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TV로 알려진 HDTV가 이미 일본에서 실용화됐다. 항상 꿈으로만 여겨왔던 대형 벽걸이 TV도 멀지 않은 시간내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의 TV환경은 어떻게 변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미래의 TV는 어떤 모습일까. 선명도 다섯배, 컴팩트디스크 수준의 음질, 화면비의 개선(가로 세로 16:9, 기존 TV는 4:3)등으로 현장감을 최대로 살린 HD(고선명) TV가 일본에서 8시간 방송체제를 갖추면서(일본명 하이비전) TV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일본 샤프사에서 내놓은 액자모양의 14인치 액정TV는 TV의 벽걸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일단은 화질이나 음질면에서 최소 35㎜ 영화관을 안방으로 옮겨놓았다는 HDTV가 미래 TV의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돼 있기는 하지만, HDTV가 실용화되기 전 TV는 어떤 과정을 거쳐 HDTV로 갈 것인가, 현재의 TV는 어떻게 개량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HDTV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선명 TV'로 부르기로 한 이 21세기 TV도 일본에서 제일 먼저 실용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미래 TV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고만은 볼 수 없다.
수상기를 개량
최근 매스컴의 TV수상기 광고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듯하다. 수평해상도 8백 실현, 중저음 서라운드 돔스피커로 현장음 재현, 인공지능 화질조절기능, 평면사각브라운관 등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TV매체에 대변혁이 일어나는 듯한 착각이들 정도로 현란하다. 하지만 이 선전문구는 고선명TV처럼 TV방송 전체가 달라지는 변화가 아니라 기존 TV방송체제(NTSC식,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가 채택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SECOM, 서유럽국가에서는 PAL방식을 취하고 있음)에 따르되, 수상기를 보완해 TV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수상기를 개량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화질이나 음질이 개선되고, 여러 기능들이 부가돼 뚜렷이 달라진 TV를 느낄 수 있다.
화질과 관련된 수상기 개량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수평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TV의 화질은 기본적으로 주사선수에 의존한다. 그런데 기존 TV(NTSC)는 주사선수가 5백25개로 한정돼 있다(PAL이나 SECOM은 6백25개). 그러나 하나의 주사선수에 들어가는 화소수는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이 수평해상도를 높이는 방법.
기존제품의 수평해상도는 3백에 머물러 있었는데, 최근 회로설계 및 브라운관 제조기술의 발달로 6백에서 8백 사이의 제품이 출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TV의 수평해상도는 25인치가 7백50, 29인치 33인치가 8백수준이다. 이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머리카락이 올로 구별돼 보이는 수준. 9백까지도 가능하지만 이 수준은 시청자가 별로 예민하게 느끼질 못하기 때문에 제품화되지 않고 있다.
화질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색조조절이다. 선명도를 결정하는 콘트라스트(contrast)와 샤프니스(sharpness), 색상을 조정하는 컬러(color)와 틴트(tint), 밝기를 결정하는 브라이트(bright)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이 이를 상황에 맞게 매번 조절하면서 보질 않는다. 따라서 이 다섯가지 기능을 적절히 조합해 하나의 키로 통합해 놓고 3단계로 조정하게 한 것이 요즘 TV의 추세다. 이를 보통 부르기좋게 인공지능 TV라 한다.
다음에 들 수 있는 것이 평면사각 TV. 보통 브라운관은 앞면이 약간 볼록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평판형으로 바꾼 것이 평면사각이다. 볼록한 것은 조명에 의한 반사로 시각에 장애가 올 수 있으나 평면사각일 경우는 조명반사가 바닥을 향하게 되므로 시각장애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간접적으로 화질개선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
최근 출고되는 TV수상기에는 VTR의 고급화질을 수용할 수 있는 단자가 부착된 것이 있다. 즉 멀티미디어 시대에 외부기계의 화질이 한층 좋아졌을 때 이를 수용하기 위한 단자.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VTR은 이 단자를 이용할 필요가 없으나 일부 수입품(S-VHS VTR)의 경우는 이 단자를 활용하면 좀더 고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화질 못지않게 TV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음질. 음질과 관련해 가장 큰 변화는 음성다중방송. 음성다중이란 외국어를 선택해 들을 수 있고 스테레오사운드가 가능한 방송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뉴스와 외화등 30% 정도가 음성다중으로 송출된다. 음성다중방송수상기는 91년 기준 40~45% 정도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송사에서는 제작 여건(제작비 전파송신료 등)을 이유로 서울 경기지역에만 음성다중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외의 지역은 음성다중방송용 수상기를 사도 음성다중방송을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지방에서 음성다중 TV가 더 잘 팔린다고 한다. 방송사와 수상기 제작사에서 '눈가리고 아옹'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TV스피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돔방식이다. 앞쪽에 있던 스피커를 뒤로해서 나팔의 원리를 이용, 음을 확산시키는 것. 그렇게 되면 저음이 잘 전달되고 음량이 커진다.
