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도시 L.A.를 굽어다보는 한 야산에 생식(生食)을 하며 우주와 자연을 노래하는 사나이가 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말리부(Malibu) 산기슭은 수백만달러씩 하는 저택들이 들어서 있는 부자동네로 유명한 곳이다. 바로 이곳에 이들과 대조적으로 산꼭대기에 피라미드식 집을 지어놓고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태생의 짐 에식스(Jim Essex)라는 사나이다. 나이는 49세. 그는 태양열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피라미드에서 야채를 주식으로 하고 알로에베라 주스를 음료로 마시는 생활을 16년째 해왔다.
에식스에게 말리부의 호화스러운 생활과 로스앤젤레스의 흥청거림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는 발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걱정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연자원을 물쓰듯 낭비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는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자연순응의 생활방식이 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에식스는 보험대리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잘 생긴 외모와 건장한 체격 덕분에 광고모델업계에 진출했다. 그는 2년 동안 모델업계에서 착실하게 돈을 모아 1969년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갔고 거기서 결혼도 했다.
스모그로 가득차 있고 과소비가 일상화된 L.A.에서 그는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폭풍우가 몰아치는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를 맞았다. 의식불명인 채로 바닷가까지 밀려온 돌고래를 발견한 것이다. 에식스는 돌고래를 끌어내 정성을 다해서 치료했다. 그에 따르면 이때 자신과 돌고래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후 그는 멕시코 사막에서 6개월간 생존시험을 한 뒤 마침내 인간과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의 나이 33세 때였다.
에식스는 건축가인 친구 루이스의 도움을 받아 인류의 건축양식을 두루 검토한 끝에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뜬 새집을 말리부 산 정상에 지었다. 물론 이집은 파라오의 무덤처럼 엄청난 규모는 아니다. 밑면의 대각선 길이는 6.7m, 높이는 4.87m이고 사암층인 바닥을 곡괭이와 삽으로 3.35m 가량 파냈다.
실내온도는 유리없는 창을 이용한 방열시스템으로 조절하며 태양을 따라 회전하는 전지로 전기를 공급한다.
에식스에 따르면 이 집을 짓는 경비는 모두 3천5백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피라미드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버젓한 집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그는 자랑한다.
에식스는 날음식을 주로 먹는다. 채소 과실 날곡식 꽃가루 허브 등등. "음식이 곧 약입니다"고 그는 자랑스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