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의 물리학자 도널드 글레이서가 우주선(線)이 발생시키는 거품을 추적하기 위해 몇시간 동안 맥주잔을 들여다 봤다는 얘기는 물리학계에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다.
이 얘기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곤 했는데 최근 미국 버클리대학의 물리학자인 프랭크 크로퍼드가 이 일을 재현해냈다.
그는 글레이서의 주장대로 우주의 소립자가 정말로 맥주의 거품을 만들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감마선을 방출하는 약한 방사선인 코발트 60을 맥주잔에 조사해 보았다. 그러나 새로운 거품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는 더 강력한 감마선을 방사선 차단체인 납이 도금된 잔속에 들어 있는 맥주를 향해 발사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새 거품은 볼 수 없었다.
끝으로 크로퍼드는 강력한 가속장치인 베바트론을 활용, 우주에서 가장 강한 방사선을 맥주에 쏘아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차기운 맥주를 끓게(거품이 나게)할 정도의 우주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으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글레이서가 고안한 '우주선 잡는' 거품실은 과열된 액체수소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끓기 일보직전인 액체수소에 감마선 등 고에너지의 우주선이 통과하면 수소기체 즉 거품이 생길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맥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주의 소립자가 맥주를 끓게 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주병의 따개를 딸 때 생기는 거품들은 순전히 탄산가스일 뿐이다.
아무튼 맥주를 여러 잔 먹을 때까지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는 약 40년 전의 글레이서의 불평은 크로퍼드에 의해 실험적으로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