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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의 시대는 열릴 것인가?

IBM과 「10년 밀월」청산한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시자이며 소프트웨어 하나로 미국 제일의 갑부가 된 36살 노총각 빌 게이츠


IBM PC와 도스(MS-DOS)로 상징되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동반자 관계는 이제 끝났고, 윈도우를 차세대 운영체제(OS)로 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IBM은 애플 모토롤러와 손잡고 강력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열강들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개인용 컴퓨터(PC)시장에서 물과 기름의 관계였던 IBM과 애플이 지난해 손을 잡고 후발업체들의 추격에 쐐기를 박고 나섰으며, 아래로는 PC, 위로는 대형기종을 대체해 나갈 워크스테이션(WS)시장에서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주도권다툼이 전개되고 있다.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산업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 누구도 점칠 수 없을 것 같던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91년이 지나면서 윈도우(WINDOWS)라는 차세대 운영체제(OS)를 통해 컴퓨터산업의 뉴리더로 급부상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변에서부터 의외로 손쉽게 찾아진다.

90년대 열강들의 패권다틈은 한마디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핵으로 한 '오픈진영'과 IBM을 축으로 한 '폐쇄진영'간의 한판승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싸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80%이상의 세계 PC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IBM 호환기 메이커들을 비롯,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의 ACE그룹 펜컴퓨터 멀티미디어 등 차세대 제품을 제조할 컴퓨터업체들에게 일련의 윈도우시리즈를 통해 통일된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반면 윈도우의 등장으로 10년 친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적으로 변해버린 IBM의 경우, 지난 20년간 메인프레임시장을 독점해왔던 여세를 몰아 90년대의 격변기에서도 또 한번 IBM시대를 구가하기 위해 애플사 등 유력한 협력업체를 찾아 독식전략을 세우기에 분주한 실정이다.
우리에게 도스(DOS) 운영체제로 로열티따위나 챙겨가는 기업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이같은 대격전장의 승부수를 거머진 거인으로 부상케 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윈도우가 무엇이길래 올해 36세가 된 빌게이츠라는 노총각을 무려 30억달러(약 2조2천억원)가 넘는 개인재산을 보유한 미국 제일의 억만장자로 둔갑시켜 버렸을까.

또 제국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세계 컴퓨터시장을 누벼온 IBM은 어째서 아직 장난꾸러기 해커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빌 게이츠라는 청년 하나 휘어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새로운 절정기 준비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역사는 16년전 대학을 중퇴한 두 청년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릴적부터 수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놀랄만한 재능을 보여 온 빌게이츠와 늘 어려운 컴퓨터 문제로 그를 골탕먹이곤 하던 빌의 대학 2년 선배인 폴 알렌은 항상 컴퓨터를 갖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74년 12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퍼플러일렉트로닉스' 1월호의 표지에 실린 880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한 알태어(Altair) 8800이라는 최초의 마이크로 컴퓨터 사진을 게이츠가 접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들은 막 등장한 마이크로컴퓨터와 함께 베이식(BASIC)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던 하버드대학의 대형컴퓨터 PDP-10으로 8088칩의 시뮬레이션을 이용, 마이크로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언어 베이식을 완성했고, 달착륙선이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달에 도착하는 컴퓨터 게임을 알태어에서 실행시켰다.
이는 최초의 퍼스널컴퓨터가 형성되는 시간이었고 달착륙게임은 그 첫번째 소프트웨어가 된다. 두달후인 75년 여름 베이식의 판매를 주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탄생한다.

그후 더 정확히 말하면 80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IBM이 개발한 PC의 운영체제인 MS-DOS 개발계약을 체결하고 IBM의 우산속에서 탄탄한 성장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국내에 흔히 알려진 것처럼 IBM의 품속에서 안주해온 DOS 따위의 단순한 OS메이커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물론 올해로 발표 10주년을 넘긴 MS-DOS가 전세계 8천만대의 PC중 90%에 탑재된 엄청난 제품임에 틀림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일단 매출 면에서 소프트웨어 천국인 미국에서조차 2위업체를 두배차이로 따돌린 월등한 선두업체다.
이들은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종류에 있어서도 로터스나 워드 퍼펙사가 스프레드시트나 워드프로세서 등의 단일품목으로 매출 2,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OS에서 언어, 각종 비지니스 패키지 등에 이르기까지 1백개 이상의 제품과 최소 30개 이상의 히트 제품을 보유,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끊임없는 식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 소프트웨어는 IBM 호환 PC 뿐만 아니라 PS-2, 매킨토시 등에까지 지원이 가능토록 개발돼 소프트웨어업체라면 누구나 품고있는 '전세계의 컴퓨터에 자신들의 제품을 심겠다'는 목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다.
 

