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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의 화학사’는 패러데이의 강연을 통한 훌륭한 과학교수법, 시범실험과 같은 창의적 발상, 그리고 그의 연구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양초의 화학사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과학의 진수와 그 본질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주제와 형식을 택할까? 19세기 중반 최고의 과학자였던 패러데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양초 하나만을 사용한 일련의 강의를 통해서 이를 예시한 바 있다.

양초 한자루의 과학

이 책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화학자 겸 물리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1860년 영국 런던 왕립연구소에서 청소년들에게 들려준 6회에 걸친 크리스마스 강연의 내용을 한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제는 ‘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양초 한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박택규 옮김, 1998)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된 바 있다.

‘양초의 화학사’는 한자루의 양초를 통해서 화학의 기초 개념과 기본 물질들의 성질 및 화학적 작용에 대해 흥미진진한 설명을 전개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혹시 양초를 켜놓고 유심히 그것을 관찰해본 경험이 있는가. 양초는 녹아서 심지에 불꽃을 피우는데, 액체 상태로 타는 것일까, 기체 상태로 타는 것일까. 양초의 심지는 왜 굵은 실로 꼬여 있을까. 또 그것의 역할은 무엇일까. 양초 불꽃도 그림자가 있을까, 또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양초가 타고나면 어떤 물질이 생성될까. 양초의 불꽃은 언제 가장 밝을까. 등등의 질문을 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패러데이는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대중강연을 통해서 연소와 관련된 많은 화학적 내용을 전달해줬다. 양초 불꽃의 구조와 밝기, 연소할 때 공기의 역할, 연소에 의한 물의 생성과 기타 화합물, 수소와 산소 기체의 특성, 공기와 연소의 관련성, 이산화탄소의 화학적 특성, 탄소의 본질, 생물체 내의 호흡과 연소의 상호 연관성 등을 치밀하게 설계된 시범실험들을 통해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예컨대, 양초의 불길은 왜 심지의 아래쪽까지 번지지 않는 것일까, 또 양초 불꽃의 온도와 그 그림자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 대해 그는 “양초를 거꾸로 해 녹은 연료가 심을 따라 흘러내리게 하면 양초의 불은 꺼져 버립니다. 이것은 불꽃의 열이 흘러내리는 많은 연료를 태워버릴 수 있는 상태까지 가열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위에서 연소할 때는 매우 소량의 연료만이 심을 따라 올라오게 되므로 불꽃의 열이 이것을 충분히 가열할 수 있게 됩니다”라거나,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불꽃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 실제로는 빛이 가장 강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그렇다고 패러데이가 양초를 통해 과학적 원리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양초의 비유를 통해 삶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어떤 다이아몬드가 이 불꽃만큼 빛을 낼 수 있겠습니까? … 불꽃이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것입니다. 불꽃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불꽃이 없다면 빛날 수 없습니다. 양초는 제 스스로 자신을 위해 빛을 내며 또한 다른 것을 위해 빛을 내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과학강연

언뜻 보기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다. 낭만과 추억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따분하고 지극히 전문적인 ‘과학강연’.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는 과학사에 있어서 독특한 시기였다.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을 통해 사회 전분야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으며, 수많은 새로운 직업이 창출됐고 또 그 직업의 대부분은 과학적 원리의 적용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자연히 사회 전분야에 걸쳐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됐고, 특히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야간학교를 세워 과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얻으려 노력했다. 과학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같은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문지식을 일반인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는데, 당시로는 강연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패러데이가 일하던 왕립연구소는 당시 과학과 대중이 가장 활발하게 만나던 곳이었으며, 특히 매주 실시됐던 ‘금요일 밤 강연회’와, 12월에 실시됐던 ‘크리스마스 강연회’는 그 대표적인 통로였다. 당시 영국의 중산층 가족들은 오페라 관람을 하듯 정장을 하고 주말 저녁과 크리스마스 때 과학강연에 참석하곤 했다. 특히 우리로서 부러운 점은 이 강연회들이 1백5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크리스마스 강연회의 강연자로 초청받는 것을 과학자로서 가장 큰 영예로 받아들이는 영국의 뿌리깊은 과학문화에 대한 역사와 전통이다.

이 책은 1860년도 크리스마스 강연회의 내용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때 이미 패러데이는 70세의 나이였다. 위대한 원로 과학자가 청소년을 앞에 두고 모든 정성을 다해 2주에 걸쳐 양초에 대해 열강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왕립연구소는 당시 가장 중심적인 과학연구 기관이었으면서 동시에 가장 뛰어난 과학강연자들이 일하던 곳이었다. 패러데이의 전임자 데이비(Humphry Davy), 패러데이, 그리고 그의 후계자 틴달(John Tyndall)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 강연자들로 꼽힌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방법은 다름 아닌 ‘과학시범’이었다. 사람들은 이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과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일상에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사물들을 이용하여 실감나는 과학시범을 직접 시연하고 그 원리를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쳐서 설명해줬던 것이다.

사실 과학시범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과학교육의 방안 중 하나다. 특히 독자 여러분들 중 화학교사가 있다면, 1백40년의 역사를 가진 패러데이의 양초 실험 하나하나를 직접 재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과학자와, 역사학자,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와 화학을 넘나든 발견과 과학의 대중화


마이클패러데이 1791 - 1867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1791년 런던 부근 작은 마을의 가난한 대장장이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대장일을 돕다가 14세가 되면서 책 제본소에 견습공으로 들어갔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항상 책을 읽었는데, 특히 자신이 직접 제본한 수많은 과학서적들을 탐독했다. 1812년 패러데이는 제본소 고객으로부터 당시 최고 화학자였던 데이비의 왕립연구소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티켓을 선물로 받았고, 감동적으로 그 강연들을 청취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는 이듬해 화학 조수로 왕립연구소에 취직했다.

1813-15년 패러데이는 데이비를 따라 유럽 대륙으로 과학여행을 떠났는데 이 기간 동안 유럽의 저명한 과학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후 줄곧 평범한 연구자로서 왕립연구소를 지키면서 화학과 물리학 분야의 다양한 실험과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대학 교수직 제의, 왕립연구소 소장 추대, 영국 과학자 최고의 영예였던 왕립학회 회장 추대 등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학 연구에서 패러데이의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방대하다. 전류의 자기작용을 이용한 전자기 회전, 전자기 유도, 전기화학분해, 진공방전, 자기장에 의한 편광면 회전, 반자성 등, 하나 같이 현대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발견들이었다. 또한 패러데이는‘양초의 화학사’이외에도‘물질의 힘’,‘ 전기의 실험적 연구’,‘ 화학 및 물리학의 실험적 연구’등 여러권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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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송진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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