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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왕성 Neptune

푸른색의 영롱한 지구

보이저2호가 접근하기까지는 우리와 조금은 소원했던 해왕성이지만 이제는 지구의 친숙한 형제가 됐다.

'녹색과 푸른색의 진주', 이것이 태양에서 여덟번째 행성인 해왕성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천왕성의 바로 비깥에서 공전하고 있는 해왕성은 크기와 질량면에서 천왕성과 비슷해 이 두 천체는 쌍둥이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왕성은 천왕성보다 푸른색이 더 영롱해 진주에 비유된다.

해왕성은 8등급 정도로 흐리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행성은 1989년 보이저(Voyager)2호 우주선이 근접촬영을 할 때까지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우연히 발견된 천왕성과는 달리, 해왕성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발견됐다. 천왕성이 허셸(Herschel)에 의해서 발견된 8년 후인 1799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델람브르(Delambre)는 그때까지 관측된 천왕성의 궤도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그는 뉴턴(Newton)의 운동법칙을 이용해 천왕성의 궤도를 계산하고 미래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게 해놓았다.

미지의 천체가 현실로

이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820년에 역시 프랑스 천문학자인 부바르(Bouvard)가 목성 토성 천왕성의 위치를 계산했는데, 그중에서 천왕성의 위치가 델람브르가 계산한 위치에서 상당히 벗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후 천왕성의 위치가 왜 벗어나는지에 관한 논의가 학계에서 활발히 일어났고 여러가지 해답이 제시됐다. 그중에 하나는 뉴턴의 중력법칙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태양계 외곽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미지의 천체가 있어 천왕성 궤도에 중력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지의 천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담스(Adams)가 제기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는 천왕성의 문제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1843년 졸업에 즈음해서는 미지의 천체가 존재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담스는 이 미지의 천체에 관한 질량과 궤도를 계산했다. 그는 이 천체가 양(羊)자리내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가 젊고 잘 알려지지 않아 당시 보수적이던 영국의 왕립(王立)천문학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아담스의 주장은 묵살됐고 이 천체의 탐사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달 후인 1845년 12월 프랑스 과학자인 르베리어(Leverrier)가 천왕성의 궤도운동을 면밀히 검토한 후 아담스와 같은 결론을 얻고 이를 과학잡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아담스의 주장이 어떤 잡지에도 발표되지 않았으므로 르베리어는 아담스의 계산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연구로 이러한 결과를 끌어냈다. 르베리어의 발표가 있자 영국의 왕립 천문학자들도 이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여 탐사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탐사영역 부근의 성도(星圖)가 없었으므로 이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르베리어는 독일 베를린 천문대의 갈레(Galle)에게 이 천체의 탐사를 요청했다. 양자리에 관한 우수한 성도를 가지고 있던 갈레는 탐사작업을 벌이던 첫날인 1846년 9월 24일 밤에 르베리어가 예측한 곳으로부터 55'(분) 떨어진 방향에서 천왕성과 비슷한 크기를 가진 천체를 발견했다. 해왕성이 발견된 것이다.

새턴의 아들, 해양의 지배자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영국과 프랑스는 해왕성의 존재를 예언한 공을 누구에게 돌릴 것이냐에 관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은 받아들여질만한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제에 관한 열기가 식어졌고, 오늘날에는 아담스와 르베리어 두사람이 발견의 공을 똑같이 나누어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해왕성을 제일 먼저 본 사람은 이 행성이 발견되기 2백34년 전 갈릴레이(Galilei)였을 가능성이 많다. 해왕성의 궤도 계산에 따르면 이 천체는 1613년 1월에 목성과 아주 가까이에 위치했었다. 그런데 갈릴레이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1612년 12월27일과 1613년 1월28일에 목성 근처에서 하나의 천체를 관측했는데 이 천체가 부근 별들과의 상대적인 위치가 변화하는 것을 탐지했다고 돼있다. 이 천체가 해왕성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갈릴레이는 이러한 발견을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아서 결국 이 천체가 새로운 행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데는 실패했다.

해왕성이 발견된 수개월 후에 이 행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새턴(Saturn, 토성)의 아들이고 먼 해양의 지배자인 넵튠(Neptune)이라고 명명됐다.

