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발명박사」를 연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올해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발명품이 줄을 잇고 있는데…
발명이란 결코 특정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다. 특히 작은 아이디어성 발명으로 큰 돈을 손에 거머쥔 발명가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순간적인 반짝 아이디어가 상품화돼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되는 히트 발명품은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느냐의 여부가 성패의 관건일 뿐이다. 금년도 우리나라 발명계는 사상 유례없는 풍년을 맞고 있다. 산업재산권(특허권) 출원이 3년 연속 10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올해의 발명계를 결산하는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10월28일~11월4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최)도 풍성한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91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은 윤만희(47세)씨의 작품은 어학연습용 카세트를 반복해서 들을 때 되감기버튼과 재생버튼을 일일이 눌러야했을 뿐 아니라 되감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던 단점을 보완했다.
따라서 이 제품은 8비트(bit)짜리 컴퓨터를 내장, 정지 되감기 재생기능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했다.
또 카세트테이프의 내용중 반복해서 듣기를 원하는 구간을 설정, 필요한 횟수만큼 자동반복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응답을 해야만 작동되는 기능을 부가해 1대 1대화식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발명품은 서울올림픽 통역안내원 교육용으로 채택돼 진가를 이미 발휘한 바 있다. 북경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직전에는 중국에도 1백50대가 수출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 발명품은 1대당 1천50달러에 팔리고 있으며, 국내가격은 35만2천원이다.
발명자는 앞으로 대기업과 손잡고 이 제품을 더욱 개량, 하이파이 오디오에 결합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수동변속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국무총리상은 '자동차클러치용 진공배력장치'를 발명한 박승일씨(51세)에게 돌아갔다.
이 장치는 자동변속기 자동차가 수동에 비해 15~20% 가량 연료소모가 많으며 설치비용도 더 드는 등 단점이 적지 않다는데 착안,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기존의 수동변속기 자동차에 전혀 변형을 가하지 않고 자동차 기어봉에 이 제품을 장착, 자동변속기 자동차에 버금가는 기능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기어봉에 원터치 버튼을 설치. 전기신호로 클러치페달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으며 클러치용 진공배력장치를 자동제어하는 마이컴을 부착했다. 따라서 수동변속기 자동차의 클러치페달을 밟지 않고 기어봉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클러치가 작동된다.
WIPO(세계지적재산권기구)총장상은 '스테인리스강의 산화착색방법'을 발명한 안운선씨(61세)에게 돌아갔다.
이 방법은 스테인리스강의 표면에 있는 일부 금속원소를 산화시켜 산소흡착층(吸着層)을 용해시킨 다음 크롬(Cr)도금용액 속에서 음극처리한 후 4백50~5백℃로 가열함으로써 여러가지 색상을 얻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건축물의 내·외장재를 착색시킬때 이 기법을 널리 이용하고 있으며,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도 두루 쓰이고 있다.
상공부장관상을 받은 김병문씨(52세)는 '현무암을 이용한 건축석재의 가공방법'을 발명했다.
"대리석이나 타일의 가격이 비싸고, 공급이 원활치 못한 경우도 심심찮게 생기고 있어 현무암에 실리카(silica)를 주성분으로 하는 무색의 유약을 발라 아름다운 광택을 내는 방법을 창안하게 됐다"고 김씨는 밝혔다. 따라서 저렴한 비용으로 방수성과 색상이 뛰어난 건축재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상은 최완순씨(57세)의 '폐기흡착여과제의 활성화처리방법과 그 장치'가 차지했다.
이는 활성탄에 흡착(吸着)된 유기화합물을 축출, 완전연소시킴으로써 대기오염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기가열을 통해 활성탄을 재생하는 방법이다.
또 현장종사자의 납중독을 막아주고 케이블이 불량하게 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고안된 윤윤택씨(41세)의 '통신케이블접속관'이 금상을 받았다.
이밖에 김남숙씨(45세)의 실용신안제품인 '롤러스키'와 박영근씨(44세)의 '콩나물재배방법 및 그 장치'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우리나라 발명계를 돌아보면 어린 학생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광주문성중학교 1학년인 김형우군(13세)은 지난 3월 2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발명품전시회에 '못뽑이'를 출품,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김군의 '못뽑이'는 공사장 인부들이 머리없는 못이나 긴 못을 뺄 때 힘들어 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으로 펜치의 원리를 이용, 못부분의 조임을 자유롭게 하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쉽게 뽑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김군은 광주 백운국교 6학년때 이 작품을 전국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껌과 땅콩을 함께 씹다가
또 부산 사하국민학교 6학년 류보선군(12세)은 지난 해에 열린 대한민국학생발명품전시회에 '껌빼는 비누'를 출품, 대상을 받았다.
