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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C서브·케텔·인포서브

국내 통신동호회 총집합

데이콤의 H메일로 시작된 국내 PC통신은 최근 통신동호회의 활성화로 통신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얼굴없는 모임.' 최근컴퓨터와 통신을 이용해 서로간의 취미나 관심, 필요한 정보 등을 교환하는 통신동호회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전화 그리고 모뎀 등 몇가지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컴퓨터통신을 시작할 수 있어 통신인구는 몇년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통신망에 들어가 서로 편지나 파일을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얼굴을 마주 대하는 일은 없다. 통신을 하는 사람들은 이름보다도 ID(IDentification, 통신을 할 때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명칭)를 더 친숙하게 느낀다. 이름을 대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ID를 말해 주면 '아하, 그 친구' 하고 아는체 한다.

통신을 하기 전에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편지를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려면 그 내용을 프린터로 뽑아 편지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인후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그러면 2, 3일이 지난후 친구에게 그 편지가 전달된다. 팩시밀리를 이용하면 좀 흐리기는 하지만 편지를 금방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용도로 팩시밀리를 구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컴퓨터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친구에게 보낼 수는 없을까. 전화선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전화는 흔히 생각하듯이 음성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나 그림정보도 나른다. 팩시밀리도 전화선을 이용한 것이다. 컴퓨터에 들어있는 편지는 통신프로그램과 모뎀을 통해 전화선이 실어나를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다. 그후 편지는 전화국의 전자교환기를 거쳐 데이콤(DACOM, 한국데이타통신) 같은 통신사업자의 호스트(host)컴퓨터 속에 저장된다. 그러면 친구는 아무때나 그 통신망에 들어가 편지를 꺼내볼 수 있게 된다.

원고나 프로그램을 주고받을 때 통신을 이용하면 더 편리하다. 통신망으로 원고를 받으면 그 원고를 화면에서 교정보고 그대로 출력해 잡지나 책을 만들 수 있다. 사식과 오자교정이란 두가지 작업이 생략되는 셈이다. 통신망에 올라있는 프로그램도 디스켓에 담아 그대로 실행해 볼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요즘 악명을 떨치고 있는 바이러스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통신망을 통해 전파되고 또 컴퓨터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프로그램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 없는 모임
 

컴퓨터가 맺어준 친구

컴퓨터는 통신과 결합되면서 현대 문명의 총아로 떠올랐다. 흔히 얘기되는 C&C(Computer & Communication) 개념은 이를 의미한다. 컴퓨터는 원래 인간이 하기 힘든 복잡한 계산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컴퓨터가 가진 빠른 정보처리능력과 방대한 데이터기억능력은 통신망을 통해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전달됨으로써 그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부가가치통신망(VAN) 종합정보통신망(ISDN) 쌍방향(CATV) 멀티미디어 비디오텍스 등 뉴미디어로 지칭되는 것들은 모두 컴퓨터와 통산의 결합에 의해 탄생됐다.

PC통신은 1977년 미국인 크리스찬슨이 시카고에서 CPM 운영체제(OS)와 애플컴퓨터로 BBS(Bulletin Board System, 사설전자게시판)를 개설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BBS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현재 20여만개가 운영되고 있다. 민간차원의 BBS가 인기를 얻자 1979년 상용통신망인 '컴퓨서브'가 문을 열었고 이후 데이터베이스(DB)업체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에서는 87년경부터 데이콤이 H메일(H-mail)이란 한글전자 사서함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모여 89년 5월 '엠팔'이란 BBS를 만들었다. 엠팔(EMPAL)은 '전자사서함으로 맺어진 친구'(Electronic Mail PAL)란 뜻이다. 일설에 따르면 바이트전자가 88년 3월에 개설한 '바이트네트'가 국내 최초의 BBS라고 한다. 바이트네트는 그후 '네트워크 서울'로 이름을 바꿔 운영되다가 자취를 감추고 현재 부산 지역에서만 일부 서비스되고 있다.