TV에 서라운드 스피커가 붙어다닌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요즘은 이 서라운드 음을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3단계로 차이를 두어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즉 리모콘을 조 해 스포츠중계(넓은 공간)시에는 서라운드 음을 본음과 시간차를 많이 두고, 음악회(중간 공간)의 경우는 적당한 수준으로, 드라마(좁은 공간)는 시간차가 거의 없게 조절한다. 여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외에 요즘 TV에 채택되는 신기술로, 브라운관의 길이를 가능하면 짧게 해 TV의 앞뒤간 거리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대우전자 상품기획과 이동성 차창은 "브라운관이 짧아지면 화질이 많이 떨어졌으나 요즘은 기술개발로 화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브라운관의 길이를 많이 줄였다. 과거에는 권총과 m16이 명중도에 있어서 차이가 많았으나 요즘은 권총의 성능이 향상돼 별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HDTV와의 교량역할
이러한 부분 개량기술과는 별도로 TV전파를 주고 받는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IDTV(Improved Definition TV). 원래 TV전파는 송수신 모두 아날로그 방식. IDTV는 방송송신방식은 전혀 손대지 않고 수상기에서 데이터를 디지털처리해, 색이 재현이 잘 안된다든가 데이터가 깨진 부분을 보완해 주는 TV다. 디지털처리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정도까지는 손상된 데이터의 복원(error correcting)이 손쉽다는 것. 이렇게 되면 체크무늬선이라든가 깜박거림 등이 한결 줄어들고 노이즈도 감소돼 방송국에서 보는 화면정도의 선명도는 확보할 수 있다.
IDTV는 86년 말 일본에서 개발됐으나 가격이 기존 TV의 두배나 비싼데 비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체감 화질'이 가격상승분 만큼 따라가질 못해 상품화되질 못했다. 당시만해도 디지털처리하는데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기술적으로는 88년에 IDTV 개발을 끝냈으나 같은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 다음단계로 등장한 것이 EDTV(Extended Definition TV). IDTV가 방송국에서의 시설 개선을 전혀 하지 않고 수상기에서 신호처리를 통해 화질향상을 도모했다면 EDTV는 방송설비도 약간 수정해서 해상도를 높이자는 것. 물론 기존 컬러 TV와는 100% 호환성을 유지한다. 수상기에서 신호처리를 개선해도 보내주는 신호(정보량)가 그대로면 눈에 띄는 개선은 이룩되기 힘들다는데서 나온 방안이다. EDTV란 주사선수는 그대로 놔두고 화소(pixel)수를 조금 늘려 명암을 더 다단계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방송국에서 전파를 보낼 때 부가신호를 넣어주면 고스트(ghost)를 제거할 수도 있다.
EDTV의 선두주자도 역시 일본. 89년에 이미 클리어비전(Clearvision)이라는 이름아래 방송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개발을 끝내고 수상기업체와 방송국 간에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DTV와 더불어 일본과 유럽에서는 넓은 지역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으며 난시청을 해결할 수 있는 위성방송에도 관심을 가졌다. 위성방송은 주파수 대역폭이 27㎒(기존 TV는 한 채널당 6㎒)나 돼 고화질과 컴팩트디스크 수준의 PCM(Pulse Code Modulation) 방송이 가능하다. 또한 중계국이 필요없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유럽에서는 지역적으로 작은 나라들이 인접해 있어 위성을 공동으로 개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워낙 지역이 넓고 통신위성을 이용한 CATV(유선 TV)가 이미 많이 보급돼 있어 직접위성방송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위성방송이 활발한 나라는 일본. 86년에 직접 위성방송을 두채널 시작했고, 90년대에 들어서는 방송위성 BS-3a와 3b를 발사, 3개채널을 위성방송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모든 길을 HDTV로
여기저기 TV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모든 흐름을 하나로 모은 것이 HDTV(High Definition TV)라 할 수 있다. HDTV의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64년 도쿄올림픽을 마치고서이다.
