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본다. 그 하늘과 자신을 연관시켜 본다. 즉 자신을 우주의 한 산물에 포함시켜 자신과 우주를 생각하며 동화시킨다. 이 과정은 우리의 선인들이 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에 살고있는 현대인들은 그러한 여유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저마다의 이유, 대의 명분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시 밤 하늘을 바라본다. 도저히 우리 눈으로 셀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자신을 감싸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 많은 별 중 대다수의 거리를 구해낼 수 있게 되었고 위치로부터 출발된 거리의 변화, 위치의 변화는 곧 시간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즉 A별까지는 3만광년, B별은 1백만광년 등등… 일례로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A별은 우리 지구시간으로 3만년 전의 별을 보고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A별은 현재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며 우리가 보고 있는 별들은 모두 과거의 별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의 과거를 보고 있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점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 무한한 시공(時空) 속에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철학을 생각하게 된 과학자는 이미 과학자로서 타락한 것이라는 한 노교수의 말씀이 상기된다. 그렇게 볼 때 과학과 철학, 아니 흔희 과학이라 불리지 않는 것들과 과학은 전혀 별개의 것일까?
과학자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또 그것은 어떻게 하는가. 그 일을 왜 하는가. 그 과학의 결과가 과학자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을 생각하여 본다면, 물론 다른 학문들과 상이한 점이 많이 눈에 뜨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떤 목적에 대한 접근대상 및 방법의 차이에서 유래된 것들은 아닐까.
나 자신은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되고 본질적 질문일 것이며 지금까지도 우리가 찾고있는 질문이리라.
이에 대한 해답은 과학으로서만 가능한가.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 교육학, 종교학, 심지어는 전쟁학에서 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학문은 인간의 자아탐구에 그 본질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다. 즉 과학자는 자연을 관찰하여 그 자연 속에서 얻어낸 사실로써 자연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 대한 해답은 단일 학문에선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과학 또는 과학교육이 통합과학을 지향하고 있음도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그중의 한 작은 예로써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자연과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또한 과학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과학자가 하는 일, 자연을 보는 방법을 배우는데 있어서 탐구학습이니 발견학습이니 여러 이론이 있지만, 우선 과학적 사고 및 활동을 하는 주체는 인간이므로 그 주체인 인간자신이 갖는 과학에 대한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시 될 것이다.
한 사람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은 이해하려는 사람이 사심없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을 때 가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심없이 열린 마음으로 자연을 볼때 자연 또한 우리에게 그 자신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넓은 의미에서 궁극적 과학의 과정이며 목적이리라. 실제로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지동설, 진화론 등의 이론을 세운 사람들은 기존의 틀(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대했던 열린 마음의 소지자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연스러움, 창조적 인간본성 즉 열린 마음을 요구하는 분야인 과학, 문학, 예술은 그 흥망성쇠를 같이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학생들에게 자연이 이러한 것이라고 권위적으로 강요하고 주입하고 있는 현실은, 마치 우리 둘레로 종교나 미신이 성행할 때나 이데올로기의 명분 아래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억압받는 공산주의의 정체체제와 다름 없으며 일방 통행의 사고와 행동만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의 속성은 우선 교사 자신의 열린 마음을 요규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합리적 사고 및 열린 마음이 조장되어 과학의 올바른 이해와 자연을 보는, 나아가서는 자연 속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넓히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가 부모를,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을 접할 때 그것은 바로 우리의 요람인 별과 우주를 접하는 것이라는 한 천문학자의 말 그대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연을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자신과 접하고 대화를 하게되며 이것이 과학의 자세며 과학의 목적에 해당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