아무튼 89년 이후 BBS들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 활발한 활동을 벌여간다. 89년말 1백여개를 헤아리던 BBS들은 지난해초 전기통신공사(현 한국통신)가 전화요금 시분제(時分制)를 도입하자 한때 운영난으로 잇따라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러나 야간전화요금 할인제가 채택되고, PC보급이 1백만대를 넘어서는 등 컴퓨터이용이 급증하자 새로운 BBS들이 나타났다. 현재 3백개 가량의 BBS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H메일이 안고있던 여러 미비점과 기술적인 사항을 보완해온 데이콤은 본격적인 PC통신망 'PC서브'를 구축하고 89년 한해동안 무료서비스를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유료서비스에 들어갔다. 또 88년 9월 경제뉴스와 증권시세로 독자서비스를 실시한 한국경제신문의 '케텔(KETEL, Korea Economic daily TELepress)도 89년부터 통신망내에 '큰마을'이란 BBS를 개설했다.

PC통신은 흔히 정보검색서비스와 전자게시판 등 두갈래로 분류된다. 정보검색서비스는 통신망을 통해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케텔에서 증권시세를 알아본다거나 동아일보 기사를 통신을 통해 보는 것이 이러한 경우다. 한편 전자게시판은 이용자가 편지나 파일을 상대편에게 보내고 또 동시에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전자를 흔히 비디오텍스 또는 DB서비스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니텔'을 비롯, 데이콤의 '천리안' 중앙일보의 '조인스'(JOINS)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후자의 예는 앞에서 언급한 PC서브나 BBS들이다. 케텔은 두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PC서브의 실세「커넥트」

PC통신 이용자들은 취미나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결성해 통신망내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한다. BBS는 개설될 때 연령층이나 직종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이 접속하므로 처음부터 통신 동호회라고 부를 수 있다. 케텔이나 PC서브도 자체내에 동호회 코너를 개설하고 통신동호회들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케텔에는 53개, PC서브에는 55개의 동호회가 각각 등록돼 있다. 이외에도 삼보컴퓨터의 자회사 코리아네트가 개설한 '인포서브'에도 9개 통신동호회가 있다.

동호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통신망은 데이콤의 PC서브. 현재 PC서브의 이용자는 9천 ID(통신망에 가입할 때 개인 또는 단체 단위로 ID가 발급되므로 ID수로 회원의 많고적음을 따진다. 즉 여러 사람이 하나의 ID를 사용하거나 한사람이 여러 개의 ID를 가질 수 있다)를 넘어섰는데 회원 대부분이 하나 이상의 동호회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PC서브는 89년 개설 당시 BBS들을 PC서브 내로 끌어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료서비스인 케텔에 대항하려면 '질좋은 서비스'라는 평판을 얻어야 했고 데이콤측은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동호회 시솝 모임을 주선해 이용자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하고 통신사업자측의 애로를 설명하기도 했다.

PC서브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동호회는 '초보자 의 뜰'(3월 현재 2천42 ID). 통신을 처음 시작한 사람끼리 모여 통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보교환과 친목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동호회의 '가르쳐 주세요'란 게시판에 통신에 관한 궁금한 내용을 올리면 특별한 내용이 아닌한 1, 2일 내에 해답이 게시된다. 또 '배워봅시다'게시판에는 통신초보자에게 필수적인 에뮬레이터사용법, 압축파일 푸는 법, 모뎀 기초지식, PC서브 사용법 등이 연재되고 있다. 이 동호회는 통신을 하는 89학번 대학생들의 모임인 '커넥트'(Connect) 회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현재 커넥트 회원은 60여명인데 이 동호회를 비롯, PC서브내 상당수 동호회의 시솝을 맡고 있어 'PC서브의 실세들'로 지칭되기도 한다.

