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가장 밝고 푸른 '사랑의 여신' 금성(Venus)

크기와 질량, 밀도 등 물리적인 수치는 지구와 비슷해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지만 그 환경은 너무도 달라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열악한 행성이 금성이다.

아침에 해뜨기전 동쪽 하늘에, 또는 저녁 해진 후 서쪽 하늘에, 보석과 같이 영롱하게 빛나는 별. 이 별이 금성이다. 금성은 하늘에서 태양과 달 다음으로 가장 밝은 천체일뿐만 아니라, 그 색깔이 푸르고 아름다워서 서양에서는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Venus)라 불리고 있다.

금성을 육안으로 보면 다른 별들과 같이 하나의 둥근 점으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달과 같이 위상(位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1610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금성을 처음 관측했을 때 알려진 사실이다. 금성이 위상을 갖는 것은, 태양계의 안쪽을 도는 금성에 태양이 비추는 면이 지구와 금성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지구에서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쌍둥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금성은 크기와 질량, 그리고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지구와 비슷해 지구와는 '쌍둥이 행성'으로 불려지고 있다.
금성의 지름은 1만2천1백4㎞로 지구의 지름(1만2천7백56㎞)보다 5%정도 짧고, 질량은 지구 질량의 0.82인 4.87x${10}^{24}$㎏이다. 밀도는 1㎤당 5.2g으로 지구의 5.5g과 비슷하다. 태양에서 두번째 행성인 금성은 태양에서 평균거리가 1억8백20만㎞로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0.72배다.

이와같이 물리적인 수치로는 금성이 지구와 비슷하지만 그 환경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금성은 짙은 이산화탄소의 대기로 둘러싸여 있어서 망원경으로는 그 표면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레이더 전파를 이용하거나 우주선을 보내 금성표면의 상태를 조사했다. 그동안의 결과에 따르면 금성은 보기와는 달리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아주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는 산소도 물도 없고, 온도는 납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높다. 즉 금성은 우리가 들어오던 '지옥'과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비하면 지구는 실로 천국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금성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가 행성중에서 가장 원에 가깝다. 금성은 이 궤도를 2백25일에 한번 공전한다. 그러니까 금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2백25일인 셈이다.

금성이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1961년까지도 금성의 자전주기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레이더 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성으로 발사된 레이더 전파의 도플러 이동(doppler shift)을 이용해 금성의 자전주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금성은 기대했던것 보다 자전 속도가 아주 느려서 243.01일에 한번 자전하고, 자전 방향도 지구 자전의 방향과는 반대로 역행자전(逆行自轉)을 하고 있었다(동에서 서). 이러한 자전방향 때문에 우리가 금성에서 태양을 본다면(실제로는 짙은 구름 때문에 보기도 힘들겠지만) 태양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금성의 하루는 지구의 날로 1백17일에 해당할 것이며 58.5일은 낮, 58.5일은 밤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짙은 구름때문에 낮에도 빛이 표면에 도달하는 강도가 지구에 비하면 1백분의1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낮과 밤이 구별되지 않는다.
 

마리너 10호가 70km 가까이 접근해 촬영한 금성의 모습


'자기장 실종' 수수께끼

금성 크기와 밀도로 미루어 내부구조는 지구와 아주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 즉 암석의 지각과 맨틀, 그리고 금속성 물질의 핵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금성의 밀도가 지구보다 약간 작으므로 핵도 조금 작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구조는 자기장(磁氣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부분적으로 액체 상태인 금속성 핵이 있으면 지구에서와 같이 금성도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느 우주선도 금성에서 자기장을 탐지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금성에는 자기장이 없으므로 지구에서와 같은 이온층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선에 의한 금성 탐사는 1961년 2월 11일 소련이 발사한 금성 탐사선 베네라(Venera, 러시아어로 금성이라는 뜻) 호로 시작됐다. 1호가 실패로 끝나자 소련은 1965년 베네라2호와 3호를 잇따라 발사해 금성까지의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관측에는 실패했다. 67년에는 미국이 마리너(Mariner)5호, 소련이 베네라 4호를 쏘아 보냈다. 마리너 5호는 금성에서 4천㎞ 근처를 통과하며 관측했고, 베네라 4호는 금성의 두꺼운 대기속으로 돌입해 표면에 1천1백6㎏의 관측기구를 낙하산으로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그후 소련은 84년에 보낸 베네라 16호까지 많은 우주선을 보내 금성 표면 4분의1 정도를 지도로 그렸고 컬러사진과 표면의 토양을 분석한 자료를 얻어내기도 했다. 85년 6월 11일에는 핼리혜성 탐사선 베가(Vega)1호로 하여금 금성을 스쳐 지나가게 하면서 착륙선을 분리시켜 금성에 안착시켰다. 베가 착륙선은 금성 대기와 표면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지구에 전송했다.

