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성운 고리성운 아령성운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은 8월의 한여름밤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4대 천체다.
무더운 날씨가 사람들을 야외로 이끄는 계절이다. 한낮의 열기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여름밤은 더위뿐만 아니라 육체와 정신까지도 맑게 한다. 텐트 앞에서 모래밭에서 둑위에 앉아서 동심으로 돌아가 밤하늘을 응시해보자.
계절에 따라 새로이 뜨고지는 별들의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우리에게 한여름 밤하늘은 가장 아름다운 천체의 가족들을 소개해준다. 오늘밤 만난 이들 스타의 이름과 소개장을 당신에게 보낸다. 이들은 바로 안드로메다성운 고리성운 아령성운 그리고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이다.
국부 은하군의 맹주, 안드로메다
안드로메다 은하 M31은 하늘에서 가장 밝은 은하며 가장 거대한 나선은하다. 이 은하의 구조는 우리은하와 비슷하나 질량은 두 배이상으로 우리은하에 속한 마젤란 성운과 다른 20여개의 은하들로 구성된 국부은하군의 맹주다. M31은 1611년 시몬 마리우스에 의해 처음으로 언급됐다고 전해지지만, 964년 아랍의 천문가 알 수피가 만든 성도에 정체 불명의 천체로서 이미 표기됐다.
소형 망원경으로도 M31의 두 동반 은하 M32와 M110(NGC 205)이 관측된다. M32의 발견은 1749년 르 장틸에 의해 이루어졌고 보다 더 희미한 은하 M110은 1773년 메시에가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까지 그의 목록에 추가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캐롤라인 허셸(근대 천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허셸의 여동생)이 1783년에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가족의 관측은 매우 까다롭다. 많은 초심자들이 이 은하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다. 희부연 빛뭉치의 단순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명한 하늘과 빛이 없는 산정에서 안드로메다를 대하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경남 화왕산 관측소에서 안드로메다를 대형 쌍안경으로 관측하면 3˚ 가까운 크기로 쌍안경의 시야를 꽉 채운다. 핵과 나선팔의 거대함을 느낄 수 있다. 이때 핵은 약 10′(분) 정도 크기로 뚜렷하고 매우 밝다. 15㎝급 저배율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2˚길이와 20′ 정도의 폭으로 보인다. 구별하기 힘들지만 암흑대의 존재도 느낄 수 있다. 25㎝ 망원경으로는 폭을 40′ 정도까지 넓게 인식할 수 있으며, 핵 속에서도 특히 밝은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핵 속의 '눈'은 10″(초)정도의 크기다. 특별히 좋은 날씨라면 우리는 NGC 206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은하의 남서쪽 팔 깊숙이 떨어져 있는 이 거대한 별무리는 25㎝ 망원경 시야속에서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2′ 크기의 희미한 빛막대같은 이 거대 별무리는, 외부은하들이 가스구름이 아닌 무수한 별들의 집합체임을 증명하고 있다.
M31의 보다 객관적인 관찰은 적어도 30㎝ 구경 이상의 망원경이 필요하다. 또한 나선팔을 인식하려면 소형 망원경으로는 불충분하다.
M31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외계은하이면서 초거대 나선은하다. 그러나 은하면이 우리 시야 방향에 대해 겨우 16˚만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원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난 광경 하나를 선물받지 못한 셈이다.
