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에는 3.1 운동이 있었고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독립기념관에는 당시 일본의 첩보원이 보고한 우리 임시정부의 암호 자료가 있다. 거의 100년 전의 암호라 지금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암호문을 생각해 보자.
1 4 + 4 7 1 3 1 + 8 1 1 + 2 3 1
그렇다. 맨 앞 숫자는 한글 자음의 순서, 그 뒤 숫자는 한글 모음의 순서, 덧셈기호 다음의 숫자는 받침으로 쓰인 자음이나 복모음의 일부에 해당한다. 이를 해독해 보면 다음과 같다.
겨 +ㄹ 사 다 +ㅣ 가 + ㄴ 다 ->; 결사대 간다

암호를 해독할 때는 영어 알파벳에서 'e'가 가장 많이 나오고(12.75)'q' 다음에는 반드시 'u'가 나온다는 식의 통계적 특성을 사용한다. 고대의 잊혀진 문자를 해독할 때도 암호해독 기법을 사용하곤 한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황금벌레'의 주인공이나,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셜록 홈즈가 암호 해독의 실마리를 찾는 방식과 비슷하다.
타국어 문장과 대조하고 족보 따지며 고대 언어 해독
이제 고대의 기록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오늘날 이라크 지역에서 번성했던 수메르는 고대 이집트보다도 더 오래된 문명이다. 수메르인들은 진흙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다. 수메르 점토판 해독에 앞서 1799년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가져온 로제타석(Rosetta Stone)에서 이집트 문자가 먼저 해독됐다. 로제타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호가 다른 세 부분으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3개의 언어로 적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게 된다. 3개의 언어 중 하나는 나폴레옹 시절에 이미 읽을 수 있던 고대 그리스 언어로 적혀 있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두 언어를 해독했다.
사실 이런 패턴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중·일 공동성명을 뉴스에서 발표한다면 똑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한글, 중국어, 일본어로 적고 국가원수들이 외교문서에 서명할 것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는 병자호란 뒤에 세운 삼전도비가 있는데, 몽고어, 만주어, 한자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문서에 보면 임금 왕(王)을 적을 때에는 무조건 줄을 바꾸고 다른 글자보다 한 칸 높이 적었는데, 그와 비슷하게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이름에 테두리를 쳤다. 그리스 말로 적힌 부분에서 프톨레미(Ptolemy)를 알았고, 또 다른 비석에는 프톨레미 바로 뒤에 테두리에 싸인 기호가 있는데, 이를 왕비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스 기록에 프톨레미의 왕비가 클레오파트라(Cleopatra)라고 했으니 이 두 사람의 이름에 공통으로 나오는 글자들 P, T, O, L에 어떤 기호를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의 시저와 결혼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조상이다.

결국 로제타석은 프톨레미 왕이 사원에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주고 그 대가로 사원은 프톨레미 왕을 신으로 추앙한다는 내용으로 밝혀졌다. 수메르 점토판도 페르시아와 교류가 많았던 그리스 기록의 도움을 받아 해독됐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를 살펴보자.

이것을 외국인에게 보여 주면 한글을 몰라도 2번씩 반복되는 부분에서 족보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왕들이 수천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점토판의 그런 기록부터 해독하기 시작해 마침내 잃어버렸던 세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고대기록을 해독해 놓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고대 이
집트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기록이 있었으며, 수메르 기록에는 선생이 학생을 혼내서 학생이 집에 가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빠가 선생을 집에 초대해 음식과 술을 대접했고, 선생이 나중에 학생에게 잘해줬다는, 학생이 쓴 기록이 남아있다니 말이다.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1 4 + 4 7 1 3 1 + 8 1 1 + 2 3 1
그렇다. 맨 앞 숫자는 한글 자음의 순서, 그 뒤 숫자는 한글 모음의 순서, 덧셈기호 다음의 숫자는 받침으로 쓰인 자음이나 복모음의 일부에 해당한다. 이를 해독해 보면 다음과 같다.
겨 +ㄹ 사 다 +ㅣ 가 + ㄴ 다 ->; 결사대 간다
암호를 해독할 때는 영어 알파벳에서 'e'가 가장 많이 나오고(12.75)'q' 다음에는 반드시 'u'가 나온다는 식의 통계적 특성을 사용한다. 고대의 잊혀진 문자를 해독할 때도 암호해독 기법을 사용하곤 한다.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황금벌레'의 주인공이나,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셜록 홈즈가 암호 해독의 실마리를 찾는 방식과 비슷하다.
타국어 문장과 대조하고 족보 따지며 고대 언어 해독
이제 고대의 기록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오늘날 이라크 지역에서 번성했던 수메르는 고대 이집트보다도 더 오래된 문명이다. 수메르인들은 진흙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다. 수메르 점토판 해독에 앞서 1799년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가져온 로제타석(Rosetta Stone)에서 이집트 문자가 먼저 해독됐다. 로제타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호가 다른 세 부분으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3개의 언어로 적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게 된다. 3개의 언어 중 하나는 나폴레옹 시절에 이미 읽을 수 있던 고대 그리스 언어로 적혀 있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두 언어를 해독했다.
사실 이런 패턴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중·일 공동성명을 뉴스에서 발표한다면 똑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한글, 중국어, 일본어로 적고 국가원수들이 외교문서에 서명할 것이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는 병자호란 뒤에 세운 삼전도비가 있는데, 몽고어, 만주어, 한자로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문서에 보면 임금 왕(王)을 적을 때에는 무조건 줄을 바꾸고 다른 글자보다 한 칸 높이 적었는데, 그와 비슷하게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이름에 테두리를 쳤다. 그리스 말로 적힌 부분에서 프톨레미(Ptolemy)를 알았고, 또 다른 비석에는 프톨레미 바로 뒤에 테두리에 싸인 기호가 있는데, 이를 왕비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스 기록에 프톨레미의 왕비가 클레오파트라(Cleopatra)라고 했으니 이 두 사람의 이름에 공통으로 나오는 글자들 P, T, O, L에 어떤 기호를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 클레오파트라는 로마
의 시저와 결혼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조상이다.
결국 로제타석은 프톨레미 왕이 사원에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주고 그 대가로 사원은 프톨레미 왕을 신으로 추앙한다는 내용으로 밝혀졌다. 수메르 점토판도 페르시아와 교류가 많았던 그리스 기록의 도움을 받아 해독됐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를 살펴보자.
이것을 외국인에게 보여 주면 한글을 몰라도 2번씩 반복되는 부분에서 족보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왕들이 수천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점토판의 그런 기록부터 해독하기 시작해 마침내 잃어버렸던 세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고대기록을 해독해 놓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고대 이
집트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기록이 있었으며, 수메르 기록에는 선생이 학생을 혼내서 학생이 집에 가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빠가 선생을 집에 초대해 음식과 술을 대접했고, 선생이 나중에 학생에게 잘해줬다는, 학생이 쓴 기록이 남아있다니 말이다.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