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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과 피조개는 어떻게 다른가?

바다조개들의 세계

우리생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바다조개들에 얽힌 이야기를 그들의 생태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바다는 영원함과 무궁함의 상징이요, 향수의 모체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바다였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에 사는 조개중에서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몇종을 골라 사진과 함께 간략히 살펴보자.

해산(海產)패류와 인간과의 관계는 매우 다양하다. 식용으로서 단백질의 공급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화폐, 약을 담는 그릇, 바둑의 흰돌, 나전(螺鈿), 그릇 대용, 옛 군대의 나팔, 진주의 모패, 목걸이, 부전(노리개의 일종)등으로 사용된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관상용으로 패류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조개 하나에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있다.

우리 속담에 '조개 부전이 맞듯'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두쪽이 꼭맞아 틈새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부전이란 두장의 조개껍질을 고운 비단으로 싸서, 수도 놓아 끈을 매어 차고 다니는 계집아이들의 노리개를 말한다.

이처럼 조개껍질은 예부터 소꿉은 물론이고 고급 노리개로도 사용됐다.

해산 연체동물은 여덟 개의 강(綱)으로 나뉘는데, 여기서는 우리가 자주 볼 수 있고 종의 수가 많은 복족강과 부족강(이매패강)을 '바다 조개'라는 제목으로 살펴보자.

연체동물 중 두족류의 오징어 무리인 Architeus라는 종은 길이가 18m, 무게가 4백50㎏이나 된다. 이 종이 무척추동물 중에서 무게로서는 챔피언인 셈이다. 이매패인 부족류 중에서 제일 큰 것은 Tridagna gigas. 인도양과 태평양의 산호초에 살며 길이가 1.5m, 무게가 보통 사람 체중의 세배가 넘는 2백25㎏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매패는 키조개(Pectina japonica)로 길이(각고)가 약 30㎝이며 서남해의 보성만 광양만 등지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키조개는 맛이 좋아 거의 모두가 수출되고 있다.

18, 19세기 유럽에서는 조개잡이가 해변에 사는 처녀들의 결혼 조건이었고 그곳의 분수대나 건물에도 많은 패류의 조각을 볼 수 있을 만큼 조개가 인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쉘(shell) 석유회사의 상표도 가리비 무리의 조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 6종의 가리비 중에, 주로 동해안에서 나는 국자가리비(Pecten albicans)는 각고가 20㎝ 정도이고 방사륵(放射肋)이 15개 정도인데, 우리말 이름의 '국자'는 음식을 퍼담는 그릇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뜻하는 이름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조개를 이용 해 국과 밥을 펐다고 한다.

어물시장에서 일본말인 '가이바시라'로 통용되고 있는 조갯살은 가리비 무리의 후폐각근(전폐각근은 퇴하됨)으로 패주(貝柱) 조개 관자 조개귀 조개젖꼭지라고 부른다. 앞에서 말한 키조개도 조개관자가 크기 때문에 식용으로 말려서 팔기도 한다. 식탁에 오르는 조개들의 살을 빼먹고 나면 껍질에 흰 근육이 붙어 있는데, 그 근육(폐각근)에 해당하는 것이 조개관자다.

필자가 어렸을 때 가끔 피부질환에 조가비(조개껍질)를 갈아 만든 흰연고 같은 것을 발랐던 기억이 난다. 그 조가비가 바로 백합(Meretrix lusoria)이나 말백합(M.petechialis)의 껍질이다. 동해안의 일부 지방에서는 약백합이라 부르는 조개류를 약품 용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해안에서 많이 양식하고 있는 백합류의 껍질은 매우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바둑의 흰돌(百石)을 만드는데도 쓴다.
 

국자가리비^길이가 20cm이며 방사륵이 15개. 동해안에서 서식함.「국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조개를 이용해 국과 밥을 떴기 때문이다.
 