류군이 껌을 지우는 비누를 생각하게 된 것은 부모님이 사다준 새 옷에다 동생이 껌을 묻혀버린 것이 계기가 됐다. 새 옷을 버려 속상해하던 류군은 우연히 껌을 씹는 도중 땅콩과 함께 씹어보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껌과 땅콩을 함께 씹어 보니 껌이 분해되는 참으로 '이상한'현상을 발견했던 것이다. 기름이 껌을 분해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류군은 이때부터 참기름 들기름 면실유 땅콩기름 등 각종 기름으로 껌을 빼는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땅콩기름의 껌분해능력이 특히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그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만들어낸 땅콩기름(90%)과 물 비누(10%)의 혼합비누가 마침내 류군에게 영광을 가져다 준 것이다.
류군도 이 발명품을 금년도 세계청소년발명품전시회에 출품, 당당히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군과 류군같은 학생발명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지난 5월 6일부터 25일까지 열린 91년 대한민국학생발명품전시회에서도 대상을 받은 박정환군을 비롯해 3백12명의 학생발명가가 탄생했다.
'자동압정박이'를 출품,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정환군(12세, 대구효동국교 5년)은 벽에 압정을 박을 때마다 손가락 끝이 아팠던 경험을 발명으로 연결한 소년발명가다.
국민학교 입학 후 4학년 때 전교부회장, 5년 연속 반장을 맡은 박군은 그 화려한(?) 감투 덕에 환경미화작업 때면 그림이나 학급신문을 압정으로 벽에 붙여야 했다. 그는 그때마다 "손가락 끝이 몹시 아팠다"고 말했다.
압정때문에 고생하던 박군은 작년에 자신이 속한 발명반에서 자동압정박이에 관해 친구들과 의논했다. 이 과정을 통해 박군은 파이프 안에 용수철이 든 '제1세대' 압정박이를 발명했다. 그러나 세로면에서의 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에 개량을 거듭해야만 했다. 이런 끈기가 마침내 3세대 압정박이, 즉 대통령상수상 발명품을 낳게 한 것이다.
박군의 자동압정박이는 압정저장통 자동박이장치 뽑기장치 등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저장통 내의 압정은 둥그런 자석손잡이를 돌리면 붙어나오는데 이를 자동박이장치에 붙여 누르면 용수철작용에 의해 손쉽게 박아진다. 또 일단 박힌 압정은 망치꼬리부분과 흡사한 뽑기장치에 의해 쉽게 뽑힌 뒤 다시 저장통 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동네친구들이 장난감 M16소총으로 노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박군은 아버지 박상근씨(38세)로부터 '상품화자금'5백만원을 얻은 뒤 도면과 모형을 들고 철공소를 방문했다. 철공소 직원에게 두세차례 설득작업을 편 끝에 "국민학생이 기특하니 기꺼이 만들어주겠다"는 응답을 받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감투 덕에 발명왕이 되기도
국무총리상 수상작인 '물의 전해합성실험기'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실험과 전기분해를 통해 추출한 기체를 다시 물로 만드는 실험을 하나의 장치로 할 수 있게 한 일종의 실험기구다. 삼천포 중앙여중 3학년인 네 여학생(김선봉 정성숙 강사정 김지은)이 발명한 이 장치는 물의 전기분해는 물론이고 교과서에는 나오지만 실제로 실험하기 어려운 물의 합성도 척척 해낸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점화용으로 쓰던 1회용 라이터를 보고 이 장치를 고안했다고 한다. 엉뚱하게도 최초의 아이디어는 1회용 라이터의 가운데 있는 분리판을 자세히 살펴본 데서 나왔다. 즉 실험장치 안에다 기체분리판과 액체분리판을 설치, 유리파이프를 거꾸로 해도 흐르지 않게 고안한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장치는 기존의 것과 유사하다. 5%의 수산화나트륨(NaOH)용액에 직류전기를 걸러주면 산소(${O}_{2}$)와 수소(${H}_{2}$)가 생긴다.
학생들은 이렇게 얻은 기체를 주사기와 같은 피스톤을 이용해 옆에 있는 유리파이프에 옮긴 뒤 전기방전해 다시 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알다시피 산소와 수소를 전기방전해 물을 만들려면 막대한 장치가 필요하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그 원리를 담은 그림만 나와 있고, 과학대사전에 그려진 합성장치는 수만볼트(V)가 걸리는 유도코일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네 여학생은 수소와 산소가 혼합된 유리파이프 끝에 달린 철사 양끝을 전자라이터로 방전하면 바로 물이 생기도록 하는 고도의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값싼 유리콘크리트타일을 만들고
금년에는 자신의 발명을 기업화해 성공한 경우도 어느 해보다 많다. 그중에서도 지난해에 개최됐던 90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던 발명품이 당연 장원감이다.