초보자의 뜰 다음으로 회원수가 많은 동호회는 '소프트웨어동호회'와 '게임동호회'. 소프트웨어 동호회는 공개소프트웨어를 서로 교환하고 프로그램을 짜다가 막힐 경우 다른 회원들로부터 힌트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임동호회는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게임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다.

전세계 9백여 대학과 연구소를 잇는 학술정보망 '비트네트'(BITNET)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모임으로 89년 10월에 출발한 '네트워크 유저 동호회'는 지난해 9월부터 범위를 넓혀 국내외 모든 컴퓨터통신망에 관한 가입절차 및 이용방법, 그에 따르는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한글'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한 이찬진씨가 시솝으로 있는 '한글동호회'는 PC에서 한글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는 올해말까지 한글에 관한 모든 문제가 말끔히 풀려서 동호회의 존립근거가 없어지기 바란다고 말한다.


(표1) PC서브 동호회 현황
 

컴퓨터작가들 등장

친교를 나누는 동호회로는 '21세기 마을' '한우리방' '한가족 동호회' '다솜방' 등이 있다. 21세기 마을은 데이콤의 유경희위원을 비롯해 국내 PC통신의 원로들이 주로 이용한다. 대화내용도 정치적인 이슈나 시사적인 주제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우리방은 20대 처녀 총각들이 모여있고, 다솜방은 10대 청소년들이 그들의 꿈과 고민을 나누는 곳이다. 한가족 동호회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가입해 사회활동 및 가정생활의 전반적인 화제를 주고받는 장이다. 시솝도 최현석 한지연 부부가 맡고 있다. 한가족 동호회는 회원수는 적지만 회원당 통신시간이나 접속횟수로는 어느 동호회에도 지지않을 정도로 활발하다.

취미를 함께하는 동호회로는 '셈틀소리' '두레마을' '컬러랜드' '애니메이트' 등이 관심을 모은다. 셈틀소리는 컴퓨터음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고('과학동아' 91년 2월호 '컴퓨터음악' 참조) 두레마을은 일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컬러 랜드와 애니메이트도 비슷한 성격인데 컬러랜드가 컴퓨터그래픽 일반을 다룬다면 애니메이트는 만화와 만화영화에 치우쳐 있다. 지역 차원의 통신모임으로는 '달구벌동호회'(대구) '충청동호회' '빛고을 동호회'(광주) '설악동호회' '한라 동호회' 등이 구성돼 있다.

PC서브에는 통신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컴퓨터작가' 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해 3월 30회에 걸쳐 '아틀란티스 광시곡'을 연재한 이성수씨(서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생). 이 소설은 컴퓨터천재인 주인공이 아버지의 죽음이후 버뮤다 삼각지대의 비밀을 밝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SF물로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최근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이외에도 남인환 김현석 김도형 등이 컴퓨터문단에 작품을 싣고 있는데 컴퓨터나 과학과 관련된 소재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호회협의회 결성 움직임

케텔은 회원 7만 ID를 돌파한 국내 최대의 PC통신망. 그러나 케텔에 가입한 회원 가운데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5천명 정도로 PC서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뒤진다. 케텔은 PC서브가 동호회를 개설한 이후 지난해 8월 한경BBS '큰마을'내에 동호인코너를 개설했다. 현재 등록한 동호회는 53군데다.

케텔에 등록한 동호회들도 PC서브에 있는 동호회들과 성격이나 운영방식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단지 케텔은 무료서비스이므로 학생 이용자가 많아 친목 성격의 동호회들이 활발하다. 케텔에서는 동호회의 성격에 따라 취미 친목, 전문분야, 교양 문화 종교, 지역, 교육, 중고대학생, PC, 컴퓨터 등 8개 분야로 나눈다.

친목모임으로는 '보스' '한사랑' '따또리' '쉼터' '실다이' '한울타리' 등이 있다. 대개 중고등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이 시솝을 맡고 있는 동호회도 있다.

