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방식에서 이동장비로, 전신에서 무선전화로 아마추어 무선이 변화하고 있다
'모스부호에서 무선전화로.' 최근 몇년동안 햄(HAM, 아마추어무선)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무선통신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첨단통신장비들이 잇따라 선보이면서 햄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모스부호를 이용한 전통적인 통신방식에서 무선전화를 이용한 음성통신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 아직까지 모스부호에 익숙한 베테랑들이 외국과 교신할 때는 전신이 많이 쓰이지만 초보자들은 대개 사용하기 쉬운 무선전화를 선호한다.
차량용 휴대용 이동장비들이 쏟아져나와 이동하면서 수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과거에는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고정된 장비를 이용해 아마추어무선을 할 수 있었다. 이동시에는 사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던 것이 작년 6월부터 관할 체신청에 이동운용신청만 하면 아무 곳에서나 교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동전화방식까지 등장
아마추어무선사가 되기 위한 문턱도 낮아졌다. 그동안 아마추어무선국을 개설하려면 체신부에서 매년 2회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했는데, 오는 6월부터 3급 전화부문에 있어서는 자격시험이 없어지고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서 실시하는 일정기간의 교육을 이수하기만 하면 저절로 자격이 취득된다. 체신부는 1급 2급 3급전신 등 나머지 부문도 단계적으로 자격시험을 없애갈 계획이라고 한다.
무선장비를 이용해 주파수가 맞는 아무하고나 대화를 나누는 햄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마르코니가 무선전신기를 개발하고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1901년경에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1955년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ARL)이 창립되면서 아마추어무선이 본격화한다.
독도무선국운용(62년) 북극탐험(78년) 태평양횡단 무선국운용(80년)을 거쳐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는세 군데에서 특별무선국을 운영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6공 들어 동구권 등 북방외교가 활발해지자 햄을 통한 이들 지역과의 무선교신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했다.
아마추어무선인들은 햄을 '얼굴없는 민간 외교관'으로 부른다. 인종과 이념 그리고 지역을 떠나 누구든지 주파수만 맞으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 등록된 무선국은 6천2백여국에 달한다. 이 숫자는 개인국 단체국을 합한 수이므로 햄인구는 1만 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PC통신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매년 그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무선통신도 등장했다. 패킷통신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전화선이 아니라 무선을 이용하는데 일반 PC통신장비에다 TNC라는 무선송수신장비를 붙이면 된다. 지난해 발사된 과학실험위성 '우리별1호'에도 이 패킷통신장비가 들어 있지만 우리별위성의 9천6백bps급 패킷모뎀과 지상에서 송수신할 수 있는 장비가 국내에 없어 아직 교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무선국을 개설하려면 체신부에서 실시하는 1, 2, 3급 아마추어무선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러나 오는 6월부터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에서 실시하는 교육만 이수하면 3급전화 부문은 자격시험이 면제된다. 관할 체신청에 무선국신청을 하면 'HL'로 시작되는 개인 호출부호가 나온다. 이 호출부호가 교신할 때 자신의 이름이 된다.
햄장비를 구입하려면 휴대용이 25만~40만원, 차량용이 40만~1백만원, 해외교신이 가능한 단파(HF)장비가 8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아마추어무선연맹 회지에 실린 중고장비를 눈여겨보는 것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요령이다. 또 매달 둘째주 일요일 용산전자상가 21동 주차장에서 열리는 '개미 시장'에서도 중고장비를 싼 값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