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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보현산 천문대의 1.8m 망원경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천문학은 새로운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백산천문대의 직경 60cm 망원경은 선진국의 경우 20세기 초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크기다. 현재 외국의 수준 높은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이 정도 규모의 망원경을 이용하여 관측하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최근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8m 이상의 대형망원경들을 마치 국력을 과시하듯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이웃 일본은 1920년대에 이미 60cm 망원경을 보유하였고 1960년대 초에는 1.8m 망원경을 설치하였으며 현재는 하와이에 8.2m의 대형망원경을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볼 때 무역규모 세계 12위인 우리나라도 이에 걸맞는 국제수준의 천문대를 보유해야하는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하겠다.

천문대의 위치선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많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맑은 날수다. 기존의 소백산천문대는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여 홍보성 측면은 뛰어나나, 위치가 소백산맥의 죽령고개 부근이어서 기상이 급변하고 부근의 충주호가 건설된 이후 관측가능일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맑은 날이 연중 6%에 불과한 반면 안개일수는 45%에 이른다 (연중 관측일수는 1백10일 정도). 또한 맑은 날수가 집중돼 있는 겨울철에는 많은 눈 때문에 천문대까지 차량접근이 불가능해 장비 및 생활용품 수송에 많은 애로가 있다.

배후 도시로는 단양 영주 제천 등 소규모 도시밖에 없어 연구재료를 급히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자녀교육상의 문제로 기술요원들의 잦은 이직이 되풀이 되어 그동안의 기술축적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따라 천문대(당시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서는 1987년 여름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새로운 후보지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나라는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어 대도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대도시 주위는 밤하늘이 밝아 천체관측에 지장이 있다) 또한 대규모 인공호수가 곳곳에 있어(대규모 호수는 안개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이를 피하여 좋은 천문대의 위치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년여에 걸쳐 전국의 60여개 산을 조사하여 이중 24곳의 산정을 직접 답사한 후 보현산과 더불어 덕가산(강원도 원주군)과 화왕산(경남 창녕군)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소백산을 포함하여 이들 네 곳에서 1년간 기상 및 정밀한 천체관측을 한 결과 1991년 2월, 제일 좋은 천문 관측 환경이 기대되는 보현산으로 천문대 위치를 확정했다.
 

제작중인 보현산천문대의 1.8m 주경


맑은 날수가 가장 많은 곳

보현산은 산정도 비교적 넉넉하고 완만한 능선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 계획중인 3대의 망원경 외에도 앞으로 몇 대의 새로운 망원경이 추가로 설치될 여지도 있다. 보현산은 우리나라에서 맑은 날수가 제일 많은 영덕(이 부근은 태백산맥으로 인하여 교통이 불편함)에서 가깝다. 보현산 주위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주위가 산악지형이라서 앞으로 주위 개발 가능성도 적고 겨울철에 눈이 적게 오며 가까이 영천과 대구가 있어 소백산 천문대에서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대구(보현산의 남서쪽 45km에 위치하며 보현산과의 사이에 1천1백93m의 팔공산이 있음)와 동해 연근해 해상의 오징어잡이 배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인한 광공해가 우려되나, 외국의 경우와 같이 전등 갓씌우기와 가로등을 저온 나트륨등으로 바꾸는 등 천문대 주위의 '어두운 밤하늘 지키기 운동'을 벌이면 이러한 우려는 많이 감소될 것이다.

보현산 천문대 건설사업은 경북 영천군 화북면 정각리에서 정상까지 연장 9.27km, 폭 5m의 비포장 진입도로공사가 작년 8월부터 시작되었으며 (금년 8월 완공 예정이며 94년까지는 포장을 마칠 예정이다) 건물 및 부대지원시설에 대한 설계작업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
 

보현산 1.8m 망원경의 주요 관측장비중의 하나인 CCD사진기. 1024×1024개의 화소를 가지고 있고 잡음을 줄이기 위해 액체질소 냉각장치를 사용한다.


1.8m 망원경의 위용

1.8m 광학망원경은 넓은 시야(각도로 0.7°정도, 달보다 조금 더 큼)에 수차가 극히 적고, 리치-크리티안(Ritchey-Chretien)형으로 초점비가 다른 두 개의 부경이 있으며 이들 거울면은 3만분의 1mm의 정밀도로 가공돼 있다. 이 망원경은 수평과 수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경위도식이며, 원하는 별의 위치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망원경은 대기의 굴절과 온도는 물론 별의 고도에 따른 망원경 튜브의 팽창과 휨까지 고려하여 1/1800° 이내로 그 별을 맞추어 준다. 이는 1km 떨어진 곳에서 맞추었을 때 오차가 1cm 보다도 작은 정도의 정밀도다. 또한 이 망원경에는 관측 중 목표 천체로부터 절대로 1/18000° 이상 멀어지지 않는 완전 자동추적장치가 부착돼 있다.

이 망원경은 각 부분별로 프랑스의 여러 유수한 회사에 의해 현재 제작이 진행되고 있으며, 금년 9월 우리나라에 들여와 10월에 보현산 정상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의 주요 관측장비로는 중분산분광기 천체사진기 CCD카메라 스펙클카메라가 있으며 적외선 카메라도 계획하고 있다. 1.8m 망원경이 설치되는 돔은 일반적인 반구형이 아니라 사각형 (가로 세로 각 8m, 높이 7.2m)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현재 보현산에는 1m 자동망원경과 태양플레어망원경도 설치할 계획이다. 보현산 망원경은 1995년부터 이용될 전망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본격적인 광학 천문학 연구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학의 천문학 교육 활성화와 국제 수준의 천문학 연구가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70년대 어렵게 발족되었던 국립천문대는 80년대 들어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부설 천문우주과학연구소로 흡수되었다가 90년대 들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속의 일개 부서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보현산천문대의 활성화로 인하여 선조들의 찬란했던 천문학 역사에 부끄럼이 없도록 우리 천문대가 떳떳한 독립기관으로 자리잡을 날이 조만간 오기를 기대해본다.
 

보현산에는 태양플레어망원경도 설치할 예정이다. 사진은 대덕에 있는 태양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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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강민 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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