게임동호회로는 '개오동' '전략 시뮬레이션' '고전게임' 등이 등록돼 있는데 전략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 게임에 관한 정보를, 고전게임은 8비트 게임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이외에도 록음악에 관심있는 이들이 모인 '케록동', 영화감상을 주로 하는 '시네마 천국', 해외 배낭여행에 관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세계로 가는 기차', 고아원 등에 자선봉사를 주로 하는 '난초에 사랑', 사진 촬영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실루엣' 등이 특색있다.

전문분야 동호회는 컴퓨터 인공 지능에 관한 학술적인 주제를 다루는 '인공지능동호회', 의사 약사들의 모임인 '한의사통신' '한길치학'(치과의사) '공중보건의'(지역의료활동) '약사통신' '가정의학'(가정의학전공자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생명' 등이 개설돼 있다. 또 지역 통신모임인 '까치멀'(전주) '능금골'(대구) '양반고을'(청주) 'PICA'(부천 인천) '빛고을'(광주) '충남컴퓨터'(충남)와 대학생들의 컴퓨터모임인 '대학전산인'(전국 전산학과 연합회의 통신연락망) 'UNICOSA'(각 대학 컴퓨터서클 모임) '의과 대학'(의대생 통신모임) '인하대 통신모임' '청심대'(건국대) 등도 케텔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컴퓨터에 관한 동호회로는 '소동회'(소프트웨어) '컬러랜드'(컴퓨터 그래픽) 'OS동우회'(운영체제) '디지털동호회'(하드웨어) '두루물'(PC) '해변스케치'(컴퓨터통신) '매킨토시'(매킨토시 사용자들의 모임) '애드립동호회'(음악카드 이용정보교환) 등이 눈에 띈다. 초중고등학교 컴퓨터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컴퓨터 교사연구회(COCOS)도 'COCOS동호회'를 지난해 10월 열었다.

현재 케텔에는 몇몇 동호회를 중심으로 '동호회협의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케텔이 무료서비스여서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데다 최근 가입자들이 크게 늘어 접속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측도 무한정 무료서비스를 계속할 수만은 없어 조만간 유료로 전환할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한다. '바른 통신'동호회의 채희선씨는 협의회의 역할에 대해 "첫째는 사용자로서의 권익보호이고, 둘째는 소비적인 통신을 지양하고 가치있는 통신을 만들자는 것이며, 셋째는 컴퓨터 통신 첫세대로서 올바른 통신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표2) 케텔 동호회 현황
 

인포서브와 CUG

코리아네트의 인포서브에도 '사랑방'이란 명칭의 통신동호회가 9개 개설돼 있다. 인포서브는 89년 9월 개통돼 현재 2천7백여 ID를 갖고 있는 민간 PC통신망. 기업 단위로 ID를 신청한 경우가 많지만 대학생 가입자도 적지 않다. 현재 '여행사랑방'(시솝 김진숙, 회사원) '소프트사랑방'(이건우, 대학생) '바이러스사랑방'(김용배, 대학생) '사진사랑방'(서재하, 프로그래머) '음악사랑방'(이종은, 대학생) '문학사랑방'(김관영, 문학박사) '사랑이야기사랑방'(이병욱, 대학생) '어학사랑방'(김시근, 회사원) '하나님이야기사랑방'(서병호, 대학생) 등이 활동 중이다.

