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CFC등을 이용해 화성에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1단계 과제라고 말한다.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할만큼 춥고 숨쉴 공기도 없으며 지구로부터 무려 1백60여만km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성(Mars, 火星)이 지구인들의 제2정착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푸른' 화성이 '붉은' 화성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최근 자신의 동료 두사람과 함께 저명과학지 '네이처'(Nature)에 화성개발의 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실은 미항공우주국(NASA)아메스연구소 맥케이 박사의 말이다.
화성개발계획에는 사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지의 화성조차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부족한 돈을 물쓰듯이 낭비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군의 과학자들은 지구가 그 생명력을 다하는 날이 올것에 대비해 제2의 지구를 마련해 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따르면 화성개발이야말로 어렵지만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보면 우선 화학물질들을 이용해 태양열을 잡아두는 온실효과를 일으켜서 화성표면의 암석이나 토양에서 이산화탄소성분이 분해돼 나올 수 있을 만큼의 엷은 대기층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 다음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진 간단한 식물들을 인공적으로 심어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게 해서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 단계에 이르면 동물도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인간을 위한 도구와 공장 콘도미니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산소층 형성되려면 10만년
전문가들은 시나리오상의 일련의 과정들이 완결되려면 10만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년 이내로 화성개발의 주춧돌이 될 중요한 계획들이 성공하리라는 낙관도 적지 않다.
"화성개발 앞에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을 바꿔보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NASA의 인공생물권조성연구(Biosphere Research)에 참여하고 있는 애버너 박사의 말이다. 그는 "화성이 춥긴 하지만 사람들이 이미 살고있는 지구의 남극보다 추운 것은 아니다. 또 물이 귀하긴 하지만 지구의 사막에서도 유목민들은 살아간다. 종합적으로 볼 때 화성은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특히 흥미를 끄는 점이다"라고 덧붙인다.
화성개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최근들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잡지인 '라이프'(Life)는 지난 5월 화성개발계획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는데 표지에는 화성표면 사진과 함께 '우리의 다음 고양'(Our Next Home)이라는 큰 제목이 뽑혔다. 라디오의 대담 프로그램에서도 화성개발이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의 화성개발에 대한 관심은 특히 지구환경문제의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즉 화성에서 진행할 일련의 대기생성 실험을 통해 최근의 지구대기변화에 대처할만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기대다.
"NASA는 먼저 화성에 이산화탄소대기층을 만들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미생물들을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캐나다 토론토시(市) 요크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하인즈박사의 생각이다.
때때로 일부 개발론자들은 화성의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자신도 유전공학을 이용해 어떤 능력을 선택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인즈박사같은 개발낙관론자들조차도 이런 견해는 강력히 반박하고 나선다. 하인즈 박사는 "화성의 대기는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생각이다"라고 공박한다.
태양계의 네번째 행성인 화성은 그 특유의 붉은 빛깔때문에 서구에서는 고대로마인들이 믿던 전쟁의 신의 이름을 따서 마르즈(Mars)라고 이름 붙여졌다. 바람과 먼지구름만이 휩쓸고 지나가는 화성의 지표부근 기온은 평균 -20℃정도가 된다. 구성성분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인 엷은 대기층은 몹시 유해해 보호장치가 없으면 어떤 생물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미 1970년대에 NASA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두 대의 탐사로봇을 화성표면에 떨어뜨렸다. 바이킹 1호와 2호로 익히 알려진 이들은 그러나 화성에서 아무런 생명체의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한편 바이킹 탐사선은 화성표면에서 마치 물이 흘렀던 것같은 흔적을 발견해냈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지금보다는 훨씬 지표면온도가 높았던 화성형성초기에 물이 흘렀던 증거라고 보고 이런 상태가 재연(再燃)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연구경비가 걸림돌
현재까지는 NASA도 화성개발계획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최근에야 '인공생명권조성'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계획의 책임자인 애버너 박사는 컴퓨터 모의실험 등 기초작업에만 최소한 50만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화성개발의 방법은 몇가지로 나뉜다. 우선 우주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서 화성표면의 거대한 얼음산(山)인 극관(polar cap)을 녹이는 방법이 있다. 혹은 이 극관 표면에 검댕을 뿌려 태양빛을 더 잘 흡수하게 해서 극관을 녹이는 방법도 제시된다.
그러나 가장 경제성있는 것으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염화불화탄소(CFC)류의 화학물질을 대기 중에 투입하는 방법이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화성의 표면온도가 현재보다 약 17℃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연구진들은 이 정도로 기압과 온도가 올라가면 화성표면의 암석속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분해돼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후속작업으로 원시적인 식물들을 이식할 수 있다. 비록 지구에 도달하는 양보다는 적지만 화성에도 광합성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태양빛은 도달한다. 약10만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식물들의 광합성을 통해 산소층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대기층을 형성할 수 있을만큼 화성의 중력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화성의 인력이 약해 이산화탄소 등이 대기층으로 두텁게 쌓이지 못하고 우주공간에 서서히 흩어져가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NASA연구진의 맥케이박사는 이 중력론자들의 생각이 오류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대기는 토양속에 스며들었다"는 자신과 동료들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