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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가 간직한 두가지 수수께끼

2월의 밤하늘

겨울의 아름다움은 역시 온 천지를 하얗게 뒤덮은 눈의 세계이다. 나무마다 피어난 하얀 눈꽃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할 정도다. 그리고 그 밤 하늘엔 또다른 꽃들의 세계가 있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땅의 아름다움에 뒤질세라 곳곳에 피어난 별꽃들의 아름다움은 눈꽃들과 어울려 하늘과 땅의 멋진 조화를 만들어 낸다. 꽃이 피지 않는 겨울, 자연이 만들어낸 또다른 꽃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대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살을 에는 듯한 늦추위지만 밤하늘 별꽃들의 모습에선 따스한 온기마저 느껴진다. 추운 겨울, 별들 속에 전해져 오는 정겨운 이야기를 생각하며 마음 속엔 언제나 포근한 정을 잃지 말고 살아야겠다.

겨울은 별을 관측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이다. 밤이 길고, 또한 하늘이 청명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원경을 이용해 별을 보는 데는 겨울밤이 최적은 아니다. 하늘이 놀라우리만치 깨끗하고 까만 배경 속에 별들이 반짝이는 그러한 저녁에는 종종 대기에 난류가 있기 마련이다. 별들을 반짝이게 하는 것은 이러한 '불안정한 대기'이다. 이런 대기는 망원경의 상(象)을 흔들리게 하고 흐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겨울 밤이 망원경 관측에 가장 알맞는 상태를 제공해 주지는 못하지만 맨눈으로 별을 관측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물론 추위를 참고 버틸수 있을 정도의 관심과 열의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만용은 금물! 두꺼운 옷을 입고 목도리를 걸쳐야 한다. 감기라도 걸린다면 그 감동은 아픈 추억으로 퇴색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월의 남쪽하늘^5일 오후 9시 20일 오후 8시


가장 외로운 별자리

긴 겨울밤 동안 밤하늘은 전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Sirius)에 의해 압도되고 있다. 남쪽하늘 외로이 광채를 뿌리는 시리우스의 모습은 겨울의 대명사다. 시리우스와 더불어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그리고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가 만드는 겨울철의 대삼각형은 이달에도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그외에 겨울 밤을 밝히는 1등성 리겔(오리온)과 알데바란(황소)은 남서쪽에 보이고, 쌍둥이자리의 두 별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머리 위에 높이 떠 있다. 사자자리의 가장 밝은 별 레굴루스는 10시가 넘으면서 남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는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른다. 이제 밤별들은 서서히 다가올 봄을 예고하고 있다.

이달에는 전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가 위치하고 있는 큰개자리와 바로 옆의 작은개자리에 관심을 집중시켜 보자. 큰개자리와 그 옆의 작은개자리는 사냥꾼 오리온의 발뒤꿈치를 따르는 두마리 개를 표현하고 있다. 작은개자리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은 프로키온(Procyon, 개에 앞서 있는 것)으로 불리는 으뜸별과 바로 옆의 고메이사(Gomeisa, 눈물고인 눈, 3등급) 두 개 뿐이다. 이런 이유로 작은개자리는 밤하늘의 가장 외로운 별자리로 불려지기도 한다.

별자리 이름은 대부분 그 모습에서 비롯되지만, 뚜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는 별들은 주변 별자리의 영향을 받아 이름이 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 두 개의 별만이 보이는 작은개자리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옆에 있는 큰개자리의 영향으로 이 두 개의 별에 작은개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별자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별을 개의 눈이나 꼬리, 혹은 개가 물어다 놓은 뼈다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작은개자리의 으뜸별 프로키온(0.4등급)은 '개 앞에''개에 앞서 있는 것'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이 별이 시리우스의 조금 전에 떠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리우스가 나일강의 범람을 알리는 중요한 별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 앞서 나타나는 프로키온은 이집트인들에게 시리우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하는 별이었다. 작은개자리의 두 별은 겨울 은하수의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물개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두 별을 남하(南河)로 불렀다.