미국이 다시 본격적으로 다시 금성 탐사를 시작한 것은 78년 5월 7일 파이어니어 비너스(Pioneer Venus)호를 띄워 보내면서 부터다. 이 우주선은 레이더 고도측정기로 금성 표면의 지형과 지도를 작성하는 작업을 수행해 80년에 완성했다. 그러나 이 지형지도는 책상 위에 올려놓는 지구의(地球儀) 크기에서 볼 수 있는 굴곡 정도의 엉성한 것이었다.

이보다 더 높은 해상력의 금성 표면 지형지도를 얻기 위해 미국은 89년 마젤란(Magellan) 우주선을 금성에 보냈다. 이해 5월 4일 우주왕복선 아틀랜티스(Atlantis)호로 부터 발사된 무게 3.4t, 길이 6.3m의 마젤란호는 같은해 8월 10일 금성궤도 진입에 성공,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갔다. 마젤란호에 장치된 고성능 레이더는 지금까지 금성 탐사선(베네라 15,16호)이 가지고 있던 가장 좋은 성능의 레이더보다 10배나 더 좋은 해상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백20m 크기의 지형지물도 식별이 가능하다. 즉 이전에 탐지된 것보다 10분의1이나 작은 지형도 탐지가 가능하다. 마젤란호는 3시간 9분마다 금성 주위 궤도를 한바퀴씩 돌면서 금성자전주기인 지구시간 2백43일 동안을 탐사했다. 이 과정을 반복해 전체표면 90%의 지도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는 마치 큰 공 표면을 굵은 실로 둘러 나가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마젤란의 금성탐사활동 상상도


이산화탄소가 96%

지금까지 알려진 금성 대기는 한마디로 지구와는 전혀 다르다.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가 약 96%를 차지하고 있고, 질소가 3%, 아르곤과 수증기가 0.1에서 0.4%, 그리고 약간의 산소 염화수소 불화수소 황화수소 이산화황 헬륨 그리고 일산화탄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성 대기압은 지구의 95배인 95기압이다. 이러한 기압은 1천m 깊이 바닷속의 압력과 같아서 그 곳에서 사람이 서있다해도 호흡이 곤란한 압력이다.
 

금성의 내부 모델


금성 표면 온도는 4백70℃ 정도. 이는 납도 녹일 수 있는 온도다. 금성 온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태양 에너지중 자외선은 대기층을 뚫고 들어가 표면에 흡수되지만, 방출되는 열, 즉 적외선은 파장이 길어서 짙은 이산화탄소의 대기층을 뚫고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온실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비닐 하우스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표면 온도가 이렇게 높기 때문에 금성표면에 물이 있었다 하여도 모두 증발해버렸을 것이다. 금성은 가스로 채워진 용광로와 같아서 그곳에서는 어떤 생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금성 대기는 고도 65㎞까지 뻗쳐있으며, 대기 상층부는 지구의 제트 기류와 비슷한 패턴으로 흐르고 있다. 적도 근방에서 이 기류 속도는 초속 1백m로 4일에 한 바퀴씩 이 행성을 돌고 있다. 이러한 행성 전체에 걸친 기류에 겹쳐서 지름이 1백~5백㎞인 대형 태풍들이 적도에서 극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태풍들은 극지방에 이르면 두개의 거대한 소용돌이 구름으로 되어 극지방을 덮는다.

