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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백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물개

동물세계에서 「일부다처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물개는 생각보다 약골이다.

고대 동양에서는 제왕은 수많은 궁녀들을 거느리면서 그 권위를 자랑했다.
동물세계에서는 일부다처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극치는 물개라 할 수 있다.


50~1백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물개
 

원래는 포유동물

물개는 원래 고래류와 같이 뭍에서 생활하던 포유동물이었으나 자연환경의 변화로 약 3천만년 전부터 수중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물개의 외양은 지상의 일반육식 동물과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네다리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걷기 보다 헤엄치기에 더 적합하게 생겼다. 그래서 기각류인 육식목(肉食目)의 별개아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개류를 비롯해 여러 바다짐승의 생활양식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물개류의 일부다처제에 대해서는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 있다.

물개는 수컷이 암컷에 비해 체격이 훨씬 크다. 다 자란 수컷의 몸 길이는 2m 되며 몸무게는 2백50㎏ 이상이다. 반면 암컷은 몸길이가 1m 내외고 몸무게도 1백㎏ 정도밖에 안된다.

수컷의 체구가 훨씬 크다는 사실은 일부다처사회에서 수컷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한다. 수컷은 3~4세가 되면 성적으로 성숙한다. 5세가 되면 수컷의 고환의 무게가 평균 91g에 달하므로 이때부터는 수컷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게 된다. 그러나 암컷을 거느리고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려면 생후 7년은 지나야 한다. 보통 10세 때부터는 다른 수컷과 싸움을 할 수 있다.

물개는 평상시에는 암수 가릴것 없이 수천마리가 군집생활을 한다. 그러나 번식기가 되어 섬에 상륙하면 각기 일정한 영역을 차지한다. 이때 수컷 한마리가 놀랍게도 50~1백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수컷은 육지에 닿으면 자기영역을 지키고 암컷을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일대 혈투를 벌인다. 싸움에서 이긴 놈은 넓은 영토를 점유하고 수많은 처첩과 함께 달콤한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싸움에서 진 놈들은 섬주변의 외진 곳에 머물면서 신세 타령만 하게 된다.

수컷들이 먼저 섬에 상륙해 보금자리를 만들고 나면 뒤이어 암컷들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 암컷은 해산하기 위해 섬의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자연스레 수컷의 영토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수컷의 보호아래 새끼를 낳고 수컷의 시중을 들게 된다.

물개는 한번 수태하면 3백40일만에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수태를 한 뒤 바다에 나가서 살다가 3백여 일이 지나면 재차 섬을 찾는다.

암컷은 3세만 되면 임신이 가능하다. 대개는 2~3회의 교미로 수태하게 되는데 수태가 되면 곧 발정이 그친다. 암컷들이 해산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섬을 찾기 때문에 수컷은 이들을 맞는대로 쉴 새 없이 교미하게 된다.

수컷이 암컷을 '즐겁게'해주는 기간은 2~3개월이나 지속된다. 이 기간동안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결국 몸무게의 3분의 1이 줄어든다. 결국 피골이 상접하게 된 수컷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바다로 총총히 사라진다. 그러면 섬에는 암컷과 새끼들만 남게 된다.

새끼는 5~8주 동안 어미로부터 헤엄치는 법을 배운다. 생후 4개월 쯤 지나면 먹이를 스스로 잡아먹을 수 있게 된다. 이때의 몸무게는 약 51㎏이다. 다 자란 새끼들은 어미의 뒤를 따라 섬을 '탈출'한다. 머나먼 고향인 남쪽바다를 향해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물개는 바다속의 각종 어류와 연체동물을 잡아먹고 산다. 따라서 헤엄치는 속도가 시속 30㎞에 이른다. 잠수능력도 대단하다. 보통 10분이상을 물속에 잠겨있을 수 있고 잠수깊이도 최고 5백m 나 된다.

그러나 환락생활을 하는 탓인지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장수하는 놈도 고작 15~20세가 되면 세상을 떠난다.

가엾게도 출생한 뒤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녀석도 많다. 학자들은 분만후 어미가 바로 임신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입덧이 난 어미가 새끼에게 충분한 젖을 먹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물원에서는 이 기간에 어미와 새끼를 분리시켜 인공포육을 해 보기도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물개의 젖은 다른 동물에 비해 지방질이 많으나 유당(乳糖) 성분은 거의 없다. 따라서 물개 새끼의 입에 맞는 이유식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이유식을 인공적으로 먹이는 일도 여간 힘들지 않다. 보통 젖병에 넣어서 빨게 하는 것도 아니고 고무관을 위(胃)까지 주입한 뒤 음식물을 넣어 주어야 하는 번잡스러움이 뒤따른다.

겉보기보다 약한 체질

무더운 여름철에 동물원 풀장에서 힘차게 헤엄치며 '꽥꽥' 소리치는 물개를 보면 건강의 화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에 잘 걸리는 동물이다.

물개의 사체를 해부하다 보면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을 때가 많다. 물개의 위에서 돌이나 헝겊 비닐조각 등이 나오는 경우다. 심지어는 못이나 철사와 같은 쇠붙이가 발견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물건을 동물이 삼키면 대개 위궤양에 걸려 사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개풀장을 비롯해 모든 동물우리 안에 돌이나 비닐 등의 물건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구신이 탐나 물개를 사육·번식시키고 싶어하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동물원에서도 물개를 사육·번식시킨 것은 최근의 일이다. 넓은 대양을 마음대로 헤엄치던 물개를 조그만 수조(水槽)에 가두어 놓는 것 자체가 그들의 생리에 맞을 리 없다. 그런 환경에서 번식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지나친 바램이 아닐 수 없다.

사료 역시 사육·번식의 애로점이다. 아무리 싱싱한 생선을 구해 준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구미대로 먹을 때와 같을 리 없기 때문이다.

수시로 물개풀장에 바닷물을 길어 넣어주지만 얼마 안돼 곧 더러워진다. 때문에 동물원에서는 물갈이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한 여름철에는 아침에 물갈이를 해 주어도 안심할 수 없다. 배설물이 섞이면 쉽게 썩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은 사라진 창경원 동물원 시절에는 물개풀장이 너무 비좁아 다이빙을 하다 상처를 입은 놈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대공원은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물개들이 자유자재로 뛰어 놀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록 물갈이 해주는 일은 더 힘들어졌지만.

물개는 지능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 점을 이용해 일부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서는 물개쇼를 보여 주기도 한다. 쇼 자체가 동물의 학대행위지만 돈을 벌 목적으로 물개를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한때 가죽을 얻고 자 수많은 물개를 살육해 왔다. 지금은 해마다 일정한 마리수의 어린 수컷만을 잡도록 허용하는 물개보호협정이 체결돼 있다.

현재 물개는 북반구에 약 1백50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도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물개서식지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숫자는 알 수 없다.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물개의 학명은 아우스트랄리스(Arctocephalus australi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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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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