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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소리없이 다가가 총알처럼 공격한다.

서울올림픽에서 호돌이란 이름으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랑이. 사자보다도 공격적이고 힘이 세다는 한국 호랑이는 아깝게도 한반도 남쪽에서는 사라지고 없다.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우리 민족과는 친근한 동물이다.

개국 설화인 단군신화에선 곰과 더불어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민간신앙에서도 산신령이니 산군자(山君子)니 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받들어졌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영물임을 증명해 준다. 호랑이는 곰과 함께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삼칠일을 견디려 했으나 고난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사람이 되는데 실패했다. 반면 곰은 잘 참아내어 사람이 되고 환웅과 결혼, 단군을 낳아 민족의 시조모가 되기에 이른다.

영민한 호랑이가 동물의 한계를 드러낸데 반해 인내력이 강한 곰은 환골탈태, 크게 성취를 한 것이다.

'호랑이와 곶감'의 이야기도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설화중의 하나다. 여기서 호랑이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을만큼 무서운 존재가 되지 못했다. 그 어린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곶감'이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하고 호랑이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갔다는 코믹한 이야기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들끓어 많은 인명과 가축의 피해가 있었다. 이를 호환(虎患)이라고 한다. 또 민담에선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모든 산짐승들이 벌벌 떨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나라 자연부락 이름에 호(虎)자가 들어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이들 호랑이 마을은 대개 지형이 호랑이를 닮았거나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던 곳이다. 또 호랑이의 덕을 입었거나 아니면 재난을 당했던 전설을 갖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남긴 호랑이를 이제는 볼 수가 없으니 애석한 일이다. 특히 한반도의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개발과 전쟁의 후유증, 과거 일본인들의 남획이 그 원인일 것이다.

가장 힘세고 큰 한국호랑이

호랑이는 식육목(目) 고양이과(科)로 대개 뱅골 카스피 시베리아 자바 중국 발리 수마트라 인도차이나호랑이 등 8가지로 분류한다.
이중 시베리아호랑이는 한때 한국호랑이와 만주호랑이로 세분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한데 묶어 시베리아호랑이로 통한다. 한국호랑이의 학명은 Panthera tigris altaica.

1971년 소련의 극동연구소가 주관한 소련의 태평양연안 지대 센서스에 따르면 시베리아호랑이는 약 1백30마리가 야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사육중인 것은 98개 동물원에서 수컷 1백99마리, 암컷 2백61마리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국제자연보호연맹은 함경도 지방에 40~5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러나 남부와 중부에서는 1921년 경북 대덕산(大德山)에서 수컷 한 마리를 포획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1981년 1월 한국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신문에 실려 온 국민을 흥분시킨 적이 있다. 한 아마추어 사진가가 경북 대덕산에 등산갔다가 호랑이 한마리를 발견, 2장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면서 이 사진들을 언론기관에 제공했던 것이다. 언론기관은 학계전문가에게 사진을 감정, '틀림없는 한국호랑이'라는 코멘트까지 받아냈었다.

필자를 비롯, 당시 창경원 동물원의 관계자들도 이 신문보도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호랑이를 추적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고 실제로 현장 출장도 하였다.

그런데 어쩐지 신문에 난 사진에 의심이 갔다. 사진의 뒤에 콩크리트벽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고 바닥에 둥근 자갈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이 신문기사를 읽은 어린이대공원의 사육사 한분이 "사진은 어린이대공원에서 찍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확인해 보니 어린이대공원 호랑이가 틀림없었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60년만에 발견됐다는 호랑이는 결국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살고 있는 '뱅골산 호랑이'로 판명됐던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었다.

그 뒤로도 가짜 한국호랑이의 출현소동은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속는 줄 뻔히 알면서도 가슴이 설래이곤 했다. 가서 확인하면 대개가 삵이었다.

