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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AIDS를 번쩍 들어 올릴 수도

2차시기에 들어간 유전자 치료술

당분간 비정상유전자의 교정보다는 유전자치료제의 개발에 비중이 실릴 듯. 수년이내에 DNA약제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금년 봄 미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생물안전성위원회는 M. 블레스(Blaese)박사와 F. 앤더슨(Anderson)박사의 연구팀이 요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요법의 시도를 승인했다. 이들은 핵산분해과정에 참여하는 효소인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adenosine deaminase, ADA)의 결핍으로 심각한 면역기능 장애를 일으킨 ADA결핍환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즉 ADA유전자가 삽입된 림프구를 환자의 몸속에 주입해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자신들의 연구성과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되자 연구결과를 직접 환자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물론 이 위원회의 승인만으로 바로 환자에게 유전자요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몇 단계 더 심사를 거쳐야하지만 적어도 유전자요법 시도의 첫 관문은 열리게 된 셈이다. 그러면 유전자요법(gene therapy)이란 무엇이며 어떤 질환을 유전자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일까. 또 어떠한 생명과학적 지식이나 실험기법의 발달이 유전자요법을 가능하게 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빈혈의 해결사로

사람에게 발생하는 많은 질병중에는 선천적인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들이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특정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겸상세포빈혈(sickle cell anemia)은 평소에는 원반모양이던 적혈구가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낫 모양으로 변하고 결국은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의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을 조사해 보면 헤모글로빈의 두 사슬, a와 b중 b사슬의 여섯번째 아미노산이 정상의 글루탐산에서 발린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환자는 헤모글로빈 b사슬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헤모글로빈의 아미노산중 하나가 바뀌게 되고 결국 이 아미노산의 치환이 겸상세포빈혈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비정상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다. 혈액응고인자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혈우병도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선천성질환이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이런 유전병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유전병을 치료하는 뚜렷한 방법은 없고 다만 이러한 질병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경감시켜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질병의 비정상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 바꾸어줄 수 있다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리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유전자요법은 이러한 기본개념에서 출발했다. 즉 유전자요법은 '정상적인 유전자를 체(體)세포에 이입(transfer)시킴으로써 유전적 또는 후천적 질환에 의해 탈이 난 유전자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요법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유전자요법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에 분자생물학적인 여러 실험기술이 발전, 시험관내에서의 유전자조작시 흔히 부딪치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원래는 정상유전자를 활용해 비정상유전자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개발된 유전자요법은 현재 유전병 뿐만 아니라 암 등 다른 질환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즉 어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다량으로 만들 수 있는 세포를 탄생시켜 우리 몸에 주입한 뒤 몸속에서 이 물질을 많이 생산,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
 

게놈중 일부만을 이용해

유전자요법이 가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늘어나고 시험관내에서의 유전자조작기술이 발달한 때문이다. 그러면 유전자요법을 실시할 때 어떤 유전자조작기술이 사용되는가. 유전자요법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전자요법에 사용할 유전자를 만드는 일이다. 시험관내에서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얻어내는 방법을 유전자의 클론화(cloning)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 게놈(genome)의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분(exon) 뿐만 아니라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부분(intron)도 지니고 있어서 그 크기가 매우 크다. 그런데 이렇게 큰 유전자는 클론하기도 매우 힘이 들뿐더러 나중에 세포에 옮기기도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요법에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유전자요법을 실행할 때에는 게놈의 유전자 대신 c-DNA유전자를 사용한다.

c-DNA유전자는 유전자의 전령 RNA(messenger RNA)로부터 만들어진다. 유전자의 mRNA유전자는 게놈유전자중 실제로 단백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부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mRNA로부터 만들어진 c-DNA유전자는 완전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으면서도 크기는 게놈유전자에 비해 훨씬 작으므로 클론하기도 쉽고 세포에 이입(移入)하기도 수월하다.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의 c-DNA가 클론되면 다음에는 이 c-DNA를 적당한 벡터(vector)에 삽입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c-DNA가 세포내로 이입되었다고 해서 바로 전사(轉寫)되고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c-DNA가 세포내에서 계속 발현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한데 벡터에는 다행히 이러한 장치가 장착돼 있다.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가 세포내에서 발현돼 단백질을 생산하는 c-DNA가 삽입된 벡터가 만들어지면 다음에는 이 벡터를 세포에 옮긴다. 이때 사용하는 세포는 환자 자신의 세포다. 만일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하면 거부반응을 일으켜 체내로 주입된 세포가 생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세포는 림프구(球)다. 즉 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림프구에 c-DNA가 삽입된 벡터를 옮기고 배양, 그 수를 늘린 다음 다시 환자의 혈액내로 주입하게 된다. 주입된 세포들이 환자의 몸속에서 생존하는 한 계속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을 생성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치료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M. 클라인박사는 헤모글로빈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인 탈라세미아(thalassemia) 빈혈증 환자에게 정상b-글로빈(globin)유전자가 이입된 환자 자신의 골수세포를 주입, 세계최초로 유전자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첫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치료를 마친뒤 환자들이 사망하게 되자 이 환자들은 다른 방법의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인간의 염색체^형광 항체법으로 본 염색체. 23쌍의 염색체가 나타나 있다. 이 염색체가 정상보다 하나 많거나 적어도 유전성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유전자를 악으로

