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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태고의 신비 간직한「남미의 끝」

다윈과 마젤란을 사로잡았던 파타고니아는 빙하와 고봉이 어우러져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는 남미대륙. 그 남미대륙에서도 남위 39°이남의 지역을 사람들은 파타고니아(Patagonia)라고 부른다. 면적이 한반도의 약4배(80만㎢)에 이르는 이 지역은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서쪽의 태평양 연안에는 안데스산맥(파타고니아 안데스)이, 동쪽의 대서양 연안으로는 팜파(파타고니아 대지)가 펼쳐져 있는데 1년중 기후변화가 심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파타고니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름이 16세기 이후에 이뤄진 인류의 모험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520년 마젤란이 남미대륙의 남단을 항해하던 중 이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의 항해에서 발견된 해협이 마젤란해협이다. 이 해협은 1914년 파나마운하가 완성되기 전까지 수많은 선박들이 왕래한 '세계사를 바꾼 해협'이기도 하다.

큰몸, 큰발, 큰땅

1834년에는 진화론을 처음 제창한 영국의 다윈이 이 지역을 방문했는데 빙하와 피요르드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비글해협의 이름도 다윈이 승선했던 '비글호'로부터 유래한다.

파타고니아란 이름의 어원을 설명하는 두가지 설이 있으나 어느 쪽이 확실한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나는 마젤란이 해안에서 벌거벗은 채로 몸에 모래를 뿌리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원주민을 보고 "오, 파타곤(큰발이라는 뜻)"이라고 외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원주민어로 파타칸(광활한 토지라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어쨌든 이 지역의 원주민이 큰 몸과 큰 발을 가졌다는 것과 이 지역이 광활하다는 것, 둘 다 사실이다.

마젤란은 마젤란해협을 항해하던 중 종종 불길이 솟는 것을 발견하고는 티에라 델 후에고(Tierra del Fuego, 불의 대지)라고 명명했다. 이는 천연가스의 분출로 인해 불길이 솟은 것인데, 지금도 마젤란해협의 곳곳에서 석유시추선의 시추모습이 관찰된다.

파타고니아는 서쪽은 칠레, 동쪽은 아르헨티나 영토다. 말하자면 두 나라에 걸쳐 있다. 겨울(북반구의 여름)에는 눈으로 덮이고, 여름에는 강풍이 분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자동차의 앞유리에 철망을 설치한 것과 유리의 곳곳이 깨어진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이 지역의 바람이 얼마나 거친가를 대변해 주는 것이다.

여름이 평상시보다 조금 더 따뜻하기라도 하면, 빙하의 녹은 물이 하구지역을 범람시키기도 한다. 빙하. 특히 아름답기 그지 없는 곡(曲)빙하를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리고 여러곳에 빙하호가 산재해 있고, 안데스산맥의 연장부에는 2천m가 넘는 높은 산들이 그들과 어우러져 있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그곳의 지형이 험준하고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 행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파타고니아 중에서도 그 경관이 빼어난 남부 파타고니아로 가기 위해서는 칠레의 남부지방을 통하는 것이 좋다.

칠레의 남단에는 이전부터 남빙양 진출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라는 항구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는 파타고니아박물관이 있는데, 여기서 파타고니아지방의 동식물과 원주민의 생활용구 등을 볼 수 있다.

시내의 아르마스광장에는 마젤란의 청동상이 서 있다. 마젤란의 아래쪽에 있는 한 선원동상의 오른쪽 발끝이 반들거리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발끝을 만지면 무사히 항해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푼타 아레나스해안에는 앙증맞게 수영을 즐기고 있는 마젤란펭귄의 서식지가 있다. 이곳에 오면 모래사장이 1m 정도의 구멍을 파고 떼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펭귄의 무리와 만나게 된다. 이 펭귄서식지는 푼타 아레나스의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휴식공간이다.
 

마젤란 펭귄. 1m 정도의 구멍을 파고 떼를 지어 생활한다.
 

남미의 카우보이, 가우초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곳은 파이네국립공원(Torres del Paine)이다. 파이네는 푼타 아레나스에서 약 3백50km 북쪽에 위치하는데, 파이네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라는 어촌이다. 이 어촌은 과거에는 꽤 발달했으나 지금은 퇴색 분위기가 역력한 마을이다.