대기 상층은 두개의 구름층을 구성하고 있다. 위 구름은 고도 60㎞에, 그리고 아래것은 50㎞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두께는 약 5㎞다. 이 구름층들은 액체와 고체의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입자들은 90%가 황산(${H}_{2}$${SO}_{4}$)이고 나머지는 수증기다. 비록 금성 상층 구름에 수증기가 있다고는 하나 지구에 비하면 그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금성에 있는 물의 양은 지구의 1만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활화산을 찾아라

소련의 베네라 우주선들이 보내온 금성표면 사진들을 보면 다양한 크기의 암석들로 표면이 덮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암석들 크기는 수십 ㎝이고 구멍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화산 작용에 의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성분은 현무암과 화강암으로 비교적 젊은 암석들이다.
파이어니어 비너스호가 레이더로 작성한 금성 표면 지도에는 산 고원 협곡 화산산맥 그리고 운석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 등을 볼 수 있다. 대체로 금성 표면은 평탄한 편이다. 고도 변화가 10~12㎞인 몇군데 고원 영역을 제외하면 대체로 고도 변화는 2~3㎞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지구의 20㎞, 화성의 25㎞, 달과 수성의 4㎞에 비해 아주 작은 것이다.

금성 북반구와 남반구는 다른 지형을 가지고 있다. 북반구는 산이 많고 크레이터가 없는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반구는 비교적 평탄한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반구의 가장 큰 고원인 이시타르테라(Ishtar Terra)는 크기가 1천x1천5백㎞로 동 서 북의 세방향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 산맥이 고도가 11㎞로 가장 높은데 이곳에서는 용암이 흘러 내린 흔적도 보인다.

남반구는 대부분 낮고 평탄한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은 크레이터들로 덮여 있다. 크레이터들은 크기가 1백㎞에서 1㎞ 것까지 다양한데 이들의 생성 원인도 운석충돌과 화산작용 두가지 모두로 해석되고 있다. 금성 크레이터들의 생김새는 달이나 화성 수성 크레이터들과 비슷하다. 운석충돌로 생긴 크레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금성 지형이 오랫동안 원상태로 보존 되었음을 의미한다.

거대한 화산 영역인 베타 레기오(Beta Regio)에는 두개의 큰 화산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지름이 8백20㎞, 높이가 5㎞이고 정상의 크레이터도 90x60㎞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태양계에서는 가장 큰 화산이다.

금성 화산들이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활화산이 있을 가능성은 많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현재 마젤란호가 계속 표면을 관측하는 이유중 하나도 활화산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금성에서 활화산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태양계에서 지구, 목성의 위성 이오(Io),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Triton)에 이어 네번째로 화산활동을 하는 천체가 될 것이다.

금성 지형이 국지적인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의해서 형성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기는 하지만, 지구에서와 같이 모든 지형이 이 이론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성도 다른 행성과 같이 46억년전에 형성된 후, 내부열에 의한 융해가 일어나서 무거운 물질이 안으로 들어가는 층상 구조가 형성됐고 생성후 5억년쯤 후에는 현무암과 화강암 지각이 굳어졌다.

30억~40억년 전에는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져서 지각에 균열을 일으키고 화산을 폭발하게 하였으며 작은 운석들은 지각에 운석공을 만들었다. 약 30억년쯤 전에 운석 충돌이 그치고 약간 풍화작용이 일어나 원래 금성 표면 모습을 조금 바꿔 놓았다.

그 이후에는 판구조론적인 지형 변화로 고원이 생기고 거대한 화산이 폭발해 분화구를 남기고,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분출시켜 짙은 대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위상(位相)

위상이란 말은 물리학 수학 천문학에서 조금씩 다르게 사용된다. 물리학과 천문학에서는 영어로 페이즈(phase)이며 수학에서는 토폴로지(topology)라 불린다.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위상은 행성이나 달이 햇빛을 받아서 빛나는데, 빛나는 면이 어느 정도 지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면 달이 보름달 반달 초승달과 같이 달 지구 태양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을 '달의 위상 변화'라 한다. 지구와 행성을 연결한 직선과 행성과 태양을 연결한 직선이 이루는 각을 위상각이라 하는데, 수성 금성 달은 위상각 변화가 0°에서 3백60°까지 변하지만, 화성 목성 등 지구보다 바깥쪽에 있는 행성은 위상각에 상한(上限)이 있다. 즉 이들 행성이 반원형이나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민영기 교수

🎓️ 진로 추천

  • 천문학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