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4월 국내 최초의 자체위성인 무궁화호(KOREASAT)가 동경 1백16도 적도 상공 3만6천㎞ 정지궤도상에서 전북 무주 부근을 향해 전파를 날리기 시작한다.
1995년. 앞으로 4년 후면 우리나라도 자체 인공위성을 가진 나라가 된다. 인공위성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4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우주공간에 위성체 하나를 띄운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통신 방송용 자체위성을 갖게 됨으로써 파생되는 여러가지 혁명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위성의 종류는 사용 목적에 따라 수도 없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군사용 첩보위성에서부터 기상관측이 주목적인 기상위성, 우주에서 각종 과학 실험을 실시한 목적으로 쏴올리는 과학위성, 통신을 위한 통신위성, 라디오 및 TV방송을 하기 위한 방송위성 등등. 95년에 우리나라가 쏘아올리게 될 인공위성은 이 가운데 통신과 방송기능을 동시에수행하는 통신방송복합위성이다. 위성의 고유 이름은 무궁화호, 영문으로 코리아새트(KOREASAT)라고 정해졌다. 정확히 95년 4월이면 우리나라 최초의 자체 위성인 무궁화호는 동경 1백16도 적도 상공 3만6천㎞ 정지궤도상에서 전라북도 무주 부근을 향해 전파를 쏘아 내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의 휴즈에어크래프트 GE애스트로 스페이스시스템즈로럴사와 영국의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 등 4개 발주 희망업체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제출받아 최종 낙찰업체 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늦어도 올해 안에 업체 선정을 끝낼 방침이다.
전파의 복덕방
무궁화호의 임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통신과 방송의 두가지다.
통신위성이나 방송위성의 역할은 간단히 말해 지상에서 올라온 전파를 중계, 다시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상에서 통신선이나 방송 중계소가 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전파의 복덕방인 셈이다.
통신 방송 위성에서 이같은 전파의 중계역할을 하는 핵심부분을 중계기(transfonder) 라고 한다. 무궁화호에는 이런 중계기가 통신용 12개, 방송용 3개 등 모두 15개가 실리게 된다. 실생활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인공 위성은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 실생활에 상당히 가깝게 다가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우선 일반인들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두번씩은 써봤을 국제 전화가 대부분 위성을 이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또 수년 전부터 왜색 문화의 침투니 전파의 월경이니 하는 문제로 사회화되고 있으면서도 약 20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직접위성방송 역시 우리에게 가장 가깝게 있는 위성 서비스 중의 하나다.
올해초 걸프전 발발 당시 우리는 미국의 뉴스전문 CATV회사인 CNN의 피터 아네트라는 종군기자가 전쟁 현장에서 보내는 생생한 전쟁 중계를 접하면서 위성통신의 위력에 놀라움을 느낀 적이 있다.
정보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정보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보 흐름의 요체가 되는 통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가장 효율적인 첨단화된 통신수단인 통신용 인공위성의 위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만하다. 정부가 우리의 경제 여건상 다소 무리라는 일각의 지적을 접어두고 자체위성 보유를 지상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신 방송용 자체 위성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파생되는 실생활의 변화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방송분야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직접위성 방송이 가능해진다. 직접위성방송이 실시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이점은 난시청 지역이 없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위성 방송은 지상 중계시설을 거치지 않고 TV프로그램을 위성 중계기를 통해 시청자가 직접 수신하게 된다. 따라서 건물 지형지물 등에 의한 전파의 차폐나 반사가 없어지고 지금보다 훨씬 깨끗한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상중계시설 부족으로 시청이 어려웠던 난시청지역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방송사들의 현장중계가 한결 간편해져 시청자들에게 좀더 실감나게 생생한 화면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상방식에 의한 TV 중계는 통신회선 수나 중계가능 지역이 크게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방송국과 방송국간, 현장과 방송국간의 방송 프로그램 중계에 위성을 이용하면 거의 무한정한 현장 중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건 간에 걸프전 때 CNN이 보여준 것처럼 이동 지구국에 의한 뉴스 전송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 밖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CATV사업을 위성을 통해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위성을 이용, CATV프로그램을 중계하게 되면 전송화면의 품질도 높아질 뿐 아니라 광케이블이나 디지털 회선을 시설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변화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어나게 될 변화의 비하면 속된 말로 '새발의 피’다.
전화국 하나가 떠 있는 셈
자체 위성 보유라는 사안이 우리나라 통신 분야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첫번째는 공중통신망의 구조 자체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전화 가입자 증가에 따르는 전화국의 증설이 대부분 무궁화호에 탑재된 통신용 중계기에 의해 그 필요성이 없어진다. 웬만한 규모의 전화국 정도는 위성이 교환국 기능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여건상 지상방식의 통신선로 구성이 어려운 도서 벽지에서도 전화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TV난시청지역과 함께 통신 고립 지역이라는 말은 아예 없어지게 된다.
이밖에 위성통신은 지유로운 이동성 동보성(同報性)이라는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치안 국방 행정 등 공공통신용, 재해 및 비상 통신용으로 효과적이다.
공중통신분야와 함께 시설통신 분야에서도 무궁화호의 위력은 여실히 나타날 것이다.
지금처럼 엄청난 비용을 투입, 자체 정보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무궁화호가 뜨는 95년쯤이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대신 각기업이나 기관들은 VSAT(Very Small Aperture Terminal, 초소형 지구국)라 불리는 소형 지상 안테나 장비를 자기 건물 내에 설치, 전용 데이터 통신망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설 네트워크의 손쉬운 구성은 현재 비싼 회선 이용비용과 원활치 못한 공급 체계 때문에 사용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고속 디지털 전용회선의 대중화를 촉진하게 될 전망이다.
이때쯤이면 컴퓨터를 이용한 고속데이터 통신이나 G4 팩시밀리 등의 정보통신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을 이용한 원거리간 영상회의가 기업은 물론이고 가정에까지 보편화된 서비스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이밖에도 통신 방송위성이 우리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방송위성의 TV방송용 한개 채널을 이용, 지상 FM방송보다 훨씬 좋은 음질로 10~15채널의 음성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는 PCM 음악방송, 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는 HDTV, 방송의 특질인 즉시성에 인쇄매체의 장점을 가미한 팩시밀리 방송, 스틸 사진이나 도형 등의 컬러화상을 음성과 함께 내보내는 정지화 방송, 문자다중방송 등이 95년 4월부터 무궁화 위성이 지상으로 내려줄 수 있는 첨단 서비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