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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짜증나 죽겠어.” “왜? 뭐 때문에 그러는데?” “아니 친구들이 자꾸 나보고 미쓰에이 수지 닮았다고 그러잖아. 난 수지 진짜 싫은데….” “그래?” “응. 수지 보면 그냥 평범한데 왜 이렇게 뜨는지 잘 모르겠어. 수지 못생기지 않았어? 그래서 친구들이 나보고 수지 닮았다고 하는 게 너무 싫어. 어쩜 좋지?” “……” “그런데 내가 정말 수지 닮았어? 넌 어떻게 생각해?”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난 수지 정말 싫은데 짜증나.”

좀 황당하죠? 저 여성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해 이른바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CF퀸으로 등극한 여배우. 최근 드라마 ‘구가의 서’ 흥행으로 대세가된 그 사람을 닮았다는 소리가 싫다니요. 누군가는 ‘분통’을 터뜨릴 내용이지만 충분히 현실에서일어날 수 있는 대화입니다.

이번 톡의 주제는 ‘답정너’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말을 줄인 인터넷 신조어지요. 위에 소개한 대화 에서 수지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짜증난다는 여성이 듣기를 바라는 모범답안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수지 예쁘잖아. 너도 예쁘다고 칭찬하는 거야. 내가 봐도 너 수지 닮았어.” 모범답안은 이렇게 정해져 있으니 ‘너’는 이 모범답안대로 대답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나 최근에 허벅지가 뚱뚱해진 것 같아. 어쩌면 좋지?” “회사 선임이 나보고 일처리가 너무 빠르대. 이 말은 너무 대충대충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몸무게가 48kg인데 요즘 많이 먹어서 200g이 늘었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네” 등등 ‘답정너’ 상황은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불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로나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 상황에 맞는 모범답안을 함께 찾아볼까요. 차례대로 “너 허벅지 날씬해. 걱정하지 마.” “그만큼 업무 능력이 있다는 얘기야.” “많이 먹어도 몸무게가 그 정도밖에 안돼? 부럽다~.”일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분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에 대한 답을 심리학을 빌어 찾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위로받고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지요. 그런데 자신을 비하하거나 불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로나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이나 논리에 맞지 않는 비유를 들어 자신을 일부러 비하하거나 낮춰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입니다. ‘답정너’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상대방이 위로해 주지만 점차 싫증을 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자기를 비논리적으로, 주관적으로 비하하는 사람이 받는 위로나 보상도 줄어들게 되지요. 부정적인 자기 비하 태도나 비합리적인 논리를 들은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이죠. 이를 심리학적으로 ‘보상감소이론’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답정너’ 상황을 자주 만들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심지어 연인 관계에서도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는 이른바 ‘답정너 퇴치법’도 두루두루 소개되고 있습니다. 비논리적인 자기비하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지요. 답정너 퇴치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모범답안에 반대되는 대답을 하는 것이죠. 이를 테면 ‘어. 나도 네가 수지 닮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수지가 정말 못생기긴 했지. 네 말에 동의해’라는 식이죠. 어찌 보면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심이 ‘퇴치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201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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