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세월따라 다양한 모습 선보인다

태양계 행성관측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아니지만 지구와 이웃사촌인 수성 금성 목성 토성은 여느 별보다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늦가을이 되었다. 뒹구는 낙엽을 몰아대는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어찐지 모르게 쓸쓸해지는 이 계절에, 차갑게 와닿는 밤하늘에서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행성들에 망원경을 향해 보자. 모양을 달리하여 빠르게 이동해가는 수성과 금성, 예쁜 테를 두른 토성, 굵은 줄무늬 띠를 두르고 네개의 위성을 거느리는 목성은 마치 밤하늘의 귀염둥이 같아 쓸쓸함을 잊게 해준다.

11월에는 수성 금성 목성 토성을 관측할 수 있으나 화성은 태양에 가깝게 있어 불가능하다. 더 바깥쪽 행성인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은 너무 작고 어두워 소개하지 않기로 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서쪽하늘에는 토성이 염소자리에 위치해 순행중이며 저녁 9시 정도에는 지평선 아래로 지게된다. 광도는 0.7등급이며 직경은 초순에 37.5초에서 말에는 35.9초의 크기를 나타낸다. 수성도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데 그 고도는 지평선으로 부터 점점 올라가 19일에는 가장 높아 동방최대이각이 된다. 이때의 밝기는 0등급이다. 광도는 초순에 -0.3등급에서 하순에는 0.7등급이 되며 시직경은 5.1초에서 8.6초로 변한다.

수성과 토성이 서쪽하늘로 져버리고 밤의 반이 지나 1시경이 되면 동쪽하늘의 사자자리에서 목성이 빛나며 떠오른다. 광도는 11월 한달 동안 -1.9등급에서 -2등급 사이이며 시직경은 34초에서 36.6초로 점차 크게 보인다. 목성이 떠오르고 한시간 남짓되면 금성이 밝기를 자랑하며 떠오른다. 금성은 광도가 -4.4등급에서 -4.2등급으로 변하며 크기는 24.8초에서 18.6초이다. 2일에 서방최대이각이 돼 일출 직전에는 고도가 45°까지 이르게 되고 그 이후 점차로 고도는 낮아진다.

태양계의 행성중 태양에 제일 가까운 수성은 그 가까운 위치 때문에 이각이 작아 해가 진 직후 서쪽하늘이나 해뜨기 전 동쪽하늘에서 낮게 잠깐동안만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관측 기회도 적어 케플러마저도 수성의 운동을 밝혀내지 못했다. 1631년 수성의 일면통과가 관측됨에 따라 그 궤도요소가 분석됐다. 수성은 회합주기(내합과 외합간의 주기)가 88일로 짧은 시일 동안에 태양의 동쪽과 서쪽을 왕복해 1년에 몇번이고 최대이각을 이룬다. 최대이각에서 밝기는 0등급 전후다. 수성은 최대이각을 전후로 약 10여일 밖에 관측을 못하므로 달과 같이 차고 기우는 위상의 변화도 충분히 관측하지 못한다. 표면은 대기로 두껍게 싸여 단지 희게 빛날 뿐이어서 그 표면은 탐사위성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다.

「개밥 바라기」와 「샛별」

금성도 내행성이므로 저녁의 서쪽하늘이나 새벽의 동쪽하늘에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저녁때 서쪽하늘에 있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 하고 새벽녘 동쪽하늘에 있는 금성을 '샛별'이라 했다. 금성은 지구에서 가까울뿐더러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있어 반사율이 무려 76%에 이른다. 따라서 행성중에서 가장 밝게 빛나 최대 -4.6등급까지 된다.

금성도 수성과 비슷한 운동을 하지만 이각이 크고 회합주기는 2백43일로서 좀 더 높은 고도에서 오랜 기간의 관측이 가능하다. 그 위상도 연속관측하면 약간 이그러진 원형에서 마치 초승달과 같은 모양까지 제법 긴 시기에 걸쳐 달의 모양변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단 지구와의 거리가 달라지므로 보름달 형태로 갈수록 작아지고 초승달 모양으로 가면 크게 보인다. 금성 역시 두꺼운 대기 때문에 그 표면의 모습이나 대기의 변화 등은 관측할 수 없다.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중 가장 큰 행성이다. 지구 직경의 11배에 이른다. 하지만 질량은 그 크기에 비해 작아 전체비중이 1에 미치지 못한다. 만일 목성을 물에 넣는다면 둥둥뜬다는 이야기가 된다.