1846년 10월 10일에는 영국의 천문학자 라셀(Lassell)이 해왕성의 위성으로 추측되는 천체를 관측했고, 다음해 7월에 이를 확인했다. 그후 이 위성은 트리톤(Triton)으로 명명됐다. 다른 위성 네레이드(Nereid)는 1949년 미국의 쿠이퍼(Kuiper)가 발견했다. 트리톤과 네레이드는 희랍 신화에서 넵튠의 시종(侍從)들 이름이다.

해왕성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의 1천분의 1밖에는 받지 못한다. 따라서 해왕성은 아주 어둡게 보여 상세한 모습이 오랫동안 숨겨져 왔다. 그러나 보이저 2호 우주선이 1989년 8월 25일 12년간의 긴 항해 끝에 해왕성의 북극 상공 4천6백56㎞까지 접근하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밀의 장막이 걷히게 됐다. 당시 해왕성의 신비한 모습에 처음 접한 NASA(미국항공우주국) 관계자들은 "두개의 밝은 고리를 두른 이 행성의 수줍은 자태는 마치 예술가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듯하다"고 탄성을 올린 바 있다. 보이저 2호는 수천장의 해왕성 사진을 전송하고, 두개의 위성을 더 발견해 위성 수를 모두 여덟개로 늘려놓은 후 태양계 외곽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메탄으로 이루어진 대기

천왕성과 같이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해양성은 질량이 1.03×${10}^{26}$㎏으로 지구의 17.148배다. 천왕성보다는 조금 크지만 목성이나 토성보다는 훨씬 작다. 해왕성은 크기로만 따져서는 태양계 행성중에서 서열 세번째다. 적도 반지름은 2만4천7백64㎞로서, 이는 지구 반지름의 3.87배에 해당한다. 밀도는 1㎤ 당 1.66g이다. 이 밀도는 목성형 행성 네개중에서 가장 큰 값이다.

태양으로부터 해왕성까지의 평균거리는 30.06 천문단위(AU)인 45억 4백30만㎞다. 궤도주기인 해왕성의 1년은 164.79년이고 궤도가 지구궤도인 황도에 대해서 1.77°기울어져 있다.

자전주기는 오랫동안 17시간에서 18시간 사이일 것으로 불확실하게 추측하고 있었으나, 보이저 2호의 관측으로 정확히 16시간6분36초임이 밝혀졌다. 자전축은 공전축에 28°48' 기울어져 있다.

해왕성이 청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대기중의 메탄(${CH}_{4}$때문이다. 상층 대기는 희미한 구름의 띠를 나타내고 있다. 56K(절대온도)로 낮은 온도를 가진 대기는 기체상태의 메탄 수소 헬륨에 물(${H}_{2}$O)의 얼음과 암모니아 (${NH}_{3}$)의 얼음이 혼합돼 이루어져 있다. 에탄(${C}_{2}$${H}_{6}$)은 천왕성의 대기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해왕성에서는 발견된 바 있다.

해왕성의 내부구조는 중심핵이 조금 큰 것을 제외하면 천왕성과 비슷하다. 그러나 천왕성과는 달리 해왕성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의 2.5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초과에너지는 이 천체가 형성될 때부터 남은 열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 사진에는 여러가지 구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사진에서 적도근방 왼쪽 끝 가까이에 놓인 대암점(大暗点, Great Dark Spot)은 지름이 대략 1만㎞로 거의 지구 크기만 하다. 대암점은 고기압의 태풍과 같은 회전을 하고 있지만 대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대암점은 목성의 대적점과 비슷하지만 대적점의 구름은 주변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반면, 대암점의 구름은 주변보다 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한 것이 차이다. 대암점이 왜 주변보다 어둡게 보이는가 하는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암점의 남쪽과 동쪽에 희게 나타나는 밝은 구름들 모양은 수시간의 짧은 기간내에도 뚜렷이 변하고 있었다. 해왕성 사진의 우측 하단에는 또 다른 암점이 보인다. 이 두번째 암점의 크기는 대략 북미 대륙 크기만 하다. 대암점은 18.3시간에, 그리고 두번째의 작은 암점은 16.1시간에 해왕성을 한바퀴 돈다.
 

(그림1) 해왕성의 구조


흑띠의 대폭풍권
 

(그림2) 해왕성 위성인 트리톤과 네레이드 궤도


남반구에는 폭이 1만3천에서 6만6천㎞에 이르는 거대한 흑띠의 대폭풍권이 보인다. 이 바람은 일정한 방향으로 불지 않고 초속 수백m로 뒤섞여 돌고 있음이 알려졌다. 또 북쪽에서도 폭이 4천㎞ 정도로, 큰 지구에서의 제트 기류같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들 기류들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해왕성 내부에 있으리라고 추측한다.

