 꾸는 동안 안구가 움직이고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렘수면기의 수수께끼를 설명해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꿈의 기능은 무엇인가

이러한 발견들은 단편적이기는 하나, 렘 수면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확실한 지식보다는 추측하는 것이 더 많은 실정이다.

렘 수면에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겠지만 지능이 발달한 개체의 독특한 작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능발달이 뛰어나지 않은 주머니쥐와 흰 담비도 대부분 렘 수면을 취한다고 한다. 하버드의대의 로버트 맥칼레이 박사는 태아와 갓난아기들은 렘 수면기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렘 수면이 두뇌 발달에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홉슨 박사는 생쥐에게 10일간 렘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했더니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했고 결국은 굶어 죽었다는 실험결과를 보고했다. 따라서 렘 수면은 두뇌의 신진대사와 체온조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과학자들은 꿈이 불필요한 기억을 처리해내는 방법이라는 이론을 내세우지만 현재는 렘 수면과 꿈을 통해 기억이 정리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꿈이란 낮에 일어났던 일들 중 어떤 기억은 저장되고 어떤 것은 버려지는 과정에서 꾸게되는 것이다. 저장될 기억들은 단기기억저장은행(short term memory bank)에서 빠져나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장기기억저장회로(long term memory circuit)에 저장된다. 이 회로들 중 어느 하나가 렘 수면기 중에 자극을 받게 되면 전체기억이나 관련된 기억들이 꿈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홉슨 박사는 여러해에 걸친 연구결과, 꿈이란 꿈을 꾸는 사람의 문제나 선입관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프로이드가 생각했듯이 결코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꿈은 보이는 바 그대로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두뇌기능의 편린들이며 이 뒤얽힌 두뇌의 생리학을 정리할만한 새로운 진전이 있기까지는 그 편린들과 꿈꾸는 사람의 의식과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간의 구조를 보면 사옿보충의 기능을 하는 두 개의 신경세포군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은 REM수면을 증진하며 주로 밤에 활동하고 다른 쪽은 낮에 더 활동적이다.
 

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산드라 블라케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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