목성은 주성분이 메탄 암모니아 수소 헬륨인 대기에 둘러싸여 있고 자전주기가 빨라 원심력때문에 외형이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자전주기는 위도마다 달라서 적도부위는 9시간 50분, 극부근에서는 7시간 55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목성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목성의 위성이다. 위성을 20개 넘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 특히 네개의 큰 위성,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칼리스토들은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밝다. 실제 크기도 상당히 큰 편인데 가니메데는 수성보다 덩치가 크다. 이들은 목성 주위를 돌며 목성의 좌우로 늘어서 있기도 하고 목성의 뒤로 숨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서 자기의 그림자를 목성에 드리우기도 한다. 또 목성의 그림자속으로 숨기도 해 목성이 거느린 귀염둥이 자식 같기도 하다.

이 네개의 위성들은 일찍이 갈릴레이가 발견했다 해 '갈릴레이 4대위성'이라고 한다. 이들 네개 위성은 80년대에 보이저 1, 2호에 의해 그 자태가 상세히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각자 독특한 표면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오에서는 화산폭발도 관측된 바 있다. 목성의 표면은 유동적인 대기가 두껍게 대류권을 형성해 띠모양으로 보이며 복잡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 특히 대적반이라 불리는 크고 붉은 반점이 유명하다. 이 대적반은 길이가 4만㎞ 폭이 1만㎞ 정도의 저기압 부위라고 생각되는데 세월에 따라 밝기 크기 색상이 변하는 목성관측의 명소다. 최근에는 탐사위성으로 목성에도 토성과 같은 띠가 있음이 밝혀졌으나 밀도가 희박해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토성은 그가 두르고 있는 띠 덕분에 많은 아마추어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다. 토성도 목성과 같이 자전주기가 빠르고 밀도가 낮은 목성형 행성으로서 비중이 물보다 작다. 최근에는 흰반점이 출현해 많은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토성의 띠는 역시 갈릴레이가 처음 관측했으나 그 당시 갈릴레이가 사용한 망원경의 성능이 좋지 못해 '양쪽에 귀를 가진 행성'으로 표현됐다. 그후 귀가 아닌 띠임이 밝혀졌고 카시니는 그 띠에 틈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틈을 '카시니의 틈새'라 한다. 현재 띠는 크게 A B C로 구분되는데 A와 B 띠의 사이가 카시니의 틈새다. 틈새는 6, 7㎝ 정도 구경의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그 구조는 마치 레코드판의 홈처럼 수많은 링의 연속으로 돼있다.

토성띠의 평면은 황도면과 28° 경사를 이루고 있어 보이는 각도와 시기에 따라 한쪽면이 보였다가 수평으로 서고 그 후 점차로 반대쪽면이 보였다 한다. 수평으로 보이는 시기는 약 15년을 주기로 나타나는데 띠는 그 넓이에 비해 두께가 극히 얇아 마치 띠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시기를 '띠의 소실'이라 한다. 앞으로 수년간 띠의 변화를 (그림 1)로 나타냈다. 다음번 띠의 소실은 1995년이 된다.

토성은 목성에 견줄만큼 많은 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어두운 것들이다. 그 중 가장 밝은 것은 타이탄으로 83등급에 불과하지만, 소형망원경으로 쉽게 확인된다. 이 타이탄은 수성과 크기가 비슷하며 태양계의 위성중 유일하게 대기를 가지고 있다.

수성 금성은 그 표면이 두껍고 반사율이 높은 대기에 가려 볼 수 없으므로 주로 위치관측과 위상관측이 이루어진다. 위치관측이란 좌표적인 기준을 정해 이동을 관측하는 것을 말한다. 방법은 두가지다. 첫째는 별자리를 기준으로 한다. 적당한 성도를 준비해 2, 3일 간격으로 별자리와의 상대위치를 표시해 나가면 별자리 사이를 순행 역행 하면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태양 위치 기준이다. 일출 일몰전 30분 또는 1시간 전을 기준으로 해 매일 또는 2, 3일 간격으로 방위각과 고도를 기록하면 태양과의 위치변화를 알 수 있다. 만일 고도와 방위각의 측정기가 없을 경우에는 지형지물(나무 건물 탑 전신주 등)을 기준으로 상대 위치를 기록해도 좋다.
 

(그림1)토성띠의 변화모습


위치관측과 위상관측

위상변화관측은 망원경으로 한다. 수성의 경우는 그 크기가 작게 보이고 관측기회도 적어 좀 까다롭지만 금성은 관측시기도 길고 시직경도 커서(25~40초) 4㎝급 이상이면 그 모양과 크기변화를 충분히 연속 관측할 수 있다. 기록은 표면에 무늬가 없기 때문에 그 크기와 모양만 하게 되는데 가능하다면 눈금이 있는 접안경을 사용하면 크기를 측정하기 쉽다. 동일 광학계로 촬영한 사진은 필름상에서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목성과 토성은 대류권에 따른 대기의 변화가 복잡하고 위성과 띠 등 관측할 것이 많아 초심자에게도 경험자에게도 좋은 대상이다.

