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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설 전파공학과를 찾아서

고도 정보화사회의 역군을 기른다

위성통신 이동통신 등 통신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관련기업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92년 수도권 7개대학에 전파공학과가 생겨났다.

92학년도부터 고려대 광운대 경희대 아주대 연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수도권 7개대학에 전파공학과가 새로이 생겨났다. 학부과정부터 전파를 특화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공과대학에 전파공학과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제기된 것은 91년 6월. 그로부터 5개월여만에 7개교가 신입생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은 고급기술인력수요가 급증하는 저간의 상황을 감안한다해도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과가 신설되기까지는 관계부처인 체신부의 발빠른 행정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전파공학과 출신 졸업생들의 미래직장이 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 각 대학의 입학지원서 접수 개시 직전인 지난 11월 23일에는 체신부에서 해당 학교측에 문안까지 작성해 건네주며 전파공학과의 대대적인 홍보를 부탁할만큼 관계기관의 과신설작업 지원은 적극적이었다는 것.

대학측의 호응도 기대 이상으로 컸다. 당초 정부는 기업의 요구를 감안해 3개학교 정도에 전파공학과 신설허가를 내주려했으나 신설을 신청한 학교가 전국적으로 23개 대학에 달해 최종적으로는 7개 대학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 바람에 애당초 약속했던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이 단위학교별로는 줄어드는 셈이 됐지만 각 학교별로 5억7천만원씩이 보조금으로 나오고 우수학생 1인당 연 2백만원씩의 장학금도 지급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서 전파공학육성지원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도 최근들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조차 힘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동통신, 위성통신 등 통신분야산업의 인력부족을 첫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차량전화 휴대용 전화 등 이동통신의 대표격인 셀룰러폰(cellular phone) 서비스의 가입자가 84년만 해도 2천6백명에 불과했으나 90년에는 8만명 91년말에는 그의 두배인 16만명선에 이를만큼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수요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 분야를 감당할만한 기술인력은 태부족이라 현재 이동통신 설비는 대개 해외제품을 사다쓰는 실정이다. 이대로 통신시장 개방을 맞게되면 미·일 등 선진국에 고스란히 우리 시장을 넘겨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이 분야의 고급기술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박하게 대두된 것이다.
 

통신분야의 고급기술인력난이 심각하다. 사진은 대학입학지원서 접수상황


마이크로파 공학 등 주로 다뤄

학교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파공학은 그간 전자공학과의 커리큘럼 속에 포함돼 강의돼왔다. 그러나 개설 교과목수가 많아야 4, 5개를 넘지 못했고 전자기학, 초고주파공학, 안테나 및 전파전파(wave propagation)등 몇 개 교과목 강의만으로는 전자파 관련분야에서 활동할 인력을 길러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물론 신설 전파공학과의 학생들도 기초 교양과정이 되는 1, 2학년에는 전자회로실험이나 회로이론 계측 전자기학 물성(物性)이론 등 전기·전자공학의 기본인 내용을 공통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나 3, 4학년 과정에서는 마이크로파공학 레이더공학 위성통신시스템 이동통신시스템 등 전파공학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강의를 주로 듣게 된다.

7개학교의 전공강의 내용이나 운용은 교수진의 연구경향이나 기존 전자공학과와의 관계설정 또 정부 기업등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소간 차이를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핵심적인 내용은 '통신'과 '전자파와 광파의 응용'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고려대학교 전파공학과 학과장 차균현교수는 교과과정에 대해 "굳이 분류해본다면 하드웨어에 관한 것이 3분의 2정도, 소프트웨어에 관한 것이 3분의 1정도"라고 설명한다. 이동통신을 예로 들어 이를 풀어보면 안테나, 카폰(car phone) 등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기들이 모두 하드웨어가 될 것이고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가 된다.

하드웨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전자공학과에서도 필수로 배우는 전자회로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함은 물론 초고주파인 마이크로파 회로구성에 대한 지식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마이크로파 소자 및 회로를 이해하는 마이크로파 공학이 기초핵심 강의가 된다. 여기에 신호방식인 디지털공학을 이해해야 하며 시스템의 일부를 이루는 안테나와 레이더의 설계 제작 운용 능력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의 변화보다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의 개발로 발전 정도를 높여가는 전자공학과는 달리 전파공학은 한 기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다른 기기의 변화를 요구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발전체제다. 한 예로 위성을 이용하는 HDTV가 출현하려면 기존의 TV 송수신에서 사용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안테나와 송출기 수신기 등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파공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컴퓨터앞에 앉아 치밀한 수치계산을 하는 것 못지않게 기계를 고치고 새로 만들어내는 일에도 흥미를 가져야 한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전파공학과에서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또 한 부류의 사람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 전파가 왔다갔다 하는 곳은 불확실한 요소로 가득차 있는 3차원 공간이다. 따라서 전파가 제 갈 길을 갈 수 있게 하려면 3차원적인 벡터해석으로 정확한 수치를 계산해내야 하며 특히 확률에 깊은 이해가 있어야한다.

전자산업이 발달하고 위성통신 이동통신이 각광을 받으면서 각종 전자기기들이 일으키는 공해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MI(전자파 장해)가 바로 그것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전파환경공학도 전파공학의 중요한 연구분야가 된다.
 

전파공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아 치밀한 수치계산을 하는것 못지않게 하드웨어 만드는 일에도 흥미를 가져야 한다.


교수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

한편 올해의 입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전공과정 수업을 받게 되는 내년까지는 무엇보다도 교수진의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홍익대학교 전파공학과 학과장 구연건교수는 "대개의 학교들이 내년까지는 2~3명의 교수를 새로 임용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전파공학이 실험시설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공부하기도 어려운 분야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유학을 마치고온 사람들 중에도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 적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올해 학부과정을 개설한 데 이어 93년에는 석사과정 94년에는 박사과정을 순차적으로 개설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체신부가 전국최초의 첨단기술특약학과로 홍보한 것처럼 모자라는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대학의 인력육성을 적극지원하는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전파공학과의 신설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의 들뜬 분위기가 자칫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현재로서는 졸업생들의 1백% 취업이 낙관시 되지만 관련산업의 성쇠에 따라 학과에 대한 지원규모도 들쑥날쑥해져서 소신있게 특성학과를 지원한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수진의 당부다.

또 91년 서울대의 전기·전자 제어계측의 3과가 통합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부과정에서는 특정 전공의 강조보다는 공학일반의 기초를 섭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최근의 흐름에 비추어볼때 전파공학과 분리신설이 꼭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대해 홍익대의 구연건 교수는 "전파공학과가 분리됐다해도 기존의 전자공학과와 교수·학생을 폭넓게 교류해 학생들이 자기 지향과 재능을 다양하게 검토해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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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정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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