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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있는 규격제정이 아쉽다

컴퓨터 표준화 공방

표준화의 시발점이 되는 한글코드문제만 하더라도 최근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또 공진청의 KS규격과 교육용 컴퓨터의 규격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는데...

컴퓨터는 활용하기에 따라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때도 많다.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표준화 문제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최근들어 컴퓨터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고 컴퓨터와 통신이 서로 결합되면서 표준화 문제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컴퓨터가 전자계산기로 불리면서 어렵고 복잡한 계산처리나 하던 시절은 이미 흘러간지 오래다. 퍼스컴(개인용컴퓨터)이라는 소형컴퓨터가 가정에까지 파고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국민학교부터 컴퓨터교육을 실시할 정도가 된 것이다. 국내에 보급된 퍼스컴의 수만해도 89년말 현재 70만대가 넘는다. 올 수요를 50만대로 보면 약 1백20만대의 퍼스컴이 국내에 보급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과연 퍼스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피아노 규격이 다르다면

1백만원 짜리 컴퓨터를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10만~20만원짜리게임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1백만원 이상의 효과를 보면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사람도 일부 있겠으나 대부분은 치른 대가만큼 쓰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표준화가 제대로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A사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작업을 B사 컴퓨터에서 그대로 수행할 수 없다. 또 C사 컴퓨터에 연결, 사용하던 프린터를 D사 컴퓨터에 연결하지 못한다.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 제조업체별로 다시 뜯어 고쳐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피아노 제조업체가 제멋대로 건반의 수나 음의 높낮이를 정해서 피아노를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작곡가가 만든 악보는 피아노제조회사별로 다시 고쳐져야 되며 연주자는 피아노에 따라 건반 두드리는 방식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러나 표현의 차이나 약간의 과장이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컴퓨터들이 대부분 이런 모양이다.

컴퓨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한글코드에서부터 표준화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국가 표준형 한글코드가 있다 하더라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행정전산망 덕택으로 점차 국가표준코드가 확산되어 가는가 하더니 얼마 전부터 현 표준코드체계의 불합리성을 성토하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져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다.

'표준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한다'는 주장과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코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87년 제정한 KS 2바이트 완성형코드에 대한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표준화의 필요성은 컴퓨터 사용자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메이커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모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표준화가 안되면 우선 사용자는 선택의 범위가 제한된다. 컴퓨터 구입시 그 회사의 컴퓨터가 자신이 사용하려는 소프트웨어를 잘 돌릴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하며 주변기기 선택에도 커다란 제한이 따른다. 이에 따라 컴퓨터시스템의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하드웨어메이커에서는 컴퓨터판매를 위해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활용할 소프트웨어가 구비돼 있지 않다면 컴퓨터가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도 중복투자의 낭비가 따른다. 한가지 프로그램을 여러 종류의 컴퓨터에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코드를 변환해야 하는 등 개발비가 중복해서 든다.

결국 컴퓨터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표준화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컴퓨터가 제값어치를 하려면 표준화가 선결요건
 

다시 불붙은 코드표준화 논쟁

표준화라 하면 컴퓨터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기준에 관한 표준규격 외에도 정보통신시의 정보체계 표준화 등 여러가지를 들 수 있다. 현재 공업진흥청이 KS규격 대상으로 정한 종목이 무려 3백7가지나 되는 것을 보더라도 표준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표준화의 시작은 코드표준화부터 비롯된다.

컴퓨터에서 말하는 코드란 인간이 사용하는 문자(글자 숫자 부호 등)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2진수의 부호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컴퓨터에서는 자료처리시 정보를 표현하거나 기록할 때 글자의 모양을 기억시키는 것이 아니라 '0'과 '1'의 2진부호로 코드화해 저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글자의 모양을 직접 기억시킬 경우 무수한 흑백의 점을 사용해야 하므로 기억장치가 많이 필요하게 되며 처리속도도 늦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 또는 '0'의 두가지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점(비트)을 8개만 사용해 문자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A'는 01000001로, 숫자 '7'은 00110111로 표시한다.

2진수는 1과 0만을 사용하므로 8자리의 2진수로 구성되는 조합의 수는 ${2}^{8}$가지, 즉 2백56가지의 서로 다른 글자를 표시할 수 있다.

