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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 지질과 화산

제8회 전국고교교사 자연학습탐사

일본열도의 남쪽에 위치한 규슈는 한반도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현재 다섯개의 활화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제8회 전국고교교사 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지난 1월 25일부터 4일간 일본의 규슈(九州)지역에서 실시됐다. '과학동아'와 '동아문화센터'가 공동주최하고 '쌍용'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문교부 추천교사 11명 등 15명이 참가, 규슈지역의 화산관련지역을 더듬어 나갔다.

우리는 일본의 지형하면 먼저 화산을 떠올린다. 일본열도 전체가 환(環)태평양 화산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화산이 분출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젊은 땅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국토의 대부분은 신생대에 생겼다.

화산이 으레 등반하는 자연현상중에는 지진이 있다. 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온천과 간헐천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열도의 남쪽에 위치한 규슈(九州)는 한반도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섬의 남북중심선을 따라 산맥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소산이 포함된다. 실제로 규슈는 그 면적의 절반이 분출암으로 덮여 있는 '화산왕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규슈토양의 대부분은 신생대 말엽(제3기말~제4기중)에서 현세에 이르는 동안 형성된 것이다. 이외에도 약간의 중생대 지층과 고생대 지층이 좁게 분포돼 있다.

규슈지역에서 현재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모두 다섯군데. 그중 운젠(雲仙) 아소(阿蘇) 벳푸(別府)화산이 이번 탐사계획 속에 포함돼 있었다. 빠진 두곳은 구주(九重) 화산군과 사쿠라지마(櫻島)화산.

첫날

일행은 오전 11시 40분 발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경. 우리나라와 일본이 얼마나 지척지간에 있는 나라인가를 확인하면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 공항 밖에는 일정을 도와줄 안내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규슈대학에서 지질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서상건씨가 안내역을 자청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행을 실은 버스는 나가사키시로 향했다. 2차대전때 원폭이 투하됐던 도시로 유명한 나가사키에는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원폭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달래고, 다시는 원폭과 같은 가공할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행중의 한 사람이 최근의 걸프전쟁을 거론하면서 핵무기가 투하되는 상황까지 비화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이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나가사키의 풍경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교복을 입고 다니는 중고등학생과 60년대의 서울을 연상시키는 전차였다
 

대표적인 스트롬볼리식 화산인 아소산의 분화장면


둘째 날

아침 일찍 나가사키시 동쪽 40㎞ 지점에 위치한 운젠(雲仙)화산을 찾아 나섰다. 유황냄새가 물씬한 화산입구에는 '지옥코스'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결국 "지옥을 가는구만…"하는 농담이 오가기도.

유황과 물이 혼합된 김이 여러 곳에서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몇몇 사람들은 손으로 코를 감싸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반점이 있는 안산암이 자주 눈에 띄었다. 멀리 운젠화산군의 최고봉 후켄산(普賢山 1천3백60m) 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젠화산은 1657년과 1791년에 용암분출이 있은 뒤 화산활동을 멈춰 휴화산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러나 금년 1월 11일과 17일에 2백년만에 분화가 재개되었다. 이를테면 활화산으로 복귀한 셈이다. 주변을 살펴 보니 온천임을 알리는 표시가 곳곳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규슈대학 이학부 소속 도원지진화산관측소도 들렀다. 이 관측소의 책임자인 후토다(太田一也)교수가 반갑게 일행을 맞아 주었고, 쏟아지는 질문공세에도 일일이 응답해 주었다. 후토다교수는 "운젠화산은 직경이 40m 정도인 분화구를 네개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수증기만 나오고 있지만 곧 용암이 분출될 조짐이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최근의 화산동태에 큰 관심을 표시했다.

관측소를 떠난 일행은 여객선을 타고 뱃길로 구마모토로 이동했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에 형성된 도시, 구마모토에서 아소화산으로 가는 도중 대지상(臺地狀)의 외륜산을 볼 수 있었다.

구마모토시 동쪽 약 50㎞ 지점에 있는 아소화산은 배후에 대단히 큰 분지(칼데라)를 갖고 있다. 아소산은 그 남북거리가 25㎞, 동서거리가 18㎞에 이르는 대규모 함몰칼데라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산이다.