M205는 M31의 북서 37′거리에 놓여 있다. 매우 덩치가 크나 표면광도가 낮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구경이 15㎝급 망원경으로 살피면 핵도 없는듯이 보이나 25㎝급이면 흐릿하고 불명확한 핵을 느낄 수 있다. 소구경으로는 M31과 꽤 먼거리로 떨어져 보이지만, 35㎝급에서는 상당히 밝아지며 중심의 밀집된 별들이 나타나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M32는 별과 같은 핵 주위에 흐린 성운이 감싸고 있는 정말 작은 은하다. 15㎝ 망원경으로는 행성상 성운정도로 느낄만큼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의 중심 광도는 매우 밝다. 주의깊게 보면 M32의 무리(halo)가 M31의 핵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문고자리의 도넛
M57은 1779년 메시에와 드뀌에르가 동시에 발견했다. 거문고 자리속의 이 행성상 성운은 비록 다른 어떤 유명한 천체보다 크기는 작으나 고리 모양때문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성운은 6~8㎝ 구경의 소형망원경으로도 쉽게 찾아진다. 15㎝ 구경으로는 타원형의 고리모양을 식별할 수 있고 중심에서 약 1′ 떨어진 동쪽 가장자리에 12등급의 별을 볼 수 있다. 25㎝ 망원경 2백50배로 보면 고리속의 빈 공간이 완전히 어둡지 않고 가스체가 남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에서는 가스속 공간이 완전히 어둡게 나타나는데, 이같은 차이는 이 성운이 빛의 파장에 따라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은 적색 파장에 민감한 필름이 주로 시용되며, 육안으로는 고리속의 노랑과 녹색의 가스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성운 중앙에 있는 별은 1800년경 독일의 F. 폰한이 처음 발견했는데 15등급에서 16등급 사이로 변광하기 때문에 거대 망원경과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로버트 번햄에 따르면 이 별을 확인한 최소 구경의 망원경은 32㎝굴절(6백배로 본 기록)이지만 1959년에는 아리조나에 있는 1m 망원경으로도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현재 이 성운의 알려진 육안광도는 15.4등급이며 사진광도는 14.4등급이다. 많은 아마추어들이 이 별을 보려고 하는데, 착시에 조심해야 관측이 가능하다. 이 성운의 광원은 고온의 별이 내는 자외선복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로부터 거리는 6백20pc(파섹, 1pc는 3.259광년)에서 7백80pc 사이로 최근에 발표됐다.
'별이 없는 성운'이라는 묘사와 함께 메시에가 1764년 7월12일에 관측 기록한 M27은 북천(北天)에서 가장 밝은 행성상 성운이다. 그뒤 로스경이 대형망원경을 통해 이 천체를 관찰하고 역도선수의 아령에 비유했다. 이후로 '아령성운'으로 유명해졌다. 아령성운은 우리나라 국악기 장구 모양과도 흡사하다. 20㎝ 망원경 정도면 성운 서쪽 가장자리에서 9등급의 별이 북동면의 팽창하는 가스체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얼핏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체의 표면 밝기는 남서면이 가장 밝고 중심과 북동면은 조금 어둡다. 30㎝ 이상의 망원경으로는 중심성을 볼 수 있는데, 광도가 13.8등급에 불과한 데다 주위 가스체가 밝기 때문에 주의깊게 관찰해야 식별할 수 있다. 성운 남서면 가장 자리에도 이같은 희미한 별이 두개 더 있다.
소련 레닌그라드 근교의 풀코포 천문대의 여성 천문학자 0. H. 추도비체바는 25년의 격차를 두고 촬영한 성운사진을 비교해 M27의 팽창 속도를 계산했다. 그녀는 성운이 매년 0.068″(초)씩 팽창하고 있다고 발표 했다. 만약 이것이 정확하다면 M27은 3, 4천년 전 탄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그 녀는 이 성운까지의 거리가 1백50pc로 발표 했다. 그러나 최근의 또다른 천체물리학적 관측결과는 이 성운이 매년 0.005″씩 팽창하고 있으며 약 4만5천년 전에 폭발했다고 주장한다. 이 결과를 따르면 M27의 거리는 3백pc까지 멀어진다. 그래도 이 천체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물체중의 하나다.
'이중성단'(NGC869와 NGC884)은 북반구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산개성단이다. 메시에가 이 찬란한 천체에 대해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록속에 넣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869속에는 15.5등급보다 밝은 별이 3백50여개, 884속에는 3백여개가 있다.
869는 중심에 전체광도가 6.6등급인 5개의 별들이 사발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15㎝ 급으로는 약 65개의 별들이 보이고 30㎝로 는 20′의 크기속에 1백여개의 별들이 밀집돼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또 이 속의 별들은 다른 성단에 비해 각 별들의 고유색들이 현저하게 달라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884는 중앙 밀집도가 낮으나 더 크고, 중심에 있는 진홍색별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모양의 특색은 두쌍의 3중성을 중심으로 밝은 중앙부가 형성돼 있고 그 주위를 별집단들이 왕관자리와 비슷한 모양으로 큰 원호를 그린다. 20㎝ 망원경으로는 869와 맞먹는 별의 수를 볼 수 있으나 밝기는 훨씬 떨어진다. 이것은 이 지역에 암흑 성간물질들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