인포서브에는 사랑방과는 별도로 CUG(Closed User Group)라는 독특한 통신동호회가 있다. CUG는 폐쇄성을 지닌 모임으로 시솝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그 게시판에 들어갈 수 없다. 심지어는 인포서브를 운영하는 담당자조차도 CUG속에 어떤 정보들이 오가는지 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인포서브내에 11개의 CUG가 운영되고 있는데 모회사인 삼보컴퓨터에 소속된 모임을 제외하면 7군데. 재야 의료단체인 인의협 건치회 청년한의사회 등이 인포서브의 CUG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공중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도 'KT메일'(KT-Mail)이란 PC통신망을 구축하고 지난 5월1일부터 서울 부산 지역의 가입자 4천명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1년여 동안 미비점과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해 내년 7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 갈 계획이다. 한국통신측은 "KT메일이 본격 가동하면 현재 고립적으로 운영되는 PC통신망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이라고 말한다. 즉 PC서브에 가입한 사람이 케텔에 있는 정보도 이용할 수 있도록 KT메일이 역할한다는 것이다. 또 KT메일은 해외 유명통신망에 사용자들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통신방식인 X.400을 채택하고 있다.

컴퓨터를 익히는 지름길

PC통신은 컴퓨터 초보자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고 손쉽게 빠져들 수 있는 분야다. 밤새도록 채팅(chatting, 통신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하고 움푹 들어간 눈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요즘 적지않다. 몇시간씩 통신에 매달려 집안식구 전체가 쓰는 전화를 불통시키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컴퓨터 공부하는 줄 알고 만족해 하지만 통신으로 시시콜콜한 대화에 열중하는 학생도 많다. PC통신의 부정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적당한 선에서 절제만 할 수 있다면 통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어디든지 들어가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컴퓨터를 익히는 지름길은 무엇이든 한 분야에 푹 빠지는 것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자, 통신의 세계로 출발해 보자.

동호인협의회 결성을 위해 뛰는 채희선씨 "통신공간을 민주주의 훈련장으로 만들어 갈 겁니다"

'우리는 수동적인 정보취득자에 안주하지 않고 올바른 정보통신의 발전을 위해 사용자들의 단결력을 높여나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 올바른 통신문화의 정립을 기반으로 사회와 과학기술 문제에 대한 공정한 관점과 풍부한 지식을 키워 나갈 것입니다. 더불어 통신인의 민주적 역량 증대와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 모두에게 개방된 통신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11월 출범한 '바른통신 동호회'(일명 '바른 통신을 위한 모임')의 창립취지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국내 PC통신은 지난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특히 케텔이 무료서비스를 계속한 결과 통신인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각종 통신망에 접속된 사람은 15만명에 이르고 있다. 통신이용의 확산으로 인해 정보사회로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이 동호회의 초대 시솝을 맡았던 채희선(heesun, 한양대 공업화학과 3년)군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베이스가 일정한 정치적 입장에 편향돼 있고 그것은 이용자에게 교정불가능한 상품으로 다가온다. 또 사회적으로 긴요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소비를 위한 정보만이 판매되고 있다. 더구나 압도적으로 우월한 자금과 기술을 가진 외국 통신망들이 국내 진출을 엿보면서 통신종속이란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케텔의 게시판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동호회로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시솝은 김미숙(meishu, 회사원)씨로 넘겨졌고 회원수는 70여명. 게시판이 비회원들에게도 개방돼 있으므로 이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 외에도 한달에 한번 전체 회원 모임, 과학기술 사회과학 문화예술 청소년 등 네개 분과로 나눠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S/W동호회」「통신인동호회」두군데 시솝맡은 김산 " 통신으로 불법복제하는 풍토부터 고쳐야 해요"

김산(ZSSW에 또는 ZSSYS, 항공대 항공통신정보공학과 3년)씨는 데이콤 PC서브의 '소프트웨어동호회'와 '통신인동호회' 두군데의 시솝을 동시에 맡고 있다. 89년초 대학 1학년때 컴퓨터잡지를 통해 PC통신을 처음 익힌 이래 지난해 말까지 '게임BBS'라는 사설전자 게시판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도 있는 속칭 '통신광'이다.

