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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자꾸 나와서 정말 미치겠어요. 학교에서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코를 너무 많이 풀어서 머리까지 어지러워요.”
봄이 되면 알레르기 비염으로 약국을 찾는 청소년 환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1명이 알레르기 비염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10년 사이에 청소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10%나 증가했습니다. 

 

코감기 vs.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은 환경오염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이 생겨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들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doi:10.3904/kjim.2011.26.3.262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인 ‘알레르겐’에 우리 몸이 과민반응을 나타내면서 발생하는 만성 비염입니다. 그런데 증상이 비슷해 환자들이 코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을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코감기는 콧물이 끈끈하고 앞으로 나오기보다는 뒤로 넘어가기 쉬우며 재채기가 적게 납니다. 또 열이 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콧물이 물처럼 맑고 앞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재채기가 심합니다. 대체적으로 열이 나지 않으며 눈이나 코 주변이 가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미세먼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비듬 및 털, 곰팡이 등 다양한 물질이 알레르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특정 상황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면 잘 기억해 뒀다가 가능한 그 상황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 경우에는 약의 도움을 받거나, 알레르겐을 조금씩 투여해 환자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요법을 받아야 합니다.

 

1세대 vs. 2세대 항히스타민제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알레르기 비염용 일반의약품으로는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 비강세척제, 비강보습제 등이 있습니다. 
그중 항히스타민제는 말 그대로 히스타민에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약입니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 염증이나 알레르기가 발생했을 때 비만세포(mast cell)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코에 있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하면 콧물, 가려움, 재채기 등의 증상을 유발합니다. 여기서 히스타민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항히스타민제가 코에 있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히스타민 대신 달라붙어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혈액뇌관문(BBB·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종 비염 약을 복용한 청소년 환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 때문입니다. 
클로르페니라민, 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 트리플로리딘 등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을 억제하면서 몸을 나른하고, 졸리게 만듭니다. 심하면 입이 마르거나 변비도 나타나죠. 반면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혈액뇌관문을 거의 통과하지 않아 졸리게 만들지 않습니다. 세티리진, 로라타딘, 펙소페나딘 등의 성분이 있으며, 광고에 많이 나오는 ‘지르텍’이 바로 세티리진 성분의 약입니다. 
그렇다면 먹으면 졸리는 약이 무조건 나쁜 걸까요. 사실 1세대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효능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다만 1세대가 약효가 더 빨리 나타나는 대신 더 자주 복용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하루 종일 힘들고 밤에 불편해서 잠이 안 오는 경우에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저녁에 복용하고 푹 자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사와 상담해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약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코 막힘 증상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가 막힌 경우에는 비충혈제거제를 함께 복용합니다. 비충혈이란 비(鼻), 즉 코의 충혈(혈관이 확장됨)로 코 속이 부풀어 올라 코가 꽉 막힌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때 코 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이런 코 막힘을 완화해주는 것이 바로 비충혈제거제입니다. 
비충혈제거제는 코 막힘에만 효과가 있고 재채기와 흐르는 콧물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코가 막히지 않고 줄줄 흐르기만 한다면 굳이 비충혈제거제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두 가지 증상이 모두 있는 환자를 위해 두 성분을 합친 복합제도 있습니다).
이처럼 알레르기 비염 약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약국에서 어떤 증상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가족 중 다른 누군가가 먹던 약을 그냥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형이 코감기 때문에 먹던 약이 있어서 그냥 제가 먹었는데, 낫지 않아요”라며 오는 환자도 있는데, 알고 보면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더 커지게 됩니다. 
또한 약의 성분과 함량에 따라 몇 세 이상 복용할 수 있는지도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약사의 지도하에 약을 복용해야합니다. 자신의 증상에 맞는 약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소정 
고려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원 물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약학 정보를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스터큐어’ 대표약사로 있다.  mastercure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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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소정 약사
  • 에디터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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