이때 8개의 비트(bit)가 모여 구성된 하나의 글자를 바이트(byte)라고 한다.

알파벳이나 숫자 기호 등을 표시하는데는 하나의 바이트로 충분하다. 그러나 한글을 표시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한글은 음소문자인 동시에 음절문자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음소문자인 영문과는 달리, 풀어서 입력한 자음과 모음을 다시 모아서 출력해줘야 한다는 제약을 갖고 있다.

영문은 하나의 문자가 도형으로 표현될 때 일정한 크기로 쓰여지는 반면, 한글은 2개 또는 3개 이상의 음소들이 일정한 크기의 도형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한글을 표시할 때는 한글자당 1바이트로 모자란다는 얘기다.

한글코드를 논할 때 2바이트 완성형이니 2바이트 조합형이니 하는 것은 바로 한글 한글자를 표시할때 2바이트로 나타냈음을 뜻한다. 조합형과 완성형의 차이는 초성 중성 종성을 나누어 조합형태로 했느냐 혹은 완성된 글자꼴에 대해 처음부터 코드를 지정했느냐 하는데 있다.

한글 코드의 표준화 문제는 바로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에 있다.

87년 3월 정부에서 국가표준코드(KSC 5601)로 2바이트 완성형코드를 채택했지만 완성형과 조합형 코드를 둘러싼 논쟁은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우선 완성형을 주장하는 측은 한글의 글자모양과 정보통신시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조합형의 경우 초성+중성+종성의 결합에 있어 같은 'ㄱ'이라 하더라도 '가'에서의 모양과 '국'에서의 모양, '밖'에서의 모양이 각기 다른데 'ㄱ'자를 무조건 조합한다면 글자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ㄱ'을 여러가지로 만들어서 경우에 따라 선택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합형을 주장하는 측은 완성형의 제한된 글자수를 최대의 약점으로 지적한다. 현행 한글·한자표준코드(KSC 5601)의 경우 한글 2천3백50자, 한자 4천8백88자만을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월드컵 축구스타 '푈러' '뮐러'의 '푈'이나 '뮐'자, 또는 '푱푱'의 '푱'자 등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는 출판계나 고전국어학계 등에서의 컴퓨터 사용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점이란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공진청은 최근 기존 2바이트 완성형에 필요한 글자를 첨부시키는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처리 KS규격만 1백여종

컴퓨터의 표준화는 비단 한글코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기종간의 접속, 데이터교환, 컴퓨터와 통신기기 또는 사무자동화기기 간의 접속을 위한 각종 표준화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정보처리분야의 표준화는 그 성격에 있어 기계류나 전자제품 또는 부품 등 일반공산품의 표준화와는 표준화 내용 및 그 파급효과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있다.

또한 정보처리 분야의 기술개발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표준화 기간 선정이 어렵다는 등의 난점이 있다.

정보처리 분야의 규격화 현황을 보면 외국의 경우 87년말 기준으로 ISO(국제표준화기구)가 1백41종, 일본의 JIS가 1백28종, 미국의 ANSI 가 1백30종이다.

우리나라의 KS 규격은 87년 기준으로 1백10종이다. 규격내용에 있어서는 하드웨어는 컴퓨터 세트에 관한 것보다 주로 부품의 호환성을 위주로 했으며, 소프트웨어는 서로 다른 컴퓨터기종간 정보교환을 위한 표준화를 중심으로 했다. 즉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 컴퓨터용어 및 코드, OSI(개방형시스템 상호접속) 등 3개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표준화 작업은 국가산업경제의 발전과 국민복지증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국가표준화가 적극적으로 진행돼 왔다.

우리나라도 정부주도형 표준화추진체계를 갖고 있으며 표준화사업의 총괄은 공업진흥청 표준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공업진흥청은 87년 정보처리 표준화 중장기 계획을 수립, 88년부터 92년까지 기존 1백10건의 규격을 포함해 총 3백71건의 KS 규격을 제정할 작정이다.

