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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해양오염의 해결사

유조선의 침몰로 인한 해양오염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전세계적 골칫거리로 등장,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생태계의 분해자 박테리아가 이 기름오염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는데…

지난 6월 22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워싱턴포스트지를 인용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석유분해 박테리아를 이용해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실험이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해에서 실시됐다. 바다에 떠다니는 기름이 해변이나 강하구 등에 이르기 전에 해상에서 분해시켜 없애버리기 위해 45kg의 석유분해 박테리아를 해상에 뿌리는 이 실험은 텍사스주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기름덩이들이 해변에 닿을 경우 물고기 새 양어장 등에 끼치는 환경파괴 영향은 엄청나게 커진다. 이 실험에 쓰인 박테리아들은 미국전역의 유전지역에서 수집된 각종 박테리아 가운데 가장 활성이 높은 것들을 모은 자연산으로 유전공학적 기법을 사용하여 만든 박테리아는 아니다. 멕시코만 해변에서 1백km 가량 떨어진 지역에서는 지금도 유조선 머그보그호가 기름을 유출시키면서 불타고 있다…'.

물질순환의 장본, 박테리아

박테리아란 본래 세균을 일컫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며, 지구상의 거의 모든 환경에서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곳이라면 곧바로 박테리아가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와도 통할 만큼 강한 생존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고온 고압 혹은 염분도가 지나치게 많거나 지나치게 추운 곳 등 소위 극한 환경에서도 생을 영위할 수 있는 유별난 생물체다.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이들 박테리아가 인간에 의해 생산되어 환경에 유출된 각종 유해·유독성 화학물질을 분해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물질에 대한 대사 기능을 지니고 있어서 이제까지 자연계에서 생산되어 온 수많은 유기물질들, 곧 모든 생물체의 잔해, 그들의 생산물 배출물 등을 분해하여 자연환경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지구상에 물질 순환을 가능케 하는 장본인인 것이다.

박테리아의 이러한 기능을 가리켜 생태학적인 용어로는 분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본래 자연상태에서 발휘하던 박테리아의 이러한 기능이 현대에 와서는 각종 공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박테리아가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데에는 그들이 매우 미세한 몸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들의 지름은 보통 1㎛, 즉 1백만분의 1m이다. 이토록 미세한 생물인 박테리아를 45kg이나 모아서 실험을 한다는 것은 미생물학적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계획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위의 기사에 따르면, 텍사스 주정부의 지원 아래 해상실험이 진행되며, 미국 전지역에서 기름을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수집되어 선별되었다고 하니, 이러한 과정에 관여한 수많은 학자들의 과학적 정열과 노력, 그리고 소요된 비용도 엄청날 것임을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실험을 실시하는가. 간혹 신문에 유조선 사고 등으로 잠시 보도되어, 양식어장에 주는 피해 등이 언급되곤 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 가는 환경의 한편에 존재하는, 어쩌면 심각한 난제를 던지고 있는 이러한 분야에 관해 과학적인 입장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매년 3백만t의 석유가 바다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면적 중 70.8%, 약 3억6천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다다. 바다는 태양계 전체를 볼 때, 유일하게 물이 집합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수의 총량은 무려 1.37×${10}^{10}$t에 달한다.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에 걸쳐 식량자원의 보고로서 각종 어패류, 해산식물 등의 수산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저에 저장된 석유 석탄 망간 천연가스 등 광물자원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조석 파랑 등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류의 생활 터전으로서 귀중한 자연환경이라 할 수 있다.

바다는 그 광대한 규모로부터 유래되는 높은 물리화학적 내지 생물학적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서 막대한 자정능력(self-purification)을 소유하고 있다. 이제까지 인류는 이러한 바다의 자정능력에 의지하여 산업활동의 결과로 생기는 각종 폐기물을 최종적으로 바다에 투입함으로써 그 처리를 대신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활동이 가속적으로 증대하고 그 오염도 대규모화, 심화됨에 따라 이제는 바다의 자정능력을 초과하여 해양환경 및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해양오염의 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의 해양오염은 1950년대 후반기에 내해(內海)에 먼저 그 징조가 나타나 점차로 연안해역으로 확대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에는 외양(外洋)에서도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해양오염의 주된 종류는 유류오염 유기물오염 중금속오염 기타 난분해성 물질 및 방사선 물질에 의한 오염 등을 들 수 있다. 어느 오염이나 각기 특징적인 피해를 야기하며,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되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 중 특히 양적인 면에서 해양오염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유류오염이다. 유류오염이란 석유가 인간에 의해 생산되고 운반되며 사용되고 폐기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자연환경으로 유출되어 생태계에 독성으로 인한 파괴를 야기하고 어업 양식업 등 인간의 경제활동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일련의 현상을 말한다.

