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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사막에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미국정부 15년만에 가까스로 시험허가 얻어


아무렇게나 버려진 핵폐기물


미국 환경보호기구는 최근 폐기물분리시험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미국정부는 최근 군사핵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에 한발짝 다가섰다. 환경보호기구(EPA)가 뉴멕시코사막에 건설될 폐기물분리 시험공장(WIPP)을 승인한 것이다. 이 시설은 사막 한가운데에 8백m 깊이의 터널을 뚫고 그 속에 핵폐기물을 묻는 방식이다. EPA의 이러한 결정은 WIPP의 건설을 위해 15년간이나 노력해온 미국 에너지부의 뒤늦은 승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EPA가 허용한 시험기간이 5년에 불과한데다 환경단체의 반대, 기술적인 과제 등 난관이 도처에 기다리고 있어 WIPP의 앞날은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

에너지부는 시험기간동안 핵폐기물이 새어나오지 않는지, 지하에서 발생한 가스가 유출되지 않는지 관찰할 예정이다. 에너지부의 한 관리에 따르면 시험기간 동안 WIPP에 저장될 핵폐기물의 양은 영구처분장이 건설될 시 전체 용량의 1%에 해당하는 8천5백드럼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 저장될 핵폐기물은 주로 핵무기 제조시 발생하는 플루토늄(Pu)에 오염된 물질로 '초(超)우라늄 폐기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초우라늄이란 우라늄(U)보다 분자량이 큰 물질을 말한다. 초우라늄폐기물에는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는 포함되지 않고 폐수나 진흙더미 옷가지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 폐기물은 각 원전에서 드럼통에 넣어져 WIPP로 운반된다. 그런데 이 드럼통속에는 방사능물질뿐 아니라 유해한 화학폐기물들도 섞여 한꺼번에 포장된다.

1989년말 제임스 와킨스 에너지부 장관은 WIPP의 건설이 가장 당면한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EPA의 수리(水理)학자 리드 로스니크는 "EPA의 결정이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원칙이 완화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험기간동안 저장이 허용된 물질은 극소량이고 이것마저 문제가 생길 경우 이번 결정은 전면 백지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핵폐기물의 지상보관에 한계를 느낀 미국정부의 압력에 EPA가 일보 양보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75년부터 계획된 이 시설의 건설에는 몇가지 기술적인 과제들이 제기돼왔다. 폐수가 스며나온다든지, 예상보다 지층이 불안정해 터널에 금이 간다든지, 최근에 제기된 우려로는 폐기물이 썩어 생긴 가스압 때문에 폭발할 위험이 있다든지 하는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5년간의 시험 결과가 어느 쪽인가를 증명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난관보다 먼저 닥칠 문제점은 정치 사회적인 어려움이다. 당장 원전에서 WIPP까지 핵폐기물을 운반하는 방법이 문제가 된다. EPA는 핵폐기물의 운반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부는 WIPP의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내무부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의회는 이번 회기에 토지의 이전 문제를 처리하지 못했다. 에너지부는 급한 나머지 이 문제를 편법으로 처리하려고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국립자원보존협회(NRPC)등 환경단체들의 반대 운동도 조만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들은 법적 대응과 함께 현지 주민들을 동원한 대대적인 반대데모를 계획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이 문제는 이번 봄에 열린 국립과학아카데미(NAS)총회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멕시코사막에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려는 미국정부의 구상은 15년이나 끌어온 끝에 가까스로 시험시설을 승인받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아직 이 시설의 완성까지는 몇년이나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해 안면도 핵폐기물처리장 건설계획으로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겪었던 우리나라도 미국의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볼 수는 없는 형편이다.

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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