작은개자리는 큰개자리에 의해 이름 붙여진 별자리기 때문에 신화 속에서도 독자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1세기경 로마의 천문학자이자 시인이었던 히기누스(Higinus)는 이 개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라(Maera)로 보았다. 매라는 살해된 주인 이카리우스(Icarius)의 시체를 찾아내 주인의 딸 에리고네(Erigone)에게 알려준 충실한 개인데 신들이 그의 충성을 가상히 여겨 하늘의 별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은개자리와 달리 큰개자리는 밝은 별들의 집합소이다. 시리우스 이외에도 2등급의 별을 네 개나 가지고 있어 굉장히 눈길을 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화려한 동물의 모습을 개의 모습으로 보았을까. 더 멋진 동물도 많은데 말이다. 그것은 아마 개가 고대부터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었기 때문이며, 또한 옆에 있는 오리온자리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별

그렇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이 별 모양을 보고 개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머리와 네 개의 다리, 거기에 꼬리를 생각하게 하는 별들까지 갖추고 있어 일단 개의 별자리라고 생각하고 보면 거의 완벽한 개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고대 성도를 보면 큰 개는 뒷다리로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때 시리우스는 코를 나타낸다.

큰개자리의 으뜸별 시리우스는 그 밝기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끄는 별이다. 그중에서도 시리우스에 얽힌 두 가지 수수께끼는 아주 신비하다. 그 첫째는 시리우스의 색깔이다. 고대의 많은 작가들, 심지어 정치가 키케로까지도 이 별의 색깔을 붉은 색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관측자들에게 시리우스는 심지어 푸른 빛까지 감도는 백색의 별이다. 이 별의 색깔이 고대 이후 변한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서 시리우스는 백색왜성인 시리우스 B라는 작은 동반별(8등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오래된 별들이 종종 적색거성의 단계를 지나 마지막 수축을 거쳐 백색 왜성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 고대에는 시리우스 B가 뜨거운 청백색의 별 시리우스를 압도하는 적색 거성이었을까. 그와 같은 변화를 하기에는 고대작가들이 언급한 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2천년)이 너무 짧다. 색깔에 대한 우리 눈의 민감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시리우스의 색깔을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는다.

두번째 수수께끼다. 최근 많은 책들이 중앙 아프리카의 도곤(Dogon)부족이 신성한 별, 시리우스의 동반별(눈에 보이지 않음)에 대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신화는 이 동반별이 50년에 한 번씩 시리우스 주위를 돌고 있으며, 지구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오늘밤 백색 왜성인 시리우스 B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놀랄만큼 일치한다. 이 지식은 망원경이 없었고, 과학에 대해 별 지식이 없었던 도곤족들이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다. 또 다른 수수께끼다. 도곤족이 시리우스 B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얻었을까. 통속적인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외계인들이 이 부족을 방문해 그 별에 대한 특수한 지식들을 전한 것일까. 그것보다는 도곤족이 시리우스 B의 발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19세기 선교사나 여행가의 방문을 받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도곤족은 곧바로 이 정보를 그들의 종교적 신화 속에 집어 넣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추측일 뿐이다.

큰개자리의 신화에는 별로 뚜렷한 것이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바로는 작은개자리와 함께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녔던 사냥개라고 한다. 옛 성좌를 보면 큰개의 모습이 괴물처럼 나와 있는데 이것은 큰개를 지옥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 개로 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는 큰개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시녀 프로크리스(Procris)요정이 기르던 개라고도 한다.

또 일설에는 케팔루스(Cephalus)가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에게서 얻은 사냥개가 바로 큰개자리의 주인공인데, 이 개의 발이 얼마나 빨랐던지 그 속도에 감탄한 제우스가 이 개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2월의 별/시리우스(Sirius, CMa)

큰개자리의 으뜸별인 시리우스는 표준 1등성의 10배 밝기(-1.46등급)로 전하늘에서 가장 밝은 항성이다. 시리우스가 이렇게 밝게 보이는 것은 그 실제 밝기가 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서 상대적으로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시리우스는 태양의 두배에 해당하는 질량과 지름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태양보다 20배 이상의 빛을 낸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특별하게 시리우스를 잘보이게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시리우스가 지구의 하늘에서 제일 밝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거리가 8.7광년으로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시리우스는 태양에서 5번째로 가까이 있는 별이며, 따라서 훨씬 더 큰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대략 5백광년)보다도 밝게 보인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중에선 남반부에서 보이는 켄타우루스 자리의 으뜸별 만이 시리우스보다 가까울 뿐이다. 시리우스라는 말의 의미는 '눈이 부시게 빛난다' 또는 '불태운다'라는 뜻인데 동양에서는 창백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 별을 하늘의 늑대별(天狼星, 천랑성)이라고 불렀다.