지구 전체로 볼 때, 원유의 생산은 1875년의 1백40만t에서 1974년의 28억6천만t으로 수천배 증가했고, 최근에는 매년30억t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산량 중에서 물 탄소 산화물 질소 황 등의 연소산물을 제외하고도 1974년의 경우 총 생산량의 2.3%가 자연환경으로 유출되었다. 국제해사기구 산하 해상환경보호위원회 주관하에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년 3백20만t의 석유류가 해양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으로 유출되는 석유의 양을 원인별로 살펴보면(표1)과 같다.

지난해 3월 24일, 알래스카에서 초대형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가 좌초함으로써 1천1백만 갤런의 원유가 연안 일대에 유출되는 막대한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켰던 1967년 영국의 토리 캐넌호 사고나 미국 산타 바바라 해변 사고에서 유출된 유류가 10만t을 넘었으며, 1976년의 아르고 머천트호 사고, 1978년의 아모코 캐디즈호 사고, 1970년의 멕시코 유전 사고 등을 들 수 있다. 유조선에 의한 유류유출은 탱커의 대형화, 해상 운송량의 증대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유류유출은 넓은 영역에 걸쳐 오염이 확산되고, 인위적인 피해억제가 곤란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점 등으로 해서 많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유출사고 못지 않게 중요하며 양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항만에서의 선박세척 유조선 입출항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성적 유류오염이며, 또한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공장폐수 및 폐유 등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 1) 해양 환경에 유입되는 석유의 양
 

남해안 기름오염이 전체의 60%

우리나라의 연안 해역은 임해 공업 단지가 증가하고, 선박운항 등의 해상활동 증가에 따라 오염이 심화, 증가되어 매년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해안과 항만이 기름유출때문에 오염되고 있는 원인은 주로 해안 및 항만에서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기인하며 또한 육상에서 하천으로 배출되는 폐수와 폐유 할 때문이라고 수 있다. 대략적으로 육상기원, 즉 자동차폐유 기계폐유 화학공장 폐수에 의한 것이 해상기원의 것과 비슷한 모양이며, 해상기원의 기름오염은 유조선 침몰사고에 의한 석유유출이나 탱크 세정수 및 밸러스트의 폐기에 의한다.

유조선 운항 등 해상활동에 따른 유류오염 현황을 보면 1979~1987년까지 우리나라 해역에서 확인된 오염 사고건수는 1천5백여건에 이르고 기름 및 폐기물 3만8천 드럼이 유출돼 그 피해액은 4백5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피해 보상액이 1백24억원에 이른다. 이 외에 확인되지 않고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해양생태계 파괴 등을 고려한다면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이다.

유류사고 발생건수는 1979~1983년 사이에 증가하다가 1984년 이후 부터 점차 감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선박의 고속화 대형화에 따른 유출유 오염사고 대형화로 1985년 이후 유류(폐기물 포함) 유출량과 피해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역별 오염발생 현황은 남해 7백94건(51%), 서해 4백68건(30%), 동해 2백59건(19%) 순으로 오염사고의 절반 가량이 양식장이 밀집되어 있는 남해안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유출량은 남해(61.7%), 동해(29.7%), 서해(8.6%) 순으로 남해안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해 동안에는 우리나라 전 해상에서 모두 2백건의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여, 88년 1백58건보다 27%인 42건이 늘어나는 등 해양오염사고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해양 경찰대에 따르면 선종별 해양오염사고는 어선이 92건으로 전체의 42%를 차지, 가장 많았으며 화물선이 44건, 유조선 18건, 기타 68건 등이다. 원인별로는 기름에 의한 사고가 1백89건로 전체의 95%를 차지했으며 폐기물에 의한 사고는 5%인 11건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오염사고는 선원들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오염사고가 1백1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의로 기름을 바다에 유출시킨 사고도 41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많은 양의 석유 및 그와 관련된 탄화수소가 해양 생태계에 유입되면 해양환경을 파괴시켜 해양생물과 인간에게 중대한 피해를 준다. 해양생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어패류 해초류와 같은 생물의 사멸, 유취(油臭), 생장저해, 생육부진 등으로 인해 어업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간접적인 영향으로는 해면에 유막이 확산되어 해수의 증발이 억제되면서 산소결핍 현상이 일어나 해양생물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극단적으로는 해양기상의 변화까지도 초래할 수가 있다. 인간에 대한 영향은 건강피해와 경제적 손실 및 휴양 관광지역의 손실 등을 들 수 있다.

