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길잡이 별
저녁이 되고 하늘이 어두워지면 오렌지색 아크투루스(목동자리 α별)가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남서쪽에선 스피카(처녀자리 α별)가 밝게 빛난다. 그러나 레굴루스를 비롯한 사자자리의 별들은 서쪽 지평선에낮게 깔려 자정이 되기 전에 사라질 것이다. 북쪽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이 국자의 손잡이를 아래로 한 채 높이 떠있는 것이 보인다. 남쪽에는 안타레스를 비롯한 전갈자리의 별들이 산등성이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안타레스 위쪽으로 별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부분은 커다란 뱀주인(땅꾼)자리와 뱀자리가 차지하고 있다. 동쪽하늘에는 여름철의 삼각형에 해당하는 견우 직녀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달의 행성
금성/초저녁에 보인다. 초순에는 쌍둥이자리에 보이고 점차 게자리를 지나 하순에는 사자자리에 있게 된다. 최대 이각(태양에서 가장 큰 각도로 떨어지는 점)은 6월 13일이며, 그때의 밝기는 -3.9등급이다. 셋째주에는 희미해진 목성 곁에 보이며 마지막 주에는 화성에 가까이 간다.
화성/2등급으로 초순경에 게자리의 벌집 성단(M44)을 지나 사자자리로 들어간다. 중순경에는 목성과 근접한 쌍을 이루고 23일경엔 아주 밝아진 금성과 쌍을 이루게 된다.
목성/게자리에서 -1.4등급으로 빛나며 하순경에는 저녁의 황혼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토성/염소자리에서 0.6등급으로 보인다. 자정 이후에 볼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밤이 아쉬워지는 계절이다. 밤하늘의 모습도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봄의 작고 청초한 별들은 어느덧 머리 위에 높이 솟아 있고 이제 동쪽 하늘에는 여름의 밝고 화려한 별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달의 저녁 동안 봄과 여름의 갈림길에 놓인 별들을 보게 될 것이다.
옆의 성도(星圖)는 요즘 저녁의 하늘 모습이다. 남쪽 높은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5월에 이야기한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봄 하늘에서 가장 밝은별)다. 그 아래 지평선 위에서 비슷한 밝기로 빛나는 별은 처녀자리의 스피카(보리이삭)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두 별을 관찰해 보자. 자세히 보면 아래의 별이 더 심하게 반짝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아래의 별이 더 반짝일까. 그 별이 원래 더 심하게 반짝이는 별이라서 그럴까. 좀 더 주위의 별들을 관찰해 보자. 지평선에 가까운 별일수록 높은 곳에 있는 별들에 비해 더 많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앞의 해답을 듣기 전에 먼저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별이 반짝이는 것은 먼 우주로부터 날아온 별빛이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공기 알갱이나 먼지 등에 부딪쳐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빛의 산란'이라고 한다. 쉬운 예로 비 오는 날 가로등 불빛이 심하게 흔들려 보이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가로등 빛이 빗속을 통과하면서 물의 알갱이에 부딪쳐 흔들리기 때문이다. 평상시의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하늘의 별빛도 우주에서 보면 반짝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빛나고 있을 뿐이다.
지평선에 가까운 별이 더 반짝이는 이유는 그곳에서 빛의 산란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지평선으로 내려갈수록 우리가 바라보는 대기는 더 두꺼워지고 별빛이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 즉 먼지나 공기 알갱이가 많아진다.
두 거인의 대결
이제 이 달의 별자리 이야기로 돌아가자. 6월의 밤하늘에는 두 명의 거인이 머리를 맞대고 서 있다. 바로 헤라클레스와 뱀주인(땅꾼)자리의 주인공 아스클레피오스다.
헤르쿨레스자리(Hercules, 헤르쿨레스는 헤라클레스의 라틴어 발음)는 미케네의 왕 유리세우스의 명령에 의해 열두가지 고역을 수행했던 그리스의 전설적인 영웅 헤라클레스를 나타낸다. 뱀주인은 뱀이 휘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두 별자리 모두 매우 크다(크기만으로 따질 때 헤르쿨레스자리는 전하늘에서 다섯번째이며 땅꾼자리는 열한 번째다).
그러나 그들 모두 특별히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헤르쿨레스자리의 어떤 별도 3등급을 넘지 못하며 따라서 찾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헤르쿨레스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아크투루스(목동자리 으뜸별)와 직녀 별(거문고자리의 으뜸별로 북동쪽에서 은백색으로 빛난다)사이를 보이야 한다.
두 별 사이에서 '하늘을 거꾸로 걷는 사나이'가 바로 헤라클레스다. 이 별자리는 밤하늘 많은 별자리 중에서 가장 그럴듯하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운데 영어의 H자를 약간 찌그러뜨려 놓은 모습이 몸통이고, 그 아래 삼각형이 머리다.
헤라클레스는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 신과 알크메나라는 여인 사이에 태어난 인간의 아들로 많은 모험의 주인공이 된다. 그가 얼마나 힘이 세고 건장한 인간이었던지 훗날 제우스 신이 헤라클레스를 하늘에 올렸을 때 그 무게 때문에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라스 신이 휘청거렸다는 전설도 있다.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다른 별자리들에 관련돼 있다. 사자자리 바다뱀자리 게자리 등은 모두 헤라클레스의 모험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이다.