지난 10년간 이렇듯 화려하게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러나 컴퓨터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90년대 들어 오히려 또다른 절정기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


멀티태스킹 기능 뛰어나

윈도우의 등장과 IBM과의 결별로 이어지는 이른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새로운 10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PC 시장이 8086 80286 등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택한 16비트시대였다면, 90년대는 80386 80486 80586 리스크(RISC, 명령어 축소컴퓨터)칩 등의 32비트칩이 주류를 이루는 고성능 PC시대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자연 PC의 고성능화만큼 소프트웨어 환경도 고성능화가 요구되었고, 바로 이때 등장한 제품이 '윈도우 3.0'이라는 혁신적인 운영체제다.

지금까지 화면에 일일이 명령어를 써넣던 문자중심의 사용자환경인 도스의 CUI(Character User Interface)방식에서 탈피, 그림으로 미리 상징화시킨 명령어를 마우스버튼으로 꼭꼭 눌러줌으로써 PC를 사용하는 GUI(Graphic User Interface)방식을 새롭게 채택한 윈도우는 32비트시대의 PC 사용자욕구에 꼭 맞아 떨어져 10년간이나 PC 시장을 지배해온 DOS를 단번에 떨쳐버리고 새 운영체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윈도우의 매력은 단순히 GUI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스와 구분되는 윈도우의 진정한 강점은 32비트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관리기능과 멀티태스킹(multitasking)기능에 있다.
즉 윈도우는 도스의 메모리한계인 6백40KB에서 탈피해 주메모리가 설정된대로 바로 이용이 가능하며, 30386이상의 칩을 사용한 PC에서는 가상 8086모드를 사용해 마치 여러대의 XT 컴퓨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동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말은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등과 같은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각각의 윈도우(창)에서 동시에 실행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령 통신에서 파일을 송수신하는 것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멀티태스킹기능을 이용, 한편에서 파일을 송수신하면서 다른 쪽 윈도우에서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다중작업은 DOS시대의 PC사용자로서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기능을 부여해 주고 있다. 즉 그림편집기나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등 여러개의 작업창을 열고 한쪽에서 그린 그림을 손쉽게 따서(copy) 워드프 로세서 등과 같은 작업창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으며(DDE기능), 또 이들 작업창의 일부분을 각각 연계(link)해 한쪽만을 수정하면 다른쪽도 자동적으로 고칠 수 있게 해준다(OLE기능).

윈도우 3.0에서 보여준 이같은 기능은 세계 PC 사용자들을 단번에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지금까지 DOS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에 주력해온 유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윈도우환경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윈도우 전용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에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윈도우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비단 PC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 멀티미디어 펜컴퓨터 등 차세대 제품들에 대해서도 윈도우 환경을 통한 모든 해결책을 제공, 세계 컴퓨터환경을 하나로 묶겠다는 야심을 차곡차곡 현실로 옮기고 있다.

286이상의 기능에 대응한 윈도우 3.XX, 본격 32비트시대와 워크스테이션시장을 겨냥한 윈도우 NT, 펜컴퓨터를 위한 펜윈도우, 멀티미디어시대의 표준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는 윈도우의 멀티미디어확장판 등 일련의 윈도우시리즈가 다가오는 고성능 PC시대를 겨냥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략제품들이다. 각각의 하드웨어 특성에 따라 최상의 운영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수직구조'로 개발된 이들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은 또 한편으로 상위기종이 하위기종을 수용하는 호환성을 가지는 '수평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워크스테이션과 객체지향성의 실현을 목적으로 올 하반기중 선보일 계획으로 있는 윈도우 NT(New Technology)의 경우, 그 심장격인 커널부를 통해 DOS 윈도는 물론 ACE그룹의 워크스테이션과 심지어 IBM의 PS/2까지 지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윈도우용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DDE나 OLE기능을 자동 부여, 차세대소프트웨어로서 주목받고 있다.