바다의 우유, 굴

굴은 진주의 모패(mother of pearl)로 이용한다. 인공진주가 금속에서 생성되는 메커니즘은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굴무리(Ostrea)나 굴무리(Crassostrea)는 진주모패로 적합치 못해 수입종을 쓰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굴이 정력에 좋다고해 날로 즐겨 먹으며 '서양의 인삼''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그러나 달을 표시하는 단어에 'r'자가 들어있지 않는 달에는 (may June July August)먹지 않는다. 5월에서 8월 까지는 굴의 산란 기간으로 알이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조개젓 단지에 괭이발 드나들 듯'이란 말이 있다. 한 번 맛 들인 것은 잊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조개젓은 풍부한 단백질과 그 단백질이 발효된 아미노산이 들어 있으며 입맛을 내는데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 굴은 석화(石花)라고도 하며 불교 용어에도 많이 쓰이는데, 바위에 붙은 굴을 따고 나면 두장 중에 한장은 바위에 그대로 붙어 있어 멀리서 보면 흰 꽃들이 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석화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굴은 어떻게 해 물 속에서 껍질을 바위에 단단하게 붙일 수 있을까. 굴 외에도 홍합 따개비 등과 식물인 미역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해초도 물속에서 다른 물체에 단단하게 부착하고 살아간다. 홍합은 족사(足絲)라는 실 모양의 발로 바위에 붙어 있다.

홍합의 예를 들어 물 속에서 이들 생물이 어떻게 달라 붙는가를 간단히 설명해보자. 홍합의 발 끝은 싱크대의 구멍이 막혔을 때 사용하는 청소 도구 모양을 하고 있다. 발의 근육으로 사발 모양의 끝 부분을 누르면 공기가 빠져 나가고 진공 상태가 되는데, 이때 외분비샘에 들어 있던 접착제의 성분이 분비 된다.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물질은 페놀성 단백질로 분자량과 아미노산의 순서(배열)까지도 밝혀져 있다. 이 단백질을 DNA조작이나 단백질 합성 방법으로 다량으로 만드는 일이 이미 시작됐다. 이 접착성의 물질로 흔들리는 이를 잇몸에 고정(접착)시킨다든지, 부러진 뼈를 접합시키는 것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굴이나 홍합 등이 한번 붙었던 자리에는 다른 부착생물이 잘 붙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앞의 접착제나 그 유도물질을 페인트에 섞어 배 밑바닥에 칠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즉 배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따개비를 포함한 부착생물이 배 밑바닥에 붙어 배의 무게를 무겁게하고 저항을 크게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들 고착생물을 죽이기 위해서 연안생물에 해가 되는 물질이 들어있는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수분)이 있어도 강력한 접착력을 갖는 물질을 생물계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서 찾아내는 이 일 하나를 보더라도 우리는 자연속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나를 알 수 있다.

다양한 식용조개

조개 하면 반지락(Tapes philippinarum)을 생각할 정도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가 반지락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연안에 분포하며 굴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반지락은 특히 서해안에 많이 난다. 동해안에 많이 나는 대복(Gomphina equilatera)과 형태가 비슷하며 국을 끓이거나 조개젓을 담는데 이용된다.

여름에 동해안의 해수욕장에서 잡는 조개가 대복인데 반지락보다는 크기가 약간 크고 껍질이 매끈하고 광택이 나며 무늬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국을 끓이는데는 동죽이나 가무락조개를 많이 쓰는데, 모두 반지락 백합과 함께 서해안의 조간대와 모래 섞인 개펄에 서식한다. 그리고 된장국에 어린아이의 손바닥만한 조개의 살을 잘라 넣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서남해안에 많이나는 개조개다.

식용으로 쓰는 패류로 홍합(Mytilus coruscus)을 뺄 수 없다. 큰 것은 길이가 15㎝가 넘으며 주로 동남해안의 수심 20m 까지 분포한다. 껍질이 예쁘고 살이 아주 맛이 있다. 주로 동해안에 많이 나기 때문에 동해부인(東海夫人)이란 이름까지 갖고 있는 조 개다. 홍합은 여음(女陰)과 비슷해 지방에 따라 섭조개 열합 합자 등으로 부른다.

우리식단에 자주 오르는 꼬막과 피조개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꼬막은 작고 방사륵(방사상으로 생긴 돌기)이 17, 18줄이고, 새꼬막은 꼬막보다 크고 방사륵이 32개, 피조개는 제일 크며 42줄의 방사륵을 갖고 있다. 20 30 40줄로 외워도 큰 무리는 없다.
 

