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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거북은 온도따라 성(性)이 결정된다

미국의 붉은바다거북은 산란지가 따뜻한 남쪽이면 90%이상이 암컷이다.


악어류는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수컷이, 낮은 곳에서는 암컷이 생겨난다. 거북류의 경우는 악어류와는 정반대 현상. 그 까닭은 무엇일까?

포유류와 조류의 성결정양식(性決定樣式)은 단순하다. 모든 종(種)이 성염색체에 의해 성이 결정되고, 포유류는 성염색체가 헤테로(hetero이형)일 때 수컷(XY형 염색체), 조류는 성염색체가 호모일 때 수컷(ZW형 성염색체)이 된다. 이처럼 생물의 성은 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즉 암수는 수정시 염색체의 조성에 따라 결정돼버려, 그뒤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성결정양식을 '유전적 성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파충류의 성결정양식은 좀 까다롭다. 암수동체인 종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위생식(單爲生殖, 난자가 수정하지 않고 발육해 새 개체를 만든다)을 하는 종은 도마뱀에서 31종, 뱀에서 1종 보고되어 있다.

(표)를 보자. 우선 성염색체의 유무(有無)에 대해서는, 아직 1천2백77종 밖에 조사되지 않았다. 그 가운데 성염색체에 의해 성결정이 되는 것은 30%미만(3백54종)으로 보고되어 있다. 물론 염색체의 형태에 암수차가 없는 경우라도, 형태적으로 미분화된 성염색체에 의해서 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표중 H 이외라도). 그러나 포유류와 조류처럼 명확한 성 염색체를 지닌 종은 파충류에서는 그 종류가 많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표)온도성결정과 성염색체의 분포


최근 약 20년간 발견된 파충류는 '온도성결정'의 종이 대부분이다. 온도성결정이란 수정시에 성이 결정되지 않고, 배(胚)가 발생할 때 온도에 따라 성이 결정되는 성결정양식이다. 다시 (표)를 보자. 온도성결정은 악어류에서는 지금까지 8종이 확인되었고, 거북류에서는 47종이 확인되었다. 도마뱀류에서는 17종이 발견되었다. 한편 옛날 도마뱀과 뱀 종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악어류는 온도 낮으면 암컷 태어나

모든 파충류의 연구결과를 합계해 보면 온도성결정 종의 비율이 높은 것(94종 중 72종)처럼 보이지만, 실제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성염색체가 다수의 종에서 발견되고 종수도 많은 분류군, 예를 들면 도마뱀류의 이구아나과와 장지뱀과, 그리고 뱀종류에서는 온도성결정의 유무가 조사되지 않았다. 다만 성염색체가 발견된 종에서는 아직 온도성결정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운데 온도성결정의 종이 있다고 해도 극히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알이 부화하기까지의 온도와 부화개체의 성비와의 관계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그림1). 실험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거북류에서는 온도가 낮으면 수컷, 높으면 암컷이 태어난다(유형 Ia). 악어류의 대부분과 도마뱀류의 일부에서는 온도가 낮으면 암컷이, 높으면 수컷이 태어난다(유형 Ib). 거북류 악어류 도마뱀류의 일부에서는 중간온도에서 수컷이, 저온과 고온에서는 암컷이 생긴다(유형 II). 지금까지 중간온도대에서 암컷이, 저온 고온에서 수컷이 생기는 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림1)부화중 온도와 부화개체의 성비


부화도중에 온도를 변화시켜본 실험에 따르면, 배(胚) 발생 도중의 한시기에 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시기는 거북류에서는 일반적으로, 부화기를 셋으로 나눈 시기중 중간시기에 해당된다. 악어류 4종과 도마뱀류 1종에서는, 성(性) 결정 시기가 산란하기 훨씬 전에 있고, 산란후 단기간과, 후반 2분의 1시기의 온도는 성결정과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실험실내에서의 연구결과이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도 온도로 성이 결정되는 예가 몇가지 있다. 예를 들면 미시시피악어는 풀더미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그 풀더미에 온도계를 꽂아놓고 부란온도를 측정, 부화 직전에 둥우리를 부수고 각 알의 위치와 가운데 배의 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못처럼 습한 곳에 위치한 둥우리에서는 암컷이, 건조한 땅에 지은 둥우리에서는 대부분 수컷이 생겨났다. 또 중간 정도 습한 곳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1대 5의 비율이었다. 이 경우 수컷이 발견된 곳은 햇빛이 잘 들어 높은 온도가 기록된 둥우리의 위쪽이었다.

