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둘러싸고 벌어진 오류 논란이 해당 문제를 전원 정답 처리하며 일단락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일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20번 문항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같은 달 1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평가원은 항소할 뜻이 없음을 밝히고 해당 문제를 ʻ정답 없음’으로 전원 정답 처리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문항은 몸 색과 날개 길이가 각각 두 종류인 두 집단에서 유전적 특성을 결정하는 대립유전자의 빈도와 개체 수를 계산해 조건에 따라 정답을 찾는 문제다. 여기에 대를 거듭해도 유전자 풀 내의 대립유전자 비율이 변하지 않는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일부 집단에 조건으로 추가해 난이도를 높였다.
문제는 조건을 풀이하는 방법에 따라서 일부 집단의 개체 수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수로 나온다는 점이었다. 제시문 중에는 ‘짧은 날개 개체 수/검은색 몸 개체 수는 집단 I에서 8/9’라는 조건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집단 I에서 긴 날개와 짧은 날개 개체 수를 각각 계산하면 방법에 따라 일부 유전형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거나, 부분의 개체 수가 전체 개체 수보다 더 많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김종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겸 의대 의과학과장은 12월 9일 한국경제에 보낸 입장문에서 “전체 개체 수를 100으로 가정한 상태로 개체 수를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특정 유전형을 가진 개체 수가 (전체 개체 수보다 많은) 120 또는 (음수인) –40이 나오는 오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이 같은 풀이법이 객관식 문제의 지문을 고르는 데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법원 판결로 오류로 결론이 났다.
이 문제는 수능 직후 정답과 가채점 결과가 공개되면서부터 논란이 됐다. 이에 수험생 92명은 지난해 12월 2일 평가원을 상대로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정답 결정 처분 취소소송과, 정답 결정의 효력을 임시로 멈춰달라는 취지의 정답 결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같은 달 9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평가원은 끝까지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정답을 고수하며 논란을 키웠다. 강태중 전 평가원장은 “해당 문항에 결함이 있지만, 여전히 (정답을 가려내는) 기능을 충분히 한다는 점에서 정답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이 비판에 합류하며 사태는 더욱 커졌다. 집단유전학 전문가인 조너선 프리처드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생물학과 석좌교수는 12월 11일 트위터에 문제에 관한 해설을 공유하며 오류를 지적했다. 해설을 작성한 프리처드 교수팀의 매튜 아기레 연구원은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울 뿐 아니라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답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