지난 1982년 12월 서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서울 올림픽대회 심벌마크를 호랑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조직위는 호랑이를 마스콧으로 삼으면서 호랑이가 날렵하고 용맹스러울 뿐 아니라 모든 짐승 위에 군림하는 위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호랑이는 사자보다도 훨씬 공격적이고 힘도 세다. 사뿐사뿐 풀숲 사이를 소리없이 지나갈 때면 마치 뱀이 지나가듯 조용하다. 그러다가도 일단 유사시에는 총알처럼 몸을 튕겨 고무처럼 탄력있는 몸놀림을 한다. 흔히 비호(飛虎)라는 말이 있듯이 그 민첩성은 전광석화와 같다.
특히 호랑이 가운데서도 가장 힘이 세고 몸집이 큰 호랑이는 한국호랑이다. 수컷의 몸길이가 최대 4m로 흔히 볼 수 있는 뱅골산 호랑이보다 1~1.5m나 길다. 몸무게도 수컷은 최대 4백20kg 정도나 되며 도약력은 5~7m나 된다. 또 먹이를 찾아서 하루에 활동하는 범위는 보통 2백~2백리.

한 걸음은 80㎝이며 항상 뒷발은 앞발자국을 되밟는 성질이 있다. 뛰는 속도도 매우 빠르며 점프력은 4m에 달한다. 큰 바위나 높은 곳에서 아래로 점프할 때에는 10m까지도 뛰어 내린다고 한다.

또 수영을 잘 하며, 무더운 여름에는 계곡의 신선한 곳에서 쉰다. 모기와 등에를 피하여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여름의 무더위는 호랑이를 꼼짝 못하게 한다. 그래서 6~7월에는 1천5백m이상되는 심산유곡에서 생활한다.

호랑이의 기습을 받은 동물은 대개 그 자리에서 혼비백산하기 마련. 감히 저항을 한다거나 도망갈 생각은 엄두조차 못낸다.

설령 도망친다 하더라도 호랑이의 억센 앞발의 견제범위를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멧돼지나 사슴 말 소와 같은 비교적 몸집이 큰 가축들도 호랑이가 앞발로 일격을 가하면 목뼈가 부러진다. 또 호랑이는 먹이의 목덜미를 한번 물었다 하면 숨이 끊어질 때까지 절대로 놓아주는 법이 없다. 버둥대던 먹이가 축 늘어져야 물었던 입을 놓는 것이다.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조용한 곳으로 먹이를 옮겨 먹어 치운다.


가장 힘세고 큰 한국 호랑이


모기와 더위를 무서워 하는 '왕'

호랑이의 털은 조화미가 있다. 붉은 색이 도는 노랑 바탕에 검은 칡무늬의 조화는 정말 훌륭하다. 칡무늬는 등의 가운데서부터 가슴과 배로 내려온다.

고양이과(科)의 모든 동물들이 그렇듯이 털색깔은 등쪽이 진하고 아랫 배쪽으로 갈수록 옅다. 검정 칡무늬의 간격이나 수는 기체나 아종(亞種)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한국호랑이는 등의 바탕색이 어두운 적황색이지만 다리 쪽으로 갈수록 옅여진다. 또 등에는 불규칙한 검은 줄무늬가 많이 있지만 앞다리 앞쪽에 이르면 적어진다. 주둥이는 어둡고 연한 홍색이고 눈위와 뺨 그리고 가슴은 순(純)백색에 검은 반점이 뚜렷하다.

호랑이의 털색이 이렇게 선명한 데도 잡혀 먹히는 동물에게나 사냥꾼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들이 활동하는 무대에 많이 있는 식물들과 비슷한 색깔을 띠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번식기(期)는 서식지의 기후에 따라 다르다. 북방에서 봄이 시작되기 전부터 번식을 시작하나 남방에선 거의 연중 내내 이루어진다. 이때가 되면 수컷 호랑이는 매우 깊이 있고 우렁찬 저음의 포효를 하면서 암컷을 찾아 헤맨다.

혼자 사는 성향이 강한 호랑이지만 이때만은 암수가 함께 산다.

발정이 최고조에 달한 수컷은 마치 분무기에서 뿜는 물안개와 같은 소변을 뿌린다. 암컷은 땅에 뒹굴기도 하고 나무에 몸을 비벼대며 아양을 떤다.

암컷은 임신한 지 98~1백10일이 되면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5~6마리까지 낳는 경우도 있다. 새끼를 낳기 위한 보금자리로는 바위로 된 동굴, 바위 사이의 움푹 패인 곳, 절벽의 동굴 등 인적이 없고 먹이를 찾기 쉬운 장소가 선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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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진료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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