석유가 해면에 유출되면 우선 빠르게 확산되며, 그 일부는 증발하고 일부는 물에 용해된다. 약 4l의 원유를 해면에 흘리면, 40~1백시간 사이에 4천㎡의 넓이로 확산되며, 그 주변은 두께 0.4~0.4㎛의 막을 형성한다. 석유의 휘발성 성분은 경질 부분으로서 이들은 수일내에 사라진다.

한편 석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휘발성 성분은 해수와 혼합되어 현탁액(emulsion)을 형성하며 해수중에 장기간 잔존하는데, 차츰 잘게 분산되어 입자상태로 되고 미소한 플랑크톤이나 세균 등을 흡착해 밀도가 높아지면 해저에 침전된다.

세균수가 오염의 척도

해수중의 석유의 일부, 특히 자외선에 노출되는 표면은 자동산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화학적인 석유의 산화는 미생물에 의한 산화의 10분의 1의 속도로 진행된다는 보고도 있으며, 해양의 석유분해에 있어서 의의가 작다. 또한 석유의 일부는 어류 갑각류 플랑크톤에 의해 포식되어 대사되지만 그 양도 매우 적다.

실험실 및 현장에서의 실험에 따르면 해수면에 얇은 층으로 퍼진 석유에는 1~2주 사이에 세균이 군집을 만들고, 2~3개월내에 석유가 분해되어 소실된다. 기름의 분해에 관련되는 미생물은 주로 세균이며, 이들은 유류오염이 발생하는 지역에 비교적 풍부하게 나타난다. 유류분해세균은 오염이 일어나지 않은 지역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지만 오염이 심한 해역에서는 그 수가 매우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류분해세균수는 생태계가 기름에 의해 오염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척도로 이용된다.

영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항구 근처에서는 연안보다 10~1백배 정도, 유류유출지역에서는 1백~1천배 가량의 탄화수소분해균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의 연구실에서 1985년에서 1988년 사이에 전국 여러 해안을 대상으로 각종 환경요인과 유류분해세균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 대상 해역으로는 낙동강 하구, 서천 연안, 광양만, 경기만, 인천항 저유소 폐유처리장, 군산항, 마산만, 수영만 일대, 고리 등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그리고 하구의 만성적 유류오염이 일어나는 해역과, 신안군 만재도 근해 및 영일만 등 유조선 침몰사고로 인한 유출오염 해역을 선정했다.

대상해역에서의 유류분해세균수의 분포는 (표2)와 같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유류의 유입으로 인해 유류분해세균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담수와 해수 양쪽 모두 지역적 및 계절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류분해세균이 항상 존재함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어느 해역에서나 유입되는 유류오염물질이 그 생태계에 토착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이렇듯 우리나라 여러 해역에 분포하는 유류분해세균을 순수분리하기 위해서 원유가 함유된 배양액에서 3차에 걸친 연속적인 배양을 통해 성장도가 빠른 균주들을 선별하였다. 그 결과 낙동강 하구의 경우 총 3백96개의 단일 균주중 단독으로 유류분해를 할 수 있는 1백51개의 유류분해균주를 선별해 분리하였고, 광양만에서는 1백47개의 단일균주중 74개의 단독유류분해균주를 분리했다.

그 분리된 종류를 보면 에로모나스(Aeromonas) 플라이보박테리아(Flavobacterium) 루시박테리아(Lucibacterium) 비브리오(Vibrio) 슈도모나스(Pseudomonas) 엔테로박테리아(Enterobacteria) 등이 우세했으며, 그밖에도 분류된 유류분해세균이 다양한 세균속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폭넓은 미생물 군집이 유류오염 발생시에 분해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좋은 증거가 된다.
 

