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환경을 지키고 개선해나가는 실천적인 시민 한명을 길러내는 교육은 유전공학으로 수박만한 감자를 만들어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탑승객 3백 50명을 태운 점보 제트기가 하루에 1백대나 추락한다면 세상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만약에 점보 제트기가 매일 1백대씩 떨어져서 하루에 3만 5천명씩 사망한다면 전 세계의 저녁뉴스는 매일같이 이 굉장한 사건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는 신문에도 보도되지 않는 엄청난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구라는 둥그런 땅덩어리 위에서는 하루 평균 약 3만 5천명의 사람이 굶어 죽는다. 굶어죽는 3만 5천명의 대부분은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다. 녹색혁명으로 지난 30년동안 전 세계의 농업 생산량은 두배로 증가했다. 계산상으로는 지구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지구상에는 현재의 51억 인구를 충분히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고 있고, 남는 식량으로 10억명은 더 먹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룻밤 자고나면 지구상의 인구는 22만명씩 늘어난다. 서기 2000년에는 지구의 인구가 61억명이 된다. 그 때가 되어도 가난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지금처럼 굶어 죽을 것이고, 지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일에 신경을 쓸만큼 한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굶어 죽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앞으로 이 지구에서 살아남는 일이 그리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환경오염과 자연파괴가 가져오는 여러가지 압박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온실효과로 기온이 상승하고, 기후가 바뀌고, 사막이 늘어나고, 열대의 밀림이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되고,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땅에도 바다에도 폐기물과 쓰레기가 쌓인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꼼짝없이 종말을 맞게 될는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어느 누구도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하게 고개를 돌려버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지구는 조그마한 우주비행선에 불과하다. 그 안에 타고 있는 51억명의 인류는 더 늦기 전에 위기에 처한 비행선의 궤도를 바로잡아야만 한다.
 

단백질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리카 어린이. 피부 염증이 생기고 배가 불룩하게 솟아 오르다가 끝내 생명을 잃게 된다.


생활교육으로 환경문제 인식해야

그러나 하루에 3만 5천명씩 굶어죽는 현실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지구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구를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한 사람들은 대부분 개발된 문명국에 살고 있다. 지구의 빈부격차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가난은 이제까지 전세계 열대지방에 있는 밀림을 64%나 파괴시켰다. 매년 우리나라의 남한만한 면적의 밀림이 없어지고 있지만, 이를 보호하는 일은 몇몇 사람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존층이 더이상 파괴되지 않게 하려면 2000년까지 전세계에서 CFC와 할론의 사용을 전면 중지해야 한다.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탄소의 방출량을 50%에서 80%까지 줄여야 한다. 이러한 일이 과연 전지구적으로 가능할까?

지구라는 우주선이 궤도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탑승객 51억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탑승객 전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전히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는 문명국에 사는 사람일수록 살아가는 방법을 더 많이 바꾸어야 한다.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구가 원래 가졌던 자연의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주어지는 대로 누리고 쓰고 버리는데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이 바뀐다고 해도 행동이 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히려 이제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오염이고, 무엇이 오염을 일으키는지를 이해시킨다면,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면 다음세대의 시민들을 바람직한 환경주의자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종이 한장, 비닐봉지 한 개를 버리는 일에서부터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차를 타고 다니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지구라는 우주선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환경학자들은 환경교육이 가장 소극적인 방법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은 가장 적극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오염과 자연파괴가 아무리 전지구적인 문제일지라도 우리 주변에서부터 한사람, 한사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환경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면서 동시에 행동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미래를 암울한 운명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반드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시킨다.

환경교육은 하나의 씨를 뿌려서 천개의 수확을 거두는 것에 비유된다. 환경을 지키고 개선해 나가는 실천적인 시민 한 명을 길러내는 것은 유전공학으로 수박만한 감자를 만들어 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 한 명의 시민은 지구를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을 잉태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교육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한해에 한번씩 환경보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낸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상을 주는데, 3년전 한 어린이가 상을 받은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의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물었다. "백악관에서는 쓰레기 재활용을 하고 있나요?"

오늘날 이 어린이 덕분에 백악관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하게 되었다. 이 어린이의 한마디가 대통령의 얼굴을 뜨겁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현 연구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교육학
  • 사회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