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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에 편한 옷 입히는 디자인

디자인미디어 연구실


증강현실기술을 사용하면 컴퓨터로 디자인한 제품을 실제 환경과 합성해서 바로 볼 수 있다.


회사원 주정은 씨(28)는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맘에 드는 작은 옷장을 발견했다. ‘예쁘긴 한데 방에 놓기엔 좀 크지 않을까’ 가로, 세로, 높이가 cm 크기로 나와 있지만 감이 오지 않았다. 방의 치수를 자로 재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얼추 크기가 맞는 것 같다. 옷장이 도착한 날, 주 씨는 당황했다. 옷장을 방에 들여놓고 보니 생각했던 크기보다 훨씬 커 좁은 방이 더 좁아보였다.

컴퓨터 속에서 미리 사용해본다


기술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꿈꾸는 이우훈 교수(중앙)와 연구원들.


KAIST 디자인미디어연구실의 이우훈 교수는 “제품의 실제 크기를 가늠하는 일은 소비자나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모두 어렵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홈서비스 로봇 디자이너는 3차원 CAD시스템이 만든 가상의 환경에서 원하는 로봇의 형태를 그린 뒤 제품의 크기를 결정한다.

하지만 로봇을 사용할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로봇의 크기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다양한 크기의 로봇을 여러 대 만들어 사용해보면 되지만 비용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 교수는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했다. 증강현실기법이란 3차원 CAD시스템에서 디자인한 대상을 생활환경과 합성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이 영화 ‘토이스토리’같은 100% 3D애니메이션이라면, 증강현실은 ‘스튜어트 리틀’ 같은 실사합성영화라고 보면 된다.

이 교수는 컴퓨터로 디자인한 제품을 실제 환경과 합성해 LCD 화면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홈서비스 로봇의 크기를 알아봤다. 실험결과 사람들이 선호하는 로봇의 평균 키는 팔이 있는 경우 59cm, 팔이 없는 경우 55cm 로 나타났다. 이 키는 성인의 무릎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일반적인 책상이나 탁자보다 약간 낮은 높이다.

이 교수는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면 디자이너가 제품 크기를 미리 가늠하며 디자인할 수 있고, 제품개발과정 초기에 소비자의 의견을 쉽게 반영할 수 있다”며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에도 이 기술을 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연구로 2005년 한국디자인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레이아웃만 바꿔도 글 읽는 속도 빨라져
 

4000mm2 넓이에 가로세로 비율이 3 : 1인 스크린을 대각 선으로 나눴더니 직사각형 레 이아웃에 비해 읽는 속도가 26.1% 빨라졌다(01). 두 부분 으로 나눠서 실험한 결과, 오 른쪽 삼각형(02)일 때가 왼쪽 삼각형(03)일 때보다 더 빨리 읽혔다.


“기술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 디자인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디자인 때문에 사용하기 불편하면 기술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죠.”

KAIST 디자인미디어연구실은 첨단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휴대용 정보기기의 화면 크기와 비례에 대한 연구가 좋은 예다. PDA, 휴대전화, 전자책은 반도체와 화면표시장치 기술이 발달해 차츰 크기가 작아지고 있지만, 작은 제품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순 없다. 화면이 작아지면 오히려 글을 읽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면서 읽기도 쉬운 화면표시장치의 가로세로 비율은 얼마일까.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면의 크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로세로의 비율이 2:1 비율일 때 휴대용 정보기기를 주머니에 넣기 용이하고 화면에 표시되는 문자정보를 읽기 쉽다. 특히 텍스트 레이아웃을 대각선으로 나누면 직사각형 모양 레이아웃일 때보다 독서속도가 최대 30% 빨라진다.

이 교수는 “새로운 화면표시장치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텍스트 레이아웃 디자인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술 이상의 효과를 느끼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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