화제의 발명품이었던 '유리콘크리트타일'(특허 제33446호)을 발명한 황익현(34세)씨는 시멘트 관련제품에 관한한 자타가 인정하는 베테랑이다. 이미 10여가지에 이르는 그의 특허가 황씨의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76년에 용산공고 토목과를 졸업하고 88년까지 건설과 시멘트 관련업체에서 일한 황씨는 비싼 값으로 수입되는 대리석 타일을 채체할 수 있는 값싼 타일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느껴 이 발명을 시작했다.
연구기간은 5년이나 걸렸다. 국내외의 관련서적 탐독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해 그는 나름대로의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즉 시멘트에 폐유리조각과 금속성 무기질 안료를 적절하게 혼합해 굳힌 다음 곱게 연마한 결과,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유리콘크리트 타일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타일은 강도와 내구성이 강하고 색상과 표면이 수려해 수입 대리석타일의 품질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를 뺀 모든 원료가 폐품이기 때문에 수입 대리석타일의 3분의 1, 국내 화강석타일의 2분의 1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용도 또한 다양하기 짝이 없다. 건물 안팎의 치장은 물론이고 바닥치장까지도 거뜬히 해낸다.
현재 엄청난 양의 주문이 나라 안팎에서 물밀듯이 밀려와 황씨는 대규모 공장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1회용 용품」관련 발명 많아
요즘 새로 발명되는 생활필수품을 점검해 보면 아기기저귀에서 세면도구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고 위생적인 '1회용 상품'이 붐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회용 상품의 발명건수는 줄잡아도 연간 1백가지가 넘을 것이다.
1회용 상품은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진 현대인의 소비성향을 겨냥한 것으로 연간 시장규모만 해도 6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다.
기두석(34세)씨가 발명한 병따개 겸용 라이터도 그중 하나다. 그가 이 발명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 말부터다. 야외에서 병따개가 없어 겪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늘 갖고 다니는 물건에 병따개를 더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 결실을 봐 뜻밖의 월척을 낚은 것이다.
88년 말에 수(手)작업으로 만든 이 제품이 선을 보이자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그 결과 89년 초에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후 판매량이 꾸준이 늘어나 이제 한달 평균 30만개가 팔려 나가고 있다. 하나의 기발하고 성공적인 발명 덕분에 기씨의 공장은 불이 꺼지는 밤이 없을 정도로 대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제약 보험 금융업체에서 판촉물로 쓰기 위해 엄청난 양을 주문, 공장규모까지 늘려야 할 판이다.
아직도 그것이 무슨 발명품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지만 기씨의 병따개 겸용라이터는 실용신안등록 제51611호 외 한건과 의장등록 제84840호 외 두건을 받은 당당한 발명품이다. 지난 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발명전에도 출품, 동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수출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온 가족 또는 모든 사원이 한꺼번에 휴가를 갈 때 큰 골칫거리중 하나는 화분관리일 것이다. 애써 가꾼 식물이 시들어 죽기 때문에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총동원되는 촌극을 빚어왔다. 그런데 한번 급수로 15~20일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화분이 상품화돼 화제가 되고 있다.
'급수통이 부설된 이중화분'이 바로 그것이다. 발명가는 엉뚱하게도 바이올린 부품제 조업을 하는 박사홍씨다.
박씨는 국가의 경축행사 때마다 도로변에 진열하는 화분의 꽃들이 물주는 시간을 놓쳐 시드는 것을 보고 '요술화분'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따로 직업이 있으므로 발명은 취미생활인 셈이다.
몇달을 두고 고심하던 박씨는 어느날 문득 학창시절에 배운 모세관현상의 원리를 생각해냈다. 그는 급수통 속의 물이 심지를 통해 흙에 공급되도록(모세관현상으로)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심지를 공단천으로 감싸 뿌리가 심지를 뚫고 급수통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으며 스테인리스파이프와 너트(nut)를 이용, 심지 연결부분에서는 물 한방울 새 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켰다. 여기에 급수통 속의 수량을 알려주는 계수기와 화분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바퀴도 달았다. 그가 이 발명으로 얻은 권리는 실용신안특허 제42775호와 의장특허 제54120호 말고도 다섯건이나 된다.