대복^반지락과 형태는 비슷하나 크기가 약간 크다. 껍질이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의 귀, 전복

여기까지는 껍질이 두장인 이매패(二枚貝)를 이야기했고 다음에는 껍질이 하나이고 꼬인 모양을 한 복족류의 예를 들어보자.

소설 '강태공'에는 쇠(철)를 파는 사람이 좋은 '패화'를 가져 오라고 부탁하는 대목이 여러군데 나온다. 이때가 중국의 은나라 시대인데, 실제로 은나라 유물에서 패화(貝貨)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화폐 전시실에도 패화가 전시돼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조개를 의미하는 한자의 貝자는 개오지과(Cypraeidae)조개의 입(각구) 모양에서 유래된  모양의 상형문자다. 한국에는 점박이개오지 제주개오지 등 5, 6종이 분포하고, 세계적으로 2백여종이 있는데, 껍질이 매끈하고 색채가 다양해 지금도 패류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옛날 우리나라 여자들은 다산(多產) 안산(安產)의 부적으로 개오지조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족류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각고가 30㎝ 정도인 나팔고둥(Charonia sauliae)인데, 제주도 근해에 서식하고 있고 불가사리나 해삼과 같은 극피동물을 먹고 산다. 나팔이 없었을 때 취악이나 군용 나팔로 썼으며 완구나 공예품의 재료도 사용 했다.

복족류의 대표적인 패류는 '바다의 귀'라 고도 부르는 전복 무리로(Haliotis) ear shell, 또는 abalone shell 이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는 전복 말전복 오분자기 등이 있다. 껍질에 생겨 있는 구멍의 개수가 분류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데, 전복과 말전복의 껍질의 구멍이 4, 5개이고 크기가 작은 오분자기 는 7, 8개다. 이 구멍으로 소대변 등의 노폐물이 나간다. 전복은 맛이 기가 막혀 중국에서도 말린 전복을 명포(明鮑)라 해 고급요리로 여긴다. 전복의 껍질은 강한 진주 광택을 내기 때문에 나전의 재료로 사용된다. 지금은 동해안 등지에서 많이 양식하고 있다.

'미역을 따오리까, 소라를 딸까'의 비바리 하소연에도 나오는 소라(Batillus cornutus)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에서 주로 나온다. 소라는 자웅이체이며 일반적으로 뿔이라고 부르는 수관(水管)이 긴 것이 특징이다.

해변의 모래사장에 밀려 온 물바랜 많은 조개껍질을 주워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신(海神)의 조화로만 보이는 일정한 크기의 구멍 뚫린 조가비들의 구멍은 누가 뚫었을까. 복족류의 한종인 moon shell이라고 부르는 둥근 모양을 한 큰구슬우렁이(Neverita didyma)의 작품이다. 이 종은 육식을 하는데 폐각근으로 꽉 닫혀있는 조개를 열 수 없기 때문에 조개껍질에 구멍을 뚫어 잡아 먹는다. 우렁이는 치설(齒舌)로 껍질에 상처를 내, 그 상처에 샘에서 분비한 강한 산을 문질러 껍질을 녹인다. 이 일을 반복해 결국은 구멍을 뚫는다. 큰구슬우렁이는 불가사리와 함께 패류양식에 큰 해를 미치는 패류다.

많은 해산 패류(이매패)속에는 손톱 크기 만한 게가 살고 있는데 이 게를 속살이게라 부른다. 조개국이나 조개젓을 먹을 때 흔히 볼 수 있는데 색이 연하고 껍질이 부드럽다. 남미의 어느 나라에서는 이 속살이게만 모아서 특수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하니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한 마리의 조개 속에 여러마리가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는 매사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관찰해, 의문을 풀어가는 점이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하찮은(?) 조개를 관찰하면서도 섬세한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우리생활에 이용하고 있다.
 

점박이 개오지^왼쪽은 개오지의 입으로 조개 패(貝)자는 여기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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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오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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