"PC사용자들은 언제든지 윈도우NT를 통해 워크스테이션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이는 펜컴퓨터나 멀티미디어 PC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하드웨어선택시 이전 기종에 사용하던 데이터의 호환성에 고심할 필요없이 일련의 윈도우시리즈를 따라다니면서 자유롭게 하드웨어의 고성능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90년대 시스템소프트웨어 전략이고 많은 컴퓨터전문가들이 32비트시대의 컴퓨터가 주종을 이룰 90년대를 '윈도우의 시대'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10년간이나 DOS라는 젖줄을 제공,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키워온 IBM이 지금 코앞에 들이닥친 윈도우시대를 수수방관하고 있지만은 않다.

반격 준비하는 IBM

IBM은 이미 32비트 PC를 위한 운영체제인 OS/2 2.0의 독자개발과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GUI환경인 윈도우를 대체해 버리겠다는 초강수를 던졌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변신여지조차 없애버렸다. 펜컴퓨터분야에서도 IBM은 고(Go)사와 손잡고 펜포인트방식의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였고 멀티미디어분야에서는 이의 표준을 추구하는 IMA(Interactive Multimedia Association)의 2백여 회원업체를 등에 업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방지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IBM은 한술 더떠 애플-모토롤러로 이어지는 막강라인과 제휴를 통해 93년경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할 혁명적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신제국주의'의 꿈에 부풀어 있다. 모토롤러의 리스크칩과 윈도우 OS/2 유닉스는 물론 매킨토시의 OS까지 지원하는 파워오픈을 운영체제로 탑재할 '파워 PC'가 바로 그것이다. 'OS/2 2.0 대 윈도우 3.1', '파워오픈 대 윈도우 NT'라는 금세기 최대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파워 PC의 등장으로 IBM이 '신르네상스'를 열게될 것인가, 아니면 윈도우의 기세를 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90년대의 뉴리더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인가.
 

마우스 하나로 윈도우(창)를 마음대로 열고 닫으면서 프로그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다윗 대 골리앗의 대결로 상징되는 이 한판 승부는 하지만 그 승부의 여파가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나 IBM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축으로 한 '오픈진영'과 IBM의 우산속에 보호받는 '폐쇄진영'의 향로를 좌우하는 전면전이라는데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

무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지 이들간 승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

IBM이 실현가망지수조차 매기기 어려운 계획을 짜고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는 IBM에 맞설 대부분의 제품을 개발완료한 상태이고, IBM의 독식에 대응하는 ACE진영을 비롯한 수많은 클론업체들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각종 신상품들을 속속 쏟아내고 있기 때문.

분명 IBM의 파워 PC계획은 클론업체들에게 'IBM의 하청업체로 전략하고 말 것'이라는 큰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시리즈를 유일한 대응책으로 하는 이들의 응집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년간을 컴퓨터산업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IBM 역시 그리 녹녹치만은 않아 '어느 편에 설 것인가'하는 판단은 현컴퓨터업계에서 좀처럼 풀기 어려운 퀴즈임에 틀림없다.

만약 IBM이 당초 그들의 목표대로 올상반기의 OS/2 2.0에서부터 93년 하반기까지 파워 PC를 성공적으로 내놓게 된다면 지금 윈도우와 OS/2, 게다가 유닉스진영까지 가세, OS선택에 극도의 혼란을 겪고있을 모든 사용자들의 갈등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PS/2의 폐쇄정책에서 이미 쓴맛을 본 IBM이 파워 PC의 출시에서는 아키텍처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겠지만 제3자를 통한 생산은 분명 가능하게 할 것이고, 또 파워 PC의 운영체제인 파워오픈에 대해서도 그들은 마치 스팍스테이션이나 X윈도 오픈데스크톱 등 같이 누구에게나 사용을 허락할 것이 확실시되므로 IBM의 폐쇄그룹이 의외로 광범위한 클론업체들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컴퓨터업계는 겉으로는 '제휴와 반목'의 이분법을 따라 그룹 대 그룹이라는 뚜렷한 블록간의 경쟁양상을 연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저마다 '신시대의 뉴리더'가 되겠다는 동상이몽을 품고 있어 90년대의 격변기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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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유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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