당시 급속한 유전공학의 발달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클라인박사의 연구팀은 해체되고 미국립보건원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요법 시도요건을 한층 강화했다. 클라인박사의 첫 유전자치료 좌절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블레스박사팀이 사람에게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허락을 얻어낸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비록 유전자요법이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못했으나 그 기술은 계속 발전해 왔다. 맨처음 클라인박사팀이 유전자치료를 시도했을 때의 일이다. 그들은 정상유전자를 옮길 세포로 골수조직의 조혈(造血) 기간세포(stem cell)를 선택했다. 알다시피 기간세포는 적혈구나 백혈구로 분화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가진 세포다.

골수기간세포를 유전자 이입세포로 선택한 것은 그 당시 현명한 판단으로 여겨졌다. 그 근거는 세가지나 되었다. 첫째로 골수는 외부에서의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세포의 채집이 쉽고, 둘째로 기간세포는 골수에서 개체의 전(全) 생애에 걸쳐 계속 분열하므로 치료효과를 영구적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셋째로 기간세포의 분화에 따라 만들어진 혈액세포들이 결국 혈액으로 나오게 되므로 생성된 단백질이 필요한 곳으로 운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골수세포의 이용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 무엇보다 유전자를 이입하려면 기간세포의 수가 어느정도 확보되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수의 확보에도 문제가 있었다.

골수기간세포의 사용이 벽에 부딪친 후 미국립보건원의 F. 앤더슨박사는 기간세포를 사용할 수 없더라도 이입된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단백질이 혈액내로만 나올 수 있으면 치료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혈관내막세포(endothelial cell) 또는 림프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즉 환자가 가지고 있는 비정상유전자를 근본적으로 교정하는 대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특수한 세포를 만들어, 환자에 주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비정상유전자의 기증을 정상화한다는 유전자요법 원래의 개념과 거리가 있다. 이를테면 유전자를 약으로(gene as drugs)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인 것이다. 혈관내막세포는 혈관의 안쪽에 위치해 혈액과 접하고 있고 림프구는 혈액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세포에서 이입된 유전자에 의해 생성된 단백질은 바로 혈액으로 나갈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블레스박사팀은 ADA결핍환자를 대상으로 곧 유전자요법을 재차 시도하게 된다. 그들은 환자로부터 림프구를 얻은 다음 이 림프구에 c-DNA가 삽입된 벡터를 이입하고, 다시 시험관내에서 배양한 뒤 환자의 혈관으로 돌려보내게 될 것이다. 이미 연구팀은 ADA결핍증환자의 림프구에 ADA유전자를 이입시켜 주면 손상되었던 림프구의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따라서 ADA유전자가 이입된 림프구가 환자의 몸에 주입된 뒤에도 그 기능을 유지한다면 계속적으로 ADA효소를 만들게 될 것이다.

블레스박사팀의 이번 도전은 근본적인 유전적 이상의 교정이라기 보다는 ADA효소를 생산, 이를 치료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치료제로서의 유전자요법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대상 질환으로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암을 꼽을 수 있다. 앤드슨박사와 미국립암연구소의 갈로(R. Gallo)박사는 CD4라는 단백질을 혈액내에서 많이 생성시켜 AIDS를 치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CD4단백질은 정상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데 AIDS바이러스가 세포내로 들어갈때 꼭 필요하다. 이 CD4단백질을 림프구에서 계속 만들어 주면 AIDS바이러스가 이 혈중(血中) CD4와 결합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정상세포에는 AIDS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림프구에 이입된 CD4유전자가 치료에 필요한만큼의 단백질을 생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유전자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려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산물을 생성하거나 또는 암세포의 증식만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이입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암의 발생이나 세포의 증식억제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해 본격적인 치료방법의 연구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립암연구소의 로젠버그(Rosenberg)박사는 암조직에 파고들어 암세포를 파괴하는 종양침윤성 림프구에 표지유전자를 이입한 뒤 환자에 주입, 이 림프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암조직에 모여드는지를 측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되지 않아

아직 유전자요법은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분야의 미래는 전적으로 유전자와 세포증식 및 분화에 대한 지식, 그리고 세포배양과 시험관내 유전자조작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

당분간 비정상유전자의 교정보다는 유전자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리라 예상된다. 앞으로 수년이내에 첫번째 DNA제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AIDS나 암 등이 주대상이 될 것이나 점차적으로 다른 질환에 대한 DNA약제의 개발도 진행될 것이다.

유전자요법의 연구에는 많은 인력과 연구비가 소요되나 전세계적으로 이 연구를 하는 연구자의 수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현재 유전자요법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우리도 DNA약제를 개발해야할 시기가 오리라고 생각되며 이에 대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수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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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주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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