"XT컴퓨터에 20MB 하드디스크를 달아 회원 1천명까지 관리해본 적이 있어요. 누구나 PC와 하드 디스크 모뎀 전화선만 있으면 BBS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88년경부터 개설되기 시작한 BBS들은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 현재 3백개 정도의 BBS가 전국에서 활동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 BBS의 수명은 평균 6개월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다. 개인 차원에서 BBS를 운영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BBS들이 계속 생겨나는 한편 많은 BBS들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다.

"BBS를 운영하는 시솝들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여 89년 말경 PC서브 내에 '시솝동호회'를 열게 됐어요. 그런데 각자 하나의 BBS를 맡고 있는 터라 동호회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지요. 지난해말 시솝동호회를 '통신인동호회'로 이름바꾸고 재출발했습니다." 통신인동호회는 20여명의 BBS시솝과 통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당면과제는 BBS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호스트(host)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최근 '카페' '나눔' '호롱불' 등 대학생들이 개발한 호스트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BBS는 외국산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동호회는 현재 회원이 1천8백여명으로 '초보자의 뜰동호회'와 함께 PC서브내에서 쌍벽을 이룬다. 지난해 1월에 개설됐는데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회원만 2백50명선. 공개소프트웨어 교환과 프로그램언어에 관한 소개를 주목적으로 한다. 현재 동호회 자료실에 올라있는 공개소프트웨어는 통신프로그램 바이러스백신 등 2백여종. 회원층은 초보에서 중급 정도가 대부분이고 연령적으로는 대학생이 50-60%를 점해 압도적으로 많다. "PC통신을 통해 상업용 프로그램을 주고받는 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 일부 BBS에서 회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시솝이 앞장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올려놓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한 통신문화를 이루려면 통신인들이 이를 거부해야 해요." 통신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풍토부터 고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케텔의 막내둥이 「푸른메」시솝 정성국씨 "파일을 미리 작성하고 접속해야 통신요금을 절약"

'푸른메동호회'는 케텔에 49번째로 등록된 막내둥이 격이다. 지난 4월 30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중앙대출신으로 약국을 경영하는 최병태(korvir)씨가 대학 후배들을 주로모아 첫모임을 주선했다. 모임의 성격은 환경보존운동과 정보 교환을 주로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회원은 35명이며 푸른메는 '푸른 산'이란 뜻.

초대 시솝으로 뽑힌 정성국(purme2, 중앙대 전산학과 4년)씨는 전산학도지만 휴학하고 군대가기 전까지만 해도 PC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사람은 PC보다 대형컴퓨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PC통신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은 제대한 직후인 88년 11월. 막 통신의 첫걸음을 익힐 무렵 그에게 길레안바레병이란 희귀한 전신마비증세가 찾아왔다. 손 발부터 마비되기 시작해 심할 경우 호흡마비로 생명도 잃게되는 무서운 병이었다. 아직 치료약이 없고 결정적인 고비만 넘기면 자연스레 차츰 회복되는 것이 이 병의 특징. 손가락이 마비되는 어려움속에서도 그는 힘이 있는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정성에 하늘이 감복했는지 그는 요즘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직 창립초기라 동호회의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못한 상태지만 MT(Membership Trainning) 등 모임을 거쳐 조그마한 것부터라도 실천을 중시하는 쪽으로 활동방향을 잡겠습니다. 중앙대에만 치우친 회원 폭을 넓혀가는 것도 과제지요." 초보자가 경제적으로 PC통신을 즐길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무조건 접속부터 하고 통신망에 들어가 헤집고 다닐 것이 아니라 주고받을 파일을 미리 작성해두고 접속을 시도해야 불필요한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충고한다.

COCOS 통신위원장 서영창교사 "교사들이 만든 DB로 가르치는 게 꿈"

COCOS가 케텔에 통신동호회를 개설해 PC통신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초. 아직은 모뎀을 구입한 회원이 70여명에 불과하고 작동법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보다 수가 더 적지만, 앞으로 통신위원 6명이 직접 돌아다니며 교육까지 해줄 예정이어서 활발한 통신활동이 예상되고 있는 단체다.