거북류는 햇빛이 잘드는 곳에서는 암컷이, 그늘진 곳에서는 수컷이 생긴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미국의 붉은 바다거북의 경우, 산란지가 북쪽이면 암 수는 대개 같은 비율, 남쪽이면 90% 이상이 암컷이었다. 더욱이 바다거북류에서는, 부화계절과 산란지의 모래 색깔(햇빛 흡수량이 다르다)이 부화개체의 성비(性比)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처럼 야외에서도 환경조건이 부화온도를 통하여 부화 개체의 성비에 영향을 주는 예가 다수 알려져 있다.

거북류는 산란지 위치따라 성비 달라

다음에는 도마뱀붙이의 한 종류인 일본수궁(水宮)에 대한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우선 일정온도로 부화된 개체의 성비가 부화온도에 영향을 받나 안받나를 알아내는 조사다. 잡아온 수궁을 실내에서 사육, 산란이 확인되면 24시간 안에 알을 부화기에 넣는다. 부화기의 온도는 20℃ 24℃ 26℃ 28℃ 30℃ 32℃로 해놓는다.

20℃에서는 부화되지 않았지만, 다른 온도에서는 높은 율로 부화됐다. 무엇보다도 수궁은 1년에 기껏해야 8개밖에 알을 낳지 못하는 데다, 일손이 많이 드는 관계로 사육두수는 한계가 있고, 하나의 온도구역에서 얻을 수 있는 부화개체는 20마리 정도다. 부화한 개체는 곧바로 포르말린으로 고정(固定), 뒤에 해부하여 뮐러관의 유무를 조사하고, 다시 그 현미경표본을 만들어 생식기의 구조를 조사한다. 해부만으로는 암수의 판정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수컷은 24℃에서는 14개체중 한마리 뿐이고, 26℃에서는 23개체중 5마리, 28℃에서는 21개체중 16마리 등 부화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컷의 비율이 76%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부화온도가 더 높아지자 양상이 역전, 30℃에서는 23개체중 5마리, 32℃에서는 21개체중 5마리로 수컷의 비율은 30% 미만이 되었다(그림2). 28℃와 다른 온도와의 성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하다. 이 온도에서의 성비관계는 (유형 2)에 해당된다. 거북류말고 이런 유형이 발견된 예는 극히 드물다.
 

(그림2)일본수궁의 부화온도와 부화개체의 성비


더욱이 일본수궁이 낳은 알을 실내에서 부화시켜 보았다. 어미수궁은 5월에서 7월하순에 걸쳐서 산란하고, 새끼수궁은 7월하순에서 9월중순에 걸쳐서 부화했다.

부화개체의 성을 비교해 보면 7월하순에서 8월중순까지는 암수 모두 부화되고 있다. 그런데 8월하순부터 부화된 것은 암컷 뿐이었다(그림3). 암수 부화시기의 차는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하다.
 

(그림3)일본수궁 알실내 부화실험 결과


온도성결정의 연구는 여러가지 중요성이 있다. 그중 하나는 파충류를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다거북의 알은 야외에서는 다른 동물들에게 먹혀버릴 우려가 많기 때문에 실내에서 부화시켜 새끼를 바다로 내보내면 희생률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 한가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온도성결정종의 성비가 편중되는 것을 걱정하는 학자도 있다. 약간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공룡이 멸종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온도성결정이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파충류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 것일까. 온도성결정은 진화생물학과 생태학에 큰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파충류의 온도성결정과 생태의 연구가 훨씬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림4)푸른바다거북의 부화온도와 부화개체의 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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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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