처음에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역시 내행성과 같이 위치관측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도에 그 위치를 기록하며 외행성의 시운동을 기록한다. 토성띠의 존재나 목성의 줄무늬의 존재, 목성의 4대위성 등은 4㎝급의 망원경부터 가능하며 7.8㎝급부터 무늬의 세부와 토성띠의 2중구조 등이 보인다.

표면의 모양을 상세히 관측하려면 좀 더 큰 망원경이 필요하게 되지만 구경이 커질수록 기류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안정된 상을 얻기 힘들다. 아마추어들에게 15~20㎝ 근방이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림2)11월 전후의 수성 금성 목성의 위치


행성을 관측하는데 있어서는 그대로의 감상도 좋지만 기록을 남겨두면 보람있는 일도 되거니와 좋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행성을 보는 사람들은 잡지나 관련 서적에서 보아온 느낌과는 달리 너무도 작게 보이는데 실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사진들은 필름을 확대 인화하거나 세계 유수의 대형망원경 또는 탐사위성이 행성에 접근해 촬영한 것으로 이 사진에 익숙한 사람들은 60~1백배 정도에서 성냥알만하게 보이는 목성이 실망스러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망원경 성능에 문제가 없다면 시간을 두고 끈기있게 관측해 눈을 훈련시키면 직경 10㎝정도 망원경으로도 표면의 큰 모양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15~20㎝급이면 제법 미세한 구조까지 보인다. 초보자는 좋은 망원경이라 할지라도 미세한 구조는 볼 수 없으며 최소 2백시간 정도 관측경력을 지녀야만 눈의 예민성이 길러져 망원경의 성능이 낼 수 있는 최고한도까지 세세한 구조를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작은 망원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처음 본 느낌에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관측해서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측하는 날은 대기투명도가 높고 공기가 안정된 날을 택해야 하며 미리 망원경을 관측장소에 1시간정도 전에 내놓아 외기온과 일치시키는 것이 좋다. 경통 내부의 난기류를 방지하고 렌즈나 거울의 변형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다. 배율은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망원경에 따라 다르지만 15㎝급이라면 중정도의 배율(1백배 전후)과 2백배 전후의 고배율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록은 스케치로 하는데, 준비물로서는 B~4B정도의 연필 몇자루, 지우개, 문질러서 부드러운 효과를 낼 수 있는 도구, 너무 밝지 않도록 전면을 셀로판으로 감싼 회중전등, 기록용지 등이 필요하다. 기록용지는 통용되고 있는 관측용지를 사용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만든 용지를 사용하며 외형적인 선(본체의 타원, 띠의 모양)을 미리 그려두면 편하고 정확히 그릴 수 있다. 스케치의 순서는 외형선 안에 무늬의 큰 모양과 위치를 정확히 선으로 표기한 후 세부를 묘사해나가며, 마지막에는 도구를 사용해서 부드러운 농담 차이 등을 표현하는 순으로 한다. 이때 목성과 토성은 자전시간이 빠르므로 2, 30분 내에 해야 한다. 관측용지에는 일자 시간 월령 하늘 상태 등을 기록하고 관측장비의 세부사양(구경 배율 형식 등), 관측장소, 관측자 이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공백이나 비교난에는 관측소감이나 관측당시의 주변 상황, 특이한 점 등을 기록해두면 두고두고 기억속에 떠올릴 수 있는 훌륭한 기록이 된다.

사진 촬영도 여건이 허락하면 시도해볼만 하다. 하지만 세부묘사는 스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도 있다. 작은 대상들은 콜리메이트법이나 접안경확대촬영을 해야만 어느 정도의 볼만한 크기로 촬영된다. 그 크기와 노출시간은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또한 행성들은 그 궤도 경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아서 서로 가까이 접근해 보이기도 하고 달과 조우하기도 하는데, 이번달은 금성과 목성이 동쪽하늘에서 사자자리의 α(레굴루스)별과 랑데부를 하며, 초순에는 달까지 합세해 장관을 이룬다. 카메라에 ISO100정도의 필름을 넣고 일출 3, 40분전 조리개 2.8이나 4에서 3~5초 노출로 촬영하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표)행성의 표준 노출 시간(ASA 100)


목성위성의 상호식

1990년 말부터 1992년 3월까지는 목성의 4대위성 궤도평면이 지구의 방향으로 수평으로 서게 돼 갈릴레이 위성들이 서로 가리는 '상호식'이 관측된다. 긴주기를 가지고 나타나므로 독자여러분들도 많은 관측과 기록을 남기기 바란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혁기 연구간사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