COCOS는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에 재직중인 현직교사들의 컴퓨터연구모임인데, 89년 4월에 발족한 후 서울을 비롯 충북 전북 경기 등 전국에 회원이 3백여 명으로 불어났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이제 PC통신이 꼭 필요한 수단이 됐다.총회 개최를 알리거나 회원들의 의견과 소식을 주고받는데 아주 편리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회는 모임안에 통신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지난 5월 월례강좌의 주제도 통신교육으로 잡는 등, 마인드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통신위원장인 서영창교사(서울중앙여중)도 뒤늦게 컴퓨터를 만나 10개월의 짧은 경력을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PC통신은 여러사람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전국 누구에게나 시간에 관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며, 사실 지방일수록 이게 더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동호회의 시솝을 맡아 COCOS나 컴퓨터에 대한 질문들에 답해주고 있는데, 회원이 아닌 일반교사들도 많이 편지를 보내온다고.

통신을 열어보면 모르는 문제를 묻거나 진학문제에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퍽 많다고 한다. 그래서 COCOS의 교사들은 앞으로 교육용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해 전국에 있는 학생들에게 공평한 과외를 받게하자는 꿈을 갖고 있다. 외부지원없이 자체 힘만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교사들이 먼저 PC통신을 배우고 동료들에게 확산시키려는 요즘의 활동도 이러한 꿈의 기초작업인 듯했다.

의료단체 통신선구자 「건치회」 조광제씨 "의료창구에서도 통신을 활용하고 싶지만 아직은 「희망사항」"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약칭 건치회)는 코리아 네트의 '인포서브'를 통해 회원 서로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동호회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PC통신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건치회에 가입해 있는 전국의 치과의사들은 7백여명인데, 이들 중 운영위원 80명이 통신을 하고 있다. 주로 모임안내나 총회결과 보고를 할 때 PC통신을 이용하지만, 그밖에도 성명서나 기타 문건들을 작성할 경우 기본 골격을 넣어 놓으면 여러 사람이 열어보고 자기생각을 첨가해줘 굳이 모이지 않아도 의견수렴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모이기 전에 미리 안건을 알려 평소 4~5시간씩 걸리던 회의시간을 많이 줄이기도 했다.

89년 10월 건치회가 인포서브에 처음 가입했을 무렵에는 통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급에 어려움도 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이를 극복한 상태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시솝 조광제씨(조광제치과의원)는 말한다. "욕심같아서는 일반회원과 비회원들(건치회는 전체 치과의사의 10%가 가입해 있다)에게도 데이터베이스서비스를 하고 국민들에 대한 의료창구로도 활용하고 싶은데,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자신도 전문적인시솝이라기 보다는 단지 중간에서 정리해주는 역할이며, 회원들 대부분이 컴퓨터 초보자기 때문에 통신회의는 시도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건치회가 통신을 시작한후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청년한의사회 등 재야 의료단체들도 잇따라 컴퓨터 통신을 도입해 이 분야에선 건치회가 선구자인 셈이다.

컴퓨터통신을 사용하면서 이것이 아주 중요한 수단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조광제씨는 그래서 요즘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한다. 통신망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이것이 미국의 산타 모니카시처럼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사용될 지 아니면 권력쪽에 제공되는 막강한 힘이 될 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 나라처럼 서비스의 내용이 빈약한 상태에서 통신이 개방된다면 정보 선진국인 외국에 잠식당할까 우려 된다고도 했다. 결국 통신회사나 사용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시솝

통신망의 운영자(SYSOP, SYStem OPerator)를 말한다.이 글에서는 통신동호회를 처음 만들고 그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시솝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를 읽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한편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울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동호회 초기에는 제안자가 시솝을 맡아 자원봉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임이 정착되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다. 동호회에 따라 시솝을 보좌하는 부시솝을 두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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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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