1950년 미국 RCA사에서는 컬러 브라운관 개발에 성공, 다음해부터 미국은 컬러방송시대를 열었다. 이로부터 9년뒤(1960년)에 일본에서 컬러방송을 시작했으니까 당시만 해도 미일간의 기술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위성방송을 성공시킴으로써 단숨에 미국과의 격차를 줄였다. 그리고 곧이어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무엇을 가지고 앞서갈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NHK기술연구소에서는 입체TV와 고정밀 TV를 내놓았다. 초기에는 입체 TV가 각광을 받았다. 고정밀이라는 것은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존기술을 개량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왜 인간의 눈에는 세상이 입체적으로 보일까. 연구의 초점은 생체의 신비를 해명하는데 모아졌다. 오른눈과 왼눈이 보는 화상이 뇌에서 겹쳐져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설명이 가능하나, TV화면을 입체화하는 데는 이 이론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입체 TV쪽은 두손을 들었고 방향전환이 고정밀 TV쪽으로 모아졌다. 고정밀이라는 표현도 HD(High Definition)로 바뀌었다.
우선 화소수를 증가시키는 방안이 연구됐다. 어느 정도가 인간의 눈으로 보아 가장 자연에 가깝겠는가. 화소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나 전파에 실려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돼 있으므로 적정한 타협안이 필요했다. 여러가지 실험결과 기존 컬러 TV의 다섯배 정도가 타당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려면 주사선수는 1천24개 이상이어야 했다. 연구팀은 주사선수를 이보다 1백개 정도 더해 1천1백25로 결정했다.
그리고나서 각계의 의견을 구했다. 그중에서 인간의 시각과 심리 관계를 연구하던 그룹이 이의를 제기했다. "깨끗한 화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울 뿐 박력이 없다". 연구팀은 이의제기를 즉시 받아들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화면을 와이드화하는 것이다. 그저 넓게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가로 세로 비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헐리우드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리고 자체 품평회를 가진 결과, 세로 가로 비율을 3대 5로 하는 것이 가장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그후 9대16으로 변경).
고선명 TV화면은 브라운관 세로 크기의 두세배 정도 거리에서 떨어져 보면 선명함과 현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기존TV(화면비율 3대4)는 세로 크기의 6, 7배는 뒤로 물러나서 봐야하는 단점이 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HDTV 실용화시기는 앞당겨졌다. 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HDTV로 시험방송했던 일본은 91년 말에 8시간 방송체제를 갖추었다. 일본의 하이비전은 뮤즈(MUSE)방식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해야 한다. 현재 수상기 1대가격(33인치)이 약 2천만원에 달해 당분간 큰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비전의 신호처리가 소리는 디지털인데 비해 영상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수신안테나의 규모가 작거나 위성에서 쏘는 전파를 받기 어려운 지역이나 거리가 먼곳은 기대했던 만큼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HDTV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미국은 일본보다 10여년 늦은 77년부터 개발에 착수, 인공위성을 이용하지 않는 지상중계방식의 HDTV를 개발중이다. 미국이 지상중계방식을 택한 이유는 일본과는 다른 독자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억6천만대나 되는 기존 TV 수상기와의 호환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가전종합연구소의 박영준과장은 "미국방식은 NTSC채널을 그대로 놔두고 중간중간에 HDTV를 송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더군다나 90년 6월 그동안 연구해오던 아날로그 방식을 버리고 풀(full)디지털방식을 채택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93년 6월 최종적으로 미국표준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그동안 전자산업에서 일본에 참패를 당해왔다. 특히 번듯한 가전업체 하나 없이 일본의 독주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HDTV를 전자산업에서 회생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마지막 시험대로 생각하고 있다. 국방부와 상무부는 물론 의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니스 IBM 모토롤라 Gl등이 콘소시엄을 형성해 HDTV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용화시기는 94년으로 잡고 있다.