(그림 1) 조사 대상 지역도
 

합성유화제는 미생물 번식을 억제

해상 유류유출 사고발생시 방제대책의 일환으로 인위적으로 합성 유화제를 사용하여 석유를 분산시키는 방법이 행해지고 있는데, 많은 경우 유화제는 생물체에 독성을 나타내는 문제점이 있다. 석유분해의 최종적 그리고 근본적인 담당자인 미생물의 활성과 그 번식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나타낼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합성 유화제의 사용은 신중을 기해야 하며 무독성 유화제의 개발이 필요하다.

토리캐넌호 사고 때 대량의 유출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활성제와 석유계 용제를 혼합한 세정제가 상당량 사용되었는데, 이때의 심각한 독성이 문제가 되어 전세계적으로 이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를 계기로 합성 유화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기준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합성 유화제 3종과 외국산 유화제 1종을 필자의 연구실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합성 유화제는 유류분해세균의 생리적 활성도에 독성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측정되었다. 농도가 클수록 유류분해능력의 급격한 감소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시간별로는 초기에 독성이 강한 종류와 후기 시간대에 독성을 나타내는 종류로 구별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유화제의 합성에는 용제와 활성제의 선택에 있어서 미생물의 활성을 저해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물질을 이용해야 함이 중요하다.
 

(표 2) 우리나라 각 해역의 유류분해세균수
 

질소 인을 투여하기도

석유분해세균들은 산소뿐 아니라 여러가지 양분도 주위에서 얻어야 한다. 유출해역과 같이 에너지나 탄소의 공급원이 풍부할 경우, 다른 양분이 이들과 균형을 유지하고 환경 조건이 좋으면 미생물의 대사작용은 활발해지고 탄화수소는 빨리 분해되어질 것이다. 그러나 석유에 오염된 해역에서는 흔히 질소와 인이 결핍되곤 한다. 부영양화된 해역에서는 무기질소가 10㎍/ℓ, 인이 4㎍/ℓ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외양에는 그 몇분의 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수중에 대량의 석유가 유입되어도 해수중의 질소와인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여 석유분해세균의 대량증식은 기대할 수 없다.

해수중에 무기염의 형태로 질소 인을 첨가하여 석유분해세균의 증식을 촉진하여 오염석유를 신속하게 제거하려는 구상은 1952년 이주로바의 실험을 필두로 많은 연구사례가 있다. 한 실험에 의하면 탱크와 같이 격리된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석유가 분해되고 있을 때 질산이나 인산을 가해주면 분해속도와 그 정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구상을 자연해역의 석유오염제거에 적용하여 유효할 것인지 여부에는 의문이 따른다. 예를 들면 암모늄염 인산의 형태로 영양염을 해수에 뿌려도 금세 확산, 유실되어 버림으로 말미암아 오염구역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 인산염은 해수수중의 다량의 칼슘염과 결합하면 불용화되어 침전된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다량의 질소 인의 첨가에 의한 해역의 부영양화가 식물성플랑크톤의 이상증식(적조)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생긴다.

질소 인을 유기화합물 형태로 공급함으로써, 해수중에서의 확산을 막고 기름오염지역에서의 석유분해세균의 증식에 지속적인 영양을 공급하려는 시도도 연구되어 왔다.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의 좌초사고때 미국환경보호국(EPA)에서 연구한바에 따르면 기름에 잘 녹는 유기물 형태의 질소 인을 공급함으로써, 공급하지 않은 해안에서보다 2배 이상의 속도로 유류오염을 분해 제거할 수 있었다. 이것은 해상유류오염의 해결에 매우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되며,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이 방법을 통한 유류의 미생물분해 촉진효과를 연구중에 있다. 질소와 인을 이용하는 방식은 무기물 형태의 영양원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또한 합성유화제의 독성으로 인한 생태계의 피해문제도 피할 수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의 연구성과가 기대된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금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실제 해상에서의 석유분해세균을 이용한 유류오염의 제거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그 방법 중에는 서두에 소개한 텍사스주 실험과 같이 석유분해세균을 배양하여 유류오염 구역에 뿌리는 방식과, 알래스카의 엑슨 발데즈호 사고시의 EPA의 실험과 같은 유기영양소의 공급에 의한 토착 미생물의 유류제거를 촉진하는 방식, 그리고 두가지 방법의 복합적인 방식 등인 비교 연구될 전망이다.

인간에 의한 유류오염은 앞으로도 증가될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까지 해양오염원으로 존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적 정화능력을 인위적으로 최대한 증진시킴으로써 유류오염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미생물학적 연구가 앞으로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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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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