이 곳의 식당에는 주로 연어와 게 등 해산물이 풍부하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들 해산물을 즐길 수 있고, 또한 파이네국립공원과 가깝기 때문에 최근에는 어촌으로서의 기능보다 관광지로서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 이 지방의 해안가에서는 목이 검은 고니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파이네로 가는 길은 비포장의 험한 길이지만, 곳곳에서 발견되는 파타고니아의 정경은 "아, 파타고니아"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파이네로 향하는 길에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원주민이 거주했다고 하는 밀레돈동굴이다. 이 동굴은 파도에 의해 침식돼 생긴 것으로 그 깊이가 1백m정도고, 퇴적물에 나타난 반복되는 층리는 이 지역에 여러 번의 해침과 해퇴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밀레돈동굴에서 나와 파이네를 향해 계속 달리다 오른쪽을 보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중생대의 퇴적층이 보인다. 그 위로는 콘돌이 먹이를 찾아 배회하고 있다.

눈을 돌려 그 왼쪽을 보면 그리 넓지 않은 목초지대에서 가우초(목동)가 말을 타고 양을 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아르헨티나 지역(팜파)에서는 가우초의 이러한 모습을 칠레지역 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다. 길주위에서는 타조들이 서로 경주를 즐기며 놀고 있다. 냔도라고 부르는 이 타조의 일종은 키가 1m전후이고, 정식이름은 다윈 레어다.
 

가우초. 파타고니아대지에서는 가우초가 말을 타고 양을 치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안데스 조산운동의 결과로

파이네에 가까워지면서 저 멀리로 높이 치솟은 고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고봉들은 한결같이 2천m가 넘는 높이다. 파이네국립공원의 입구에 도착하니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배낭을 벗어두고 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크고 작은 호수들이 나타나고, 그 주위를 단층과 습곡으로 이뤄진 지층들의 신비로운 구조가 눈을 사로잡는다.

작은 호수가에서는 과나코(guanaco)라 불리는 낙타과(科)의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다. 생김새는 사슴과 비슷한데 한마디로 뭐러 표현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그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천진함은 인간을 비웃는 듯 했다.

파이네국립공원의 안으로 들어가면 금세 나타나는 빙하와 호수와 고봉들의 조화가 파타고니아의 안데스쪽을 만끽하게 했다. 높이가 3천50m나 되는 파이네그란데를 비롯해 2천5백m급의 고봉들이 서로 높이를 뽐내고 있다. 이 고봉들을 자세히 보면, 퇴적암들이 화강암에 의해 포획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퇴적암들로 쌓여 있던 지층이 화강암의 관입을 받아 형성된 것이다. 이것은 안데스 지역에서 일어났던 안데스조산운동의 결과로 보여진다.

국립공원의 내부에는 안내센터가 있는데 그곳의 안내원들이 남부 파타고니아 일대의 지형 형성과정, 동식물의 분포 등을 정성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파타고니아안데스를 관통하고 있는 빙하. 빙하의 침식으로 수많은 골짜기들이 생겨났다.
 

석유 등 부존자원이 풍부해

그레이호수 북쪽에 있는 그레이빙하의 설선(雪線)이 1천m까지 내려와 거의 손에 잡힐 듯 했다. 빛을 받아 푸른색의 광채를 발하는 빙하는 그 아래의 빙하호 쭈삣쭈삣 솟아 있는 안데스의 고봉과 더불어 파타고니아안데스의 대표적인 경관을 이루고 있다.

파타고니아지방은 목축업과 어업의 자원이 예로부터 풍부한데, 동쪽의 팜파에서는 목축이 이뤄지고 있고 서쪽의 태평양 연안에서는 주로 어업이 성행하고 있다. 남부 파타고니아 연안의 석유매장량은 이 지역국가들의 석유자급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파타고니아안데스에 묻혀 있는 많은 부존 광물자원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관광자원도 이 지역의 중요한 수입원이 될 것이다. 황량하게만 보이는 이 지역에서 앞으로 산업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GAMMA
  • 좌용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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