이들 표준화 추진현황과 계획을 6개 분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정보처리용어 및 문자코드, 문자집합, 데이터 요소의 표현에 관한 표준화를 말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표준화에 관련된 가장 기초적이고 공통된 항목을 포함하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정보교환용 부호(한글 한자코드)를 비롯, 정보처리 기본용어산업분류 등의 각종 코드와 광학식문자인식을 위한 문자 바코드(barcodes) 심볼 등이 포함된다.
 

분야별 KS규격 대상수^(  )는 기초연구 필요 분야
 

■네트워크 기술

컴퓨터통신망의 확대 추세에 따라 서로 다른 컴퓨터 기종간 데이터 교환이나 기기 접속을 위한 표준화다. 이 분야는 다시 정보검색 및 전송 관리와 시스템간 통신으로 나눌 수 있다.

정보검색 및 전송에 있어서는 국제표준과의 호환성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시스템간 통신 교환에서는 소규모 네트워크 분야부터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래밍언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공학 등에 관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 모델간의 호환성 결여문제와 중복투자등 컴퓨터시스템 발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언어의 표준화와 한글언어에 대한 표준화가 동시에 고려되고 있으며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소프트웨어 검사와 참고 모델 등에 대한 표준화가 추진되고 있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

컴퓨터시스템의 고장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암호기술과 데이터의 보호 등에 관한 표준화를 일컫는다.

컴퓨터네트워크의 부정한 접근방지를 위한 기술대책과 시스템의 선택 평가에 대한 방법 등이 중점추진 대상이다.

■미디어

자기매체와 광매체 각종통신기기 사무자동화기기 등에 대한 표준화. 이는 미디어 자체가 고성능화 고기능화됨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나 자기광학적 특성, 소프트웨어접속기기 등 각 방면에 걸쳐서 상호 호환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응용

사무자동화 가정자동화시스템 컴퓨터그래픽 한글처리 등 정보처리 응용분야에 관한 것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 분야에서는 퍼스컴에서의 한글처리에 관한 표준화를 비롯, 한글프로그래밍언어에 대한 표준화, 한글워드프로세서에 관한 표준화가 포함돼 있다.

문교부와 공진청, PC규격 달라

대표적인 예로 퍼스컴에 대한 KS규격을 보면 한글·한자입출력시스템(BIOS)과 키보드 그래픽보드 등에 관한 한글·한자처리 등이 표준화돼 있다. 이밖에 24핀 도트매트릭스 프린터와 퍼스컴 주변기기의 전자파장해 등도 KS규격대상이다.

그러나 이 퍼스컴에 대한 규격은 문교부가 초·중·고교 컴퓨터 교육을 앞두고 자체 제정한 표준규격과 일부 차이를 보여 업계와 소비자들에 큰 혼란을 주기도 했다.

문교부에 학교납품용 퍼스컴을 무료지원키로 한 한국전기통신공사(KTA)는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금년초 교육용퍼스컴 표준규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KTA 인증기준중 비디오모드와 키보드에 관한 표준이 공진청의 KS규격과 차이를 보였다. 공진청의 KS규격은 텍스트에뮬레이션모드를 기준으로 설정한 반면, KTA는 그래픽모드를 택한 것. 또 컴퓨터키보드는 KS규격이 86키인데 비해 교육용에서는 1백1키를 표준으로 했다.

이처럼 KS표준이 정부기관에서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활용측면에서 기존 KS규격의 일부가 적합치 못한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텍스트에뮬레이션모드는 그래픽 처리가 별로 많지 않은 행정전산망용을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에는 별 무리가 없으나 그림 도표 등의 활용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용에는 적합치않다는 것이다.

KTA 측은 텍스트에뮬레이션모드를 따를 경우 현재 그래픽모드로 제작된 모든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돼 기존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키보드 역시 퍼스컴의 고급다기능화 추세에 맞춰 1백1키로 KS규격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이 KTA측의 주장이다.

이는 결국 KS규격도 컴퓨터산업 특성상 기술혁신에 따라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하튼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라 할 수 있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화가 표준화되어야 하고 컴퓨터와 컴퓨터, 컴퓨터와 각종 사무기기 및 통신기기와의 관계가 모두 표준화 되어야만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KS규격도 컴퓨터산업의 기술혁신에 따라 수시로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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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민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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