칼데라 안에 있는 중앙화구구(火口丘, central cone) 바로 앞까지 도로가 놓여 있어 땀을 흘리지 않고서도 화산폭발의 최전선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불의 나라'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지만 실제로 불을 뿜어대지는 않았다. 대신 수증기같은 연기가 자욱하게 화구로부터 올라왔다. 탐사기간중 규슈의 날씨는 내내 '맑음'이었다. 떠나기 전에는 비오는 날이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대체로 서울의 온도보다 5~10℃ 정도 높았다. 어디를 가나 아열대성 식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소산 정상의 사정은 사뭇 달랐다. 두꺼운 파카를 입고도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찬 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불의 나라'는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서 자살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노두가 발견되면 가차없이 차를 세우고 암석표본을 채취했다. 아소산 주변에서는 안산암 현무암 유문암 등이 발견되었다. 물론 더 정확한 것은 현미경을 통해 관찰해 보아야 알겠지만.

대표적인 스트롬볼리식 화산으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아소화산 주변에도 예외없이 온천지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나즈미동굴. 석회암 동굴이다.


셋째날

이나즈미 수중석류굴 탐사는 오전에 이뤄졌다. 꽤 규모가 큰 석회암동굴이었지만 국내의 석회암동굴보다 훌륭하지는 못했다. 우리의 동굴이 천연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이나즈미동굴은 인공이 많이 가미돼 있었다. 아미타불 문주보살 등 그럴싸하게 이름붙여진 석회암 종류석들이 눈길을 끌었고 산호석도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동굴탐사 후 온천관광도시 벳푸로 이동했다. 소문대로 벳푸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였다. 관광객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벳푸 역시 활화산인 벳푸화산을 배후에 갖고 있어 별난 '지옥'이 많았다. 처음 찾아간 지옥은 해지옥(海地獄). 사방에서 유황연기가 피어 올랐는데 연못은 코발트색이었다. 1천2백년전의 화산폭발로 생겨났다고 한다. 3천6백ℓ 규모인 연못물의 주성분은 황산철. 이어서 소용돌이지옥(용권지옥)을 찾아갔다.

용권지옥은 해지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이곳은 규칙적으로 뜨거운 물을 뿜어 올리는 간헐천인데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었다. 25분 간격으로 50m까지 열수를 뿜어올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루 배출량은 7백20㎘. 이렇게 간헐천이 용트림을 하려면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첫째 열원이 있어야 하고, 둘째 지하수공급이 충분해야 하고, 셋째 동공구조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본의 간헐천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찬정분지에 있는 간헐천과 비교하는 것은 큰 무리다. 벳푸의 용권지옥은 간헐천의 맛만 보여주는 소규모의 간헐천이다.

세번째로 용권지옥 바로 옆에 있는 피연못지옥을 돌아 보았다. 말 그대로 핏빛, 붉은색의 연못이었다. 이곳은 전면적이 1천3백㎡ 용출량이 1천8백㎘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지옥이다. 핏빛의 비결은 붉은 색의 점토.

지옥온천 탐사후 일행은 후쿠오카로 향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3시간 30분 동안 내달렸는데 탐사팀은 버스안에서 사흘간 관찰했던 규슈의 지질구조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렸다. 지도교수인 정창희박사의 지질학 강의도 곁들여졌다. 올해 71세의 노학자는 솔선수범하면서 탐사를 주도했고,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으로 -그것도 유머감각을 가지고- 교사들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뒤 시내를 한번 거닐어 보고 돌아온 시간은 밤 11시. 이때부터 자정을 지나 밤 1시 30분까지 '과학동아'독자를 위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지질탐사와 직접 관련된 얘기, 일본을 눈으로 보고 느낀 얘기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개진되었다.
 

운젠의 분기공


넷째날

아침 일찍 후쿠오카 시내관광을 했다. 시내 중심부에 조성된 상당히 규모가 큰 공원에서 후쿠오카시를 조망한 뒤 간단히 쇼핑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후 1시 40분 서울발 항공기를 탑승했는데, 나흘 전과는 달리 일행은 훨씬 친숙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비행기의 창밖으로 멀리 아소산이 보이고 잘 정돈된 도로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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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의택 출판국 편집위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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