오래된 성도를 보면 헤르쿨레스자리는 한 손에 곤봉을 쥐고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으로 표현돼 있다. 아이오타(ι)별이 나타내고 있는 왼발은 용의 머리위에 놓여 있으며, 오른발에 위치한 카이(χ)별은 목동의 머리를 향하고 있다.
헤르쿨레스자리로 불리기 이전의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별자리를 단지 '무릎 꿇은 사람'으로 불렀었다. "그가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무엇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단지 사람들은 그를 '무릎 꿇은 사람'으로 부른다." 이것은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아라토스가 이 별자리에 대해 한 말이다.
헤르쿨레스자리가 고대 그리스 인들에게 익명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이 별자리가 그 이전의 문명, 아마 중동의 바빌로니아 인들에게서 전해진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무릎 꿇은 자의 머리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나타내는 알파 별(α Hercules)은 뱀주인 어깨 근처에 위치한다. 이 별은 흔히 라스알게티(Rasalgethi)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아라비아말로 '무릎 꿇은 자의 머리'라는 뜻이다. 알파 별은 일반적으로 적색거성으로 분류되는데 초거성에 집어 넣기도 한다. 대개의 거성들과 마찬가지로 이 별은 그 크기가 변하며 크기에 따라 밝기도 변한다. 이 별은 정해진 주기 없이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밝기가 불규칙적으로 진동한다.
알파 별은 지금까지 알려진 별들 중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데 그 확실한 크기는 알 수 없다. 이것은 그 거리와 광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별은 적어도 3백광년은 떨어져 있으며 그 두 배 이상일 지도 모른다. 4백에서 5백광년 정도의 거리에 있다고 가정할때 이 별은 1천개의 태양보다 더 많은 빛을 내고 있으며 태양의 5백배에 달하는 지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거대한 크기는 화성의 궤도에까지 이른다.
라스알게티는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멋진 이중성이기도 하다. 알파별에 밀접하게 붙어 있는 5등급의 동반성은, 알파별의 타는 듯한 구리빛에 대비되는 초록빛으로 보인다. 이 두 별은 수천년을 주기로 느리게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헤르쿨레스자리는 이중성들을 관측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3등성과 8등성으로 구성된 델타(δ)별, 5등급의 황색 거성과 6등급의 오렌지색 거성으로 구성된 카파(κ)별은 관측하기 쉬운 멋진 안시 이중성이다.
에타(η)별과 제타(ζ)별의 중간에는 전 하늘에서 가장 큰 구상 성단(globular cluster)중의 하나인 M13이 있다. 이 성단에는 수십만개 이상의 별이 모여 있으며 그 구의 지름은 1백 광년이나 된다. M13은 우리 은하 주위에 흩어져 있는 1백50여개 구상 성단 중 하나다. 맑은 밤에는 맨눈으로도 뿌연 안개덩이 형태의 M13성단을 알아 볼 수 있다. 쌍안경을 이용하면 보름달의 3분의1정도 지름을 가진 구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밝기는 중심으로 갈수록 증가하며 별들이 더 집중돼 있다. 이 성단에서 가장 밝은 별은 태양의 1천배에 달하는 빛을 방출한다. 소형 망원경을 이용해 배율을 높여 주면 성단의 별들이 과립형으로 드러나며 몇몇 거성들이 주위의 배경에 비해 두드러지게 밝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M13의 어느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혹은 있었다면) 그들은 수천개의 현란한 별들이 가득찬 밤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보름달만큼 밝은 별도 있으며, 따라서 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밤이란 없었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의사
별로 알려지지 않은 별자리 중의 하나가 뱀주인자리(Ophiuchus)다. 이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 로마신화의 Aesculapius)의 별자리다. 뱀주인자리는 뱀자리(Serpens)에 의해 둘러 싸여져 있는데, 이 뱀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학의 영감을 준 상징으로 전해진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로 신(태양신)과 코로니스라는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매우 영리한 아들로 훗날 인류 최초의 의사가 된다. 그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죽음의 통제자이며 지옥의 왕이었던 하데스 신은 몹시 당황해 아우인 제우스 신에게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을 그만두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마음씨 좋은 제우스 신이었지만 그도 사람의 죽음을 막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 신은 아스클레피오스룰 불러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을 그만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아스클레피오스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하며 제우스 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제우스 신은 어쩔 수 없이 번개를 내려 그를 죽이고 말았지만 의사로서의 위대한 기술과 업적을 잊지 않고 그의 시체를 하늘에 올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영원히 기억하게 해 주었다.
뱀자리는 뱀주인에 의해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다. 뱀 머리(Serpens Caput)는 땅꾼의 서쪽(오른쪽)에 있고, 뱀 꼬리(Serpens Cauda)는 동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두 부분은 땅꾼의 몸통을 가로질러 하나의 별자리로 취급된다.
땅꾼자리는 많은 구상 성단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밝은 것들은 M10, M12, 그리고 M62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꼭지 망원경활용법(초여름의 구상성단)에서 자세히 다룬다.
성단
밤하늘에 보이는 천체들 중에는 간혹 구름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대상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성운(nobula)과 성단(cluster)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두가지는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실제에 있어서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 다. 이 중에서 별이 모여서 된 것이 성단인데, 여기에는 구형으로 된 구상성단(globular cluster)과 불규칙적인 산개성단(open cluster)이 있다. 구상성단들은 대부분 은하의 나선 팔 바깥에 위치하며 매우 오래된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반해 산개성단들은 은하의 나선 팔에 위치하며 대부분 젊은 별들의 집단이다. 한편 성운이라는 것은 우주의 먼지나 작은 물질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