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화재의 영향에 대해 정부측 과학자와 재야과학자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월7일 쿠웨이트에서 불타고 있던 마지막 유전이 진화됨으로써 전세계인을 환경테러의 공포에 몰아넣은 걸프전 유전화재의 불길이 마침내 모두 잡혔다. 유전화재진화전문가들이 사태 초반에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시간에 얻은 성과라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진화만이 사태의 끝은 아니라며 일련의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최근 걸프전에 얽힌 환경·과학분야의 의문 3가지를 지면에 실었다. 다음은 그 각각의 내용.
-쿠웨이트의 유전은 완전히 재생불능이 됐는가.
작년 봄, 유전의 불길이 처음 올랐을 때 그 연기 속에는 검댕 못지않게 많은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두고 석유산업전문가들은 석유층 밑의 대수층(帶水層)이 터진 것이 아닌가 우려했었다.
작년 5월 미 국방성과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페르시아만지역의 환경상태를 조사한 워싱턴 대학의 대기과학자 피터 홉스는 유전화재연기 속에 수증기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대학의 토마스 카힐은 뒤이은 조사에서 연기 속에 소금성분이 많았다고 지적한 뒤 이 소금이야말로 대수층이 기름층을 오염시킨 증거라고 주장했다.
진화작업이 끝나기 전부터 들려왔던 기존 유전의 유압(油壓)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만약 세계 굴지의 산유국인 쿠웨이트의 유전 다수가 재생불능이라면 이는 세계유가(油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쿠웨이트유전화재가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그러나 아시아에도 영향이 없었을까.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기상학자 토머스 설리번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전화재 연기의 이동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그는 작년 4월 방글라데시를 강타해 1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속에 이 연기의 상당부분이 섞여있었음을 확인했다. 그 뿐 아니라 작년 중국의 폭우와 홍수도 모두 이 유전화재 연기에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카힐은 설리번과 입장을 같이해 연기 속의 소금이 폭우를 몰고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소금만큼 구름을 잘 모으는 촉매제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카힐은 이번 유전화재가 "역사상 최대규모의 구름형성실험"이라고 표현한다.
-미국정부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에게, 유전화재가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어도 일체 함구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전쟁 중에는 군의 사기를 위해서도 불가피하게 검열을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종전 이후에도 몇달동안 미국해양기상국(NOAA)같은 부처는 보도 검열을 받아야했다. 지난 1월 16일 미국 정부가 수신자인 한 외교우편은 "유전화재로 인한 페르시아만 지역의 환경오염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시간 미국 정부는 이 지역의 환경오염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국민들 앞에 공식발표했다.
NOAA의 국장인 존 크나우스는 백악관의 함구 지시가 "상상이상으로 강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조사책임역을 맡았던 NOAA의 존 로빈슨은 이 검열 지시를 백악관의 내무담당보좌관인 스테판 단잔스키라는 사람이 내렸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단잔스키는 이를 부인하면서 모든 지시는 국무성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 검열시비는 하원소위를 통해서 그 진상이 밝혀지며 미국민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