지난 6월에 첫 선을 보인 이 화분의 인기는 가위 폭발적이었다. 최근에는 수출상담까지 활발해 박씨는 대규모 공장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벽돌아빠」의 성공담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조립식 벽돌을 발명, 실용신안과 의장등록을 받음으로써 발명업계와 인테리어업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김정호씨도 성공케이스의 좋은 예중 하나다.
김씨가 발명한 조립식 벽돌은 시멘트가 필요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색다른 벽돌은 응접탁자 TV와 전축받침대 벽난로는 물론 이고 실내의 진열대와 진열장을 꾸미는데도 유용하다.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해체해 다른 용도로 조립할 수 있으며, 이사한 뒤 간단히 해체해 새 집에 맞는 시설물로 바꿔 설치할 수 있다.
"기존의 벽돌은 시멘트가 필요하고 숙련된 기능공이라야 제대로 시공할 수 있으며, 특히 한번 시공하면 해체해 옮길 수도 없어 조립식 벽돌을 생각하게 됐다."
그는 합성수지로 만든 벽돌에 석분(돌가루)과 모종의 화공약품을 섞은 액체로 표면처리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벽돌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훌륭한 벽돌이었다. 그러나 표면색깔이 곧 벗겨지고 변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했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온 방안에 놓인 조립식 벽돌금형과 화공약품으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급기야는 온 집안 구석구석까지 넘쳐나자 다섯살짜리 아들은 그를 '벽돌아빠'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말, 계속된 실험에 지쳐 잠시 휴식을 취하던 김씨의 머리에 번쩍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시절에 본 광경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장판지에 물감을 들인 다음 니스로 마무리하던 모습이 문득 생각났던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실감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각종 화공약품을 버리고 니스를 사다가 석분 및 페인트 등과 골고루 섞어 다시 실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열을 가해도 탈색(脫色)과 변형의 걱정이 없었다. 강도도 강해 웬만한 무게와 충격은 거뜬히 견뎌냈다. 6개월간 끈질긴 노력을 함으로써 거둔 개가였다.
당일로 특허청을 찾아 두건의 실용신안과 12건의 의장등록 출원을 마치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때마침 89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 전시품으로 선정돼 전국에 알려지자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서둘러 용인과 부산에 공장을 세우고 밤낮없는 생산에 들어갔다. 하루 평균 2만5천장을 생산했으나 물량이 모자라 반년만에 제3공장을 세워야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느 새 전국 어디를 가도 김씨의 조립식 벽돌은 손쉽게 볼 수 있게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일반벽돌 무늬벽돌 둥근벽돌 반쪽벽돌 간격구 등 그동안 만든 갖가지 형태의 금형만도 50종이 넘고, 색깔도 20여가지로 무척 다양하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과의 수출상담도 활발하다. 한마디로 거의 완벽하게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다.
"조립식 벽돌을 더욱 연구개발, 소비자들에게 값이 싸면서도 좀더 실용적인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히는 김씨는 조립식 벽돌에 이어 최근에는 '조립식 장롱'을 발명, 또다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모르면 손해보는 발명가에 대한 지원
이처럼 사람들이 비웃는 작은 발명으로 첨단기술제품을 발명한 사람보다 성공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요즘에는 발명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 한 예가 한국발명특허협회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 한국종합전시장(KOEX) 별관2층 발명장려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발명교실'이다. 여기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데 발명에 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교재와 참가비도 무료다. 이 곳을 찾으면 발명에 필요한 각종 장보도 입수할 수 있다. 또 우수발명품이 전시된 발명장려관은 연중무휴로 무료개방되고 있다.
이제 좋은 발명만 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처럼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도 흔하지 않다.
좋은 발명을 해 특허청의 등록을 받으면 1천만원 한도내에서 시작품 제작비가 무상지원된다. 외국에 출원하는 경우에는 연간 5건까지 1건당 40만원씩 무상지원되고 있다. 또 발명장려관에 1년동안 무료전시해 준다. 아울러 매년 열리는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 출품전시도 가능하다. 미국 독일 스위스(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발명전에 출품할 경우에는 출품비가 지원되고 수상하면 포상금도 준다.
무엇보다 큰 혜택은 개인 및 중소기업 특허에 대한 사업화 지원일 것이다. 금년부터 시작된 이 지원은 좋은 특허만 있으면 담보없이도 시설자금 3억원과 운영자금 1억원을 융자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이밖에도 각종 지원사업이 발명가를 기다리고 있다. 더 자세한 문의가 필요한 사람은 한국발명특허협회 발명지원부에 연락하면 된다. 전화번호는 (02)568-8267, (02)551-5571~2이다.
우리 모두 발명가가 되자. 그 속에 우리의 꿈이 있고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