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빙산 B-9를 아십니까.' 이 빙산의 크기는 미국뉴욕의 롱 아일랜드(섬) 만하다. 지금부터 1997년까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에 물 두컵을 줄만큼의 얼음을 갖고 있다.
총연장이 약 1백50㎞에 이르는 이 슈퍼빙산은 1987년 말 남극대륙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 빙산의 높이는 2백26m로 측정됐다. 따라서 물 위로 항해한다기 보다는 물속에 잠겨있다고 보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바람이 아니라 해류에 의해 이동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탄생 직후부터 B-9는 미국 라몬트 도허티 지질 관측소의 집요한 추적을 받고 있다. B-9는지금까지 이 관측소 연구원들의 기대대로 약 2천㎞를 항해했다. 처음 몇개월 동안 B-9는 남극대륙의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당시 연구원들은 조류가 그 빙산을 남미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측은 완전히 벗어나고 말았다. 남쪽으로 흐르는 조류가 B-9를 남극대륙으로 되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 결과 1988년 8월 남극대륙의 로스빙벽과 충돌했다.
그 충격의 여파로 튕겨나온 B-9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폭 1백92㎞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소용돌이에서 간신히 나온 B-9는 다시 북쪽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뒤 '날카로운'서향(西向)의 조류가 빙산의 한쪽 끝을 강타, B-9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되었다.
회전을 진정시킨 B-9는 다시 북쪽을 향해 떠내려갔다. 그때 그 빙산은 세조각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 이유는 해양의 밑바닥과 부딪친 결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해 여름(남극대륙은 겨울) 세조각으로 쪼개진 B-9는 남극대륙에서 약 8백㎞ 떨어진 곳의 얕은 물에 붙잡히고 말았다.
연구원들은 B-9를 그곳까지 옮겨놓은 조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조류가 남극대륙으로의 열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