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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자 대다수 SSC에 반대

"다른 분야 연구비 압박 심각하다"

SSC건설을 반대하는 러스텀 로이
 

미국 정부가 텍사스주에 건설하려고 계획중인 초전도거대가속기(SSC)계획은 과연 실현될 것인가. 총 80억달러가 소요될 이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대규모 SSC관계자들을 파견해 설득작업을 벌였다('과학동아' 91년 12월호 참조). 지난달초 우리나라를 방문한 부시대통령은 SSC에 한국도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SSC계획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도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이자 펜실베이니어대학 재료연구소 초대소장인 러스텀 로이 박사는 얼마전 일본 과학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 정부의 SSC계획 참여요구에 대해 일본이 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부시대통령의 방일시 일본이 자금제공을 약속해 SSC가 본격 추진될까봐 미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로이 박사의 편지 요지.

50년대 미국 과학자들은 일본의 과학 실력이 보잘 것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의 하이테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학설이 등장했다. "일본인은 본래 창조적이지 않다. 창조성을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기초연구이고 이 분야에서 일본의 기여는 거의 없다. 일본인은 여기서 나온 과실인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었을 뿐이다. 일본은 구미의 기초연구에 무임승차했다." 따라서 걸프전과 마찬가지로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일본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SSC 참여를 종용하는 미국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많은 미국 과학자들은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 무임승차론'의 배경에는 일본으로부터 돈을 얻어내야 한다는 정치적 동기와 구미과학자들의 오만과 오해가 뒤섞여 있다.

오해 1 : 기초과학은 '밑빠진 독'이다.

미국에서 원폭의 개발은 기술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으로 간주됐다. 그후 첨단기술은 과학으로 불려져 왔다. 한편 기술로부터 먼 과학분야는 '기초과학'이란 명칭을 얻었다. 이론물리 천문학을 필두로 실용성이 먼 화학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기업가 국회의원 정부고관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오감으로 감지되는 것만 과학으로 인정한다. 전파천문학 입자물리학 등은 과학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 '사색적 과학'이라 불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펜지아스벨연구소부소장은 대형가속기를 비판한 논문 중에서 "입자물리학은 이제 인간의 생활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썼다. 한편 의학과 환경 재료등의 과학분야는 인간의 생활에 확실히 공헌한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에 자금을 대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다수 시민에게 의미를 갖는 '본연의 기초과학'인 것이다.

오해 2 : 과학없이는 기술이 성립할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의 관계는 오해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초과학이라는 뿌리 위에 응용과학이란 가지가 생기고 기술이란 과실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는 길어야 3백년, 기술은 1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과학은 기술을 만드는 하나의 재료에 불과하다. 과학은 진열대 위에 올려져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사색적 과학은 진열대 위에서 운명이 끝나고 기술로 이어지지 않는다. 구미의 과학에 일본이 무임승차했다는 설을 받아들인다면 일본이 무임승차한 것은 기술로까지 발전한 '진열대의 과학'인 셈이 된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오해 3 : 일본은 과학에 공헌하지 않았다.

재료과학 중에서 가장 첨단분야인 세라믹스 분야에서 일본 과학자의 논문은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일본 잡지가 아니라 미국의 '케미컬 앱스트랙트'지를 분석한 결과다. 집적회로를 주제로 열린 IEEE(전기전자공학회) 국제회의에서 채택된 17편의 논문중에서 15편이 일본 학자가 발표한 것이었다. 회의장은 도쿄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였다. 과학의 주도권은 1980년대에 일본으로 넘어갔다. 오늘날 일본은 과학적 성과를 제공하는 것에 의해 미국 등을 무임승차시키고 있다.

SSC에서 일본은 걸프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바라고, 미국이 계획하고, 미국의 영역에서, 미국의 위신을 높이기 위한 공헌을 강요받고 있다. 여기에 참가한다면 일본 독자적인 연구는 확실히 저해될 것이다.

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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