유럽의 HDTV 개발은 조금 혼선을 빚고 있다. 기존 TV방식은 팔(PAL)이나 세콤(SECOM)을 일단 D2맥(MAC)으로 통합하고 이를 HD 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가졌으나, 설비투자를 해야하는 방송국측에서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팔(PAL)을 조금 개량한 팔플러스로 하자는 제의도 나올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 하지만 HDTV를 EC통합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정치적 목적도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조만간 노선이 정리될 전망이다. 예정대로라면 올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시험방송을 하고 94년에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추세를 놓고 볼 때 현재까지 HDTV 선두주자는 단연 일본. 그렇다고 세계 TV의 흐름이 일본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공산은 크지 않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견제가 심하고 미국이나 유럽이 독자방식으로 HDTV를 개발해가고 있기 때문. 특히 미국의 디지털화한 지상중계방식은 일본의 유즈방식을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기 때문에, 하이비전은 일본시장을 벗어나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HDTV가 실용화되면 영화제작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영화제작의 전과정이 전자화되고 필름으로는 불가능한 고도의 특수효과가 가능해진다. 또한 인쇄출판이 HDTV와 컴퓨터, 레이저프린터가 결합된 전자출판으로 바뀌게 돼 '인쇄문화의 대변혁'이 예고된다. 의료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CT촬영화면이나 내시경화면이 더욱 선명해져 정확한 의료진단이 가능해지며 HD카메라로 수술장면을 촬영하면 의학교육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이외에도 HDTV수상기는 군사작전에도 활용되며, 비디오미술관 비디오사진앨범 비디오상품카탈로그등이 디스크형태로 제작돼 사진이나 미술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HDTV는 전자산업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될 것이다. HDTV 수상기 한대당 메모리반도체가 쓰이는 양은 16비트 PC의 수십대분량에 달한다. HDTV 개발에서 뒤처지면 반도체분야는 물론 전자산업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수상기 개발 수준급
우리나라도 HDTV 수상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G7 프로젝트를 비롯 국가의 주요 프로젝트에는 항상 빠짐없이 HDTV가 단골메뉴로 올랐다. 그결과 일본의 뮤즈수상기는 이미 개발을 끝내놓고 있으며, 유럽의 맥수상기는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에서 연구원을 생산기술연구원에 파견, 공동개발을 진행중이다. 미국 방식의 수상기도 개발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MIT가 제안한 아날로그방식을 연구하다가 최근 미국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선회하자, 올해부터는 디지털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어차피 세계표준안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2 TV수상기 수출국'답게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남는 것은 '과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할것인가'하는 문제. 이는 수상기만 개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설비와 전송시스템까지도 결부시켜 연구해야 한다. 미국의 표준안이 결정되고 나서 6개월에서 1년정도 후에 우리의 선택이 이루어질 전망.
이와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우리도 1995년 이후에는 방송통신위성을 갖게 되므로 독자방식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는 NTSC식 컬러 TV수상기를 국외는 물론 국내에 팔 때도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 이런 전례를 과감히 탈피하자면 독자방식은 외길 수순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수상기 연구개발 못지않게 방송 및 전송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HDTV가 차세대 TV로 완벽하게 자리잡으려면 해결해야할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기술. HDTV개발자들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40인치 이상 크기의 벽걸이TV에 HD방송을 실현하는 것. 기존 브라운관(CRT)이 디스플레이로서는 성능이 우수하고 경제적이어서 매우 적합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다만 화면이 커짐에 따라 부피와 중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가격면에서도 경제성을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즉 HDTV는 대형화면이 필수적인데 브라운관을 사용했을 경우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무게도 무거워질뿐 더러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
기존 컬러 TV도 33인치만 되면 1백만원이 넘고 차지하는 공간도 한평 이상. 38인치는 4명이 동시에 들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발이 필요한데 이 분야의 대체주자로 액정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해상도가 떨어져 소형 TV나 소형컴퓨터 화면에 머물고 있으나 개발속도로 봐 얼마 안있어 브라운관과 정상자리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액정의 장점은 해상도 문제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대형 화면을 실현할 수 있으며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벽걸이형태) 대형TV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래의 TV는 TV 단독의 모습이 아니다.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이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 컴퓨터 팩시밀리 오디오 전화 TV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화랑에서 전송해온 명화들을 HDTV 수상기로 감상할 수 있고, 영화뱅크에 컴퓨터를 연결해 언제라도 '늑대와 춤을'의 박진감 넘치는 버팔로 사냥장면을 HDTV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미래TV의 본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