적도 상공에는 흰색의 새털과 같은 얼어붙은 메탄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구름이 떠돌고 있으며, 이 구름들의 그림자가 약 50㎞ 밑 대기의 하층부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북쪽의 약간 희미하고 붉은 색의 표면은 우주로부터 많은 양의 양자와 전자의 입자가 충돌해 생긴 것으로 해석되고 또 북극에서는 오로라도 관측되고 있다.

해왕성에서는 4개의 고리가 발견됐는데 그중에서 두개는 아주 뚜렷이 보인다. 이 고리들은 해왕성 중심에서 약 5만3천㎞와 6만3천㎞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고리를 이루는 물질은 주로 결빙된 메탄 조각들로 천왕성 고리의 물질과는 달리 먼지와 같이 작은 입자들이다.

해왕성에서도 천왕성의 자기장과 비슷한 세기를 가진 자기장이 발견됐는데 그 자기축도 천왕성에서와 비슷하게 자전축에 46.8°기울어져 있다. 해왕성의 자기장은 표면 바로 밑에 있는 액체의 구각(球殼)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해왕성의 여덟개 위성중 가장 큰 것이 트리톤(Triton)이다. 트리톤에는 보이저 2호가 표면에서 3만 8천 4백㎞까지 접근 탐사해 비교적 표면의 상태가 소상히 알려진 위성이다.

트리톤은 해왕성에서 평균 35만4천6백㎞의 거리에서 해왕성 궤도면에 20°기울어진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5.88일의 주기로 돌고 있다. 그러나 트리톤은 대부분의 위성들과는 달리 자전축과 공전방향이 반대인 역행(逆行)위성이다. 트리톤이 역행을 하고 있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이 위성이 해왕성과 함께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해왕성의 중력에 이끌려 들어와서 위성이 된 것으로 생각할 수있다.
 

(표) 해왕성의 위성


핑크색의 남극관

트리톤은 거대한 남극관을 가지고 있다. 남극관은 빛을 효율적으로 반사하고 있으며 연한 핑크색을 띠고 있다. 남극관은 질소와 메탄의 서리로 덮여있고 이것이 복사선에 의해서 증발해 연한 핑크색을 나타낸다.

남극관 부근의 표면온도는 영하 2백26℃로 낮으나 이곳에서 분연(噴煙)을 뿜어내는 화산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이 극한의 땅에 어떻게 화산이 존재할 수 있는가는 수수께끼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은 가능하다. 즉 이 온도에서 질소는 가스 상태가 아니라 암석과 같이 굳어진 상태로 존재한다. 표면으로부터 20~30m 내부에서 조석(潮汐)의 압력이 이 질소의 고체를 점성(粘性)의 액체로 만들고 이것이 균열된 틈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분출되는 질소 가스는 32㎞의 높이까지 치솟고 있다. 그래서 트리톤은 목성의 이오, 토성의 타이탄과 함께 대기를 가진 세번째 위성이다. 트리톤의 대기 성분은 주로 질소이고 약간의 메탄이 섞여 있다.

남극관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표면은 일반적으로 더 어둡고 붉어진다. 이는 트리톤 대기중의 메탄이 자외선 복사에 의해서 빛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어두운 영역을 가로 지르는 밝은 흰색의 띠가 보이는데 이것은 최근에 형성된 질소의 서리라 여겨지고 있다.

트리톤의 지형 또한 복잡하다. 가파른 산, 험한 절벽, 깃털 모양의 검은 무늬, 멜론의 껍질과 같은 복잡한 지형 등 흥미로운 모습들이 보인다. 트리톤 표면에서 보이는 이 여러 지형과 무늬를 이해하려면 앞으로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큰 위성인 네레이드(Nereid)는 트리톤과 반대 방향, 즉 정상적인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다. 이 위성의 궤도면은 해왕성의 적도면에 28°기울어져 있고 해왕성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궤도 주기도 거의 1년에 해당할 만큼 길다. 네레이드 궤도는 이상하리만큼 찌그러진 타원이다. 이는 태양 주위를 도는 혜성 궤도와도 흡사하다. 이러한 궤도때문에 네레이드가 해왕성에서 가장 멀 때는 가장 가까울 때 거리의 5배나 된다.

네레이드를 비롯한 나머지 여섯개의 위성들은 자세한 탐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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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민영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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