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토카막의 하나인 JET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반응시켜 높은 효율의 핵융합을 실현시켰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날아온 뉴스하나가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핵융합시켜 에너지를 출력했다는 빅뉴스였다. 89년 3월 상온핵융합이 성공했다는 뉴스에(결국 사기임이 드러났다) 덩달아 춤추었던 국내에서는 이 뉴스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성공은 핵융합 발전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뉴스의 핵심은 세계 3대 토카막장치의 하나인 JET(Joint European Torus, 유럽 공동 토러스)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핵융합시켜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추출했다는 것. 2g의 중수소에 0.2g의 삼중수소를 혼합해 고온으로 가열 플라즈마가스를 만들고 여기서 삼중수소와 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 나온 에너지는 평균 1천㎾(최고 2천㎾)로 약 2초동안 에너지를 방출했다.
핵융합발전은 핵분열에너지(원자력발전)와는 달리 폐기물이나 공해가 없고 원료를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바닷물 1ℓ에는 20㎎이상의 중수소가 있음)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융합에 '꿈의 에너지''인공 태양''무공해 청정에너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려면 아주 높은 온도(2억℃ 이상)를 유지해야 하므로 아직까지는 들어가는 에너지가 나오는 에너지보다 많은 것이 현실. 이를 결정하는 변수는 이온의 온도와 플라즈마 밀도, 에너지를 가두는 폐속시간 등인데 이를 종합한 수치가 1이상이면 일단 입력에너지보다는 출력에너지가 많은 셈이다.
핵융합발전을 위해서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가 필요한데, 현재 가장 가능성있는 것으로 토카막이 부상되고 있다. JET는 세계 3대 토카막장치의 하나로 에너지 입출력 비에서 0.8까지를 실현, 가장 앞서가고 있는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핵융합원료로 삼중수소를 사용한 것은 그동안 이론만으로만 그쳤던 핵융합시나리오를 한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JET는 91년말부터 약 1년반에 걸쳐서 대공사를 해, 플라즈마가 직접 토카막의 벽에 부딪치지 않게끔 배기장치를 만들 예정. 이를 통해 플라즈마 내의 불순물을 최대한 줄이고 가열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그후에는 JET 최후의 실험으로서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비율이 반반인 본격적인 핵융합실험을 95~96년 사이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것으로 JET의 역할은 끝나며 차세대 핵융합로에 바통을 넘기게 된다.
앞으로 주목되는 차세대 주자는 국제협력(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의해 건설될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로 이미 개념설계가 끝난 상태. 개념설계에 따르면 토카막 반지름은 6㎝이며 출력에너지와 입력에너지의 비는 50 이상으로 잡혀있다. 아직 1을 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비약이다. 금년부터 실제로 제작에 들어가 공학적 설계가 시작됐지만 1천2백명의 연구자를 6년간 투입하고 7억5천만달러라는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ITER이 성공한다고 해도 핵융합발전이 실현되려면 그뒤로도 몇고비를 넘겨야 한다. 2000년이 넘어야 ITER이 본격 가동될 것이고 경제성있는 핵융합로를 만드는 과정(2020년 예상)을 거치다보면 실용화된 핵융합발전은 21세기 중반에 가서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