그리스에서는 시리우스가 대낮에 남쪽하늘에 보이는 7,8월의 더운 기간을 '개의 날'(dog days)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것은 시리우스의 별빛과 태양의 빛이 겹쳐져 낮의 더위가 한층 더하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원전 200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뜨기 바로 전에 시리우스가 떠오르는 날을 1월 1일로 하여 1년 365.24일의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리우스는 나일의 별(the Nile Star)로 숭배되었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시리우스는 6월말 새벽 여명 속에 떠오르면서 매년 나일강변의 토양을 재충전하는 범람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고대 동양의 관측자들은 이 별의 두드러진 모습에서 지도자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태양과 시리우스는 매년 여름 매우 더운 시기에 가장 근접하게 된다. 중세동안 이 두 천체의 만남은 폭염을 만드는 것으로 믿어졌다.

1834년과 1844년에 베셀(Friedrich W.Bessel)은 6.25인치 굴절 망원경을 이용하여 시리우스의 고유운동이 파형을 이룬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후 1862년 1월 31일 클라크(Alvan Grahm Clark)는 시리우스의 파형 운동을 반영하는 작은 동반별의 존재를 밝혀냈다. 당시 12살이었던 클라크는 미국 캠브리지에서 그의 아버지가 만든 18.5인치 망원경 렌즈를 시험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별이 바로 시리우스 B로 알려진 백색왜성이다. 이것은 역사상 최초로 관측된 백색왜성이었다. 이것은 종종 강아지라고 불리며 밝기는 8.5등급이고 표면 온도는 주성인 시리우스 A(우리가 시리우스라고 부르는 별)와 비슷하다. 그러나 시리우스 B의 관측은 시리우스 A의 밝기로 인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두 별은 서로의 주위를 공전하는데 그 주기는 50년이다.

이달의 집중탐구/외뿔소자리의 보물

겨울철의 대 삼각형 안에는 희미한 은하수의 별들 속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별들이 외뿔소란 이름의 별자리로 불려지고 있다. 이 별자리는 다소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4등급 이상의 밝은 별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관측자들도 아주 맑은 밤하늘 아래서만 이들을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관측자들에게 있어 외뿔소자리는 결코 잊혀진 소외된 별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외뿔소자리가 숨기고 있는 멋진 보물들이 관측자들에겐 가장 큰 유혹거리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젊은 성단에 둘러 싸여있는 빛나는 가스로 이루어진 예쁜 화환 모양의 장미 성운(the Rosette Nebula, NGC 2237-39)이다. 도넛 형의 이 성운 크기는 대략 보름달 세 배 크기로 하늘을 덮고 있다. 하지만 너무 희미해서 쌍안경으로는 거의 볼 수 없고 작은 망원경으로는 희미한 빛무리를 간신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대략 2천5백광년 거리에 있으며 그 지름은 60광년 정도이다. 그러나 커다란 망원경에서 찍은 장노출 사진은 아름답고 멋진 장미형의 구조를 보여 준다. 새로운 별들이 형성되고 있는 많은 어두운 덩굴손이나 구형 가스의 집단이 이 성단의 특징이다.

장미 성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추성운(the Cone Nebula, NGC 2264)이 있다. 장미 성운과 마찬가지로 원추성운도 단지 천문대 사진에 의해서만 그 장관을 볼 수 있다. 원추 성운까지의 거리도 2천5백광년정도이나 그 크기는 보름달 정도로 장미 성운에 비해서 작다. 커다란 성운의 일부인 원추 성운은 사진 속에서 가스로 이루어진 검은 피라미드처럼 보이는데 그 뒤쪽은 젊은 별들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밝게 빛나고 있다. 원추의 끝은 별빛으로 이글거린다. 이 모습은 마치 하늘의 촛불이나 별을 이야기하는 신의 검은 혀와도 같다. 아마 밤하늘의 어떤 사진도 관측자의 마음에 이 정도의 경외와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장미성운원추성운


이달의 행성

금성
새벽에 보이며 그 위치는 사수자리에 점차 염소자리로 옮겨간다. 20일경에는 화성 근처에 있으며 말일경에는 토성에 가까이 접근한다.

화성
1.5등급의 밝기를 가지며 사수자리에서 염소자리로 옮겨간다. 20일 금성에 가장 근접한다.

목성
-2등급이며 사자자리에 있다. 29일에 충(자정에 정남쪽에 보이는 때)이며, 이때 지구까지의 거리는 2백96억6천km다.

토성
염소자리에 있으며 중순경 새벽하늘에 나타난다. 29일에 금성 곁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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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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