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에 위치한 울돌목. 1597년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배 13척으로 왜선 130여척을 물리쳤다. 10배에 이르는 적을 무찌를 수 있었던 데에는 숨은 구원병인 조류가 있었다. ‘바다가 우는 길목’이라는 이름처럼 물살이 빠른 울돌목은 수심평균 최대유속이 초당 5.5m에 이른다.
명량해전이 있은 지 정확히 410년만인 지난해 4월 한국해양연구원(이하 해양연) 연안개발연구본부 이광수 본부장은 쓰디쓴 경험을 했다. 울돌목에 1000kW급 시험 조류발전소 구조물을 운반하던 중 배가 강한 물살에 떠밀리며 진도대교와 충돌한 것. 이 사고로 발전소 건설을 위한 철구조물이 바다로 추락하면서 부착된 센서가 모두 망가졌다. 조류발전소 건립 계획도 미뤄지고 말았다.
조류발전은 바람으로 터빈을 돌리는 풍력발전과 마찬가지로 바닷물로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바람은 방향과 세기가 시시때때 바뀌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치 않지만 조류는 풍력보다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닷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840배나 크기 때문에 터빈의 크기가 작아도 발전 효율이 높다. 국내에서는 서해 끝자락에 위치한 울돌목과 장죽수도, 맹골수도가 조류발전소의 최적지로 지목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세 곳의 발전량을 모두 합치면 연간 110만kWh에 이른다”며 “이는 약 2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조류발전소는 아직 시험 단계다. 풍력발전의 경우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증명됐지만 조류발전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해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 본부장은 내년쯤 조류발전소를 완공할 목표로 4월부터 다시 울돌목으로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의 실패를 딛고 한반도의 바다에 가장 적합한 시험 조류발전소부터 새로 건설하겠다는 각오다.
갯벌생태지도 완성하며 들어설 친환경 조력발전소
지구를 놓고 태양과 달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 덕분에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씩 밀려왔다 쓸려나간다. 이를 조석현상이라고 하는데, 해수면이 상승하고 하강하면서 발생하는 위치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떨어지는 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수력발전과 비슷하다. 고갈 위험이 있는 화석에너지와 달리 조석에너지는 거의 영구불변하다. 게다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전력 부하가 큰 여름철에 예비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는 1968년부터 랑스강 하구에 조력발전소를 가동했다. 밀물과 썰물 때 모두 발전을 하는 양방향발전소로 밀물 때 물이 들어오면 수문을 닫아 물을 가둬뒀다가 썰물 때 배출하는 썰물발전, 썰물 때 수문을 막았다가 물이 다시 밀려들어올 때 그 물을 연안 쪽으로 떨어뜨리는 밀물발전을 함께 한다.
우리나라는 서해안의 시화호, 가로림만, 인천만, 시화호가 조력발전소 후보지로 올라있다. 시화호의 경우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조력발전소를 건설 중이고 가로림만은 지난해 기본 설계를 끝냈다. 2년 전부터 이 본부장은 인천만과 강화도에서 조력발전소 설립을 위한 조사를 벌였다. 물에 잠기는 갯벌의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영향평가를 했고, 인천과 강화의 갯벌생태지도도 직접 완성했다. 환경친화적 조력발전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최초의 시도인 셈이다.
지난 2월 해양연 항만·연안공간연구사업단의 이달수 박사팀은 조력발전소의 효율을 높이는 수문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수문은 조력발전을 위해 쌓은 방조제에서 물이 들어오는 통로로 바닥의 높이나 구조에 따라 유량이 크게 변한다. 이 박사는 “여러 가지 조건을 변화시키며 수문의 성능을 시뮬레이션했더니 수문 바닥의 모양만 변화시켜도 기존 수문보다 물을 30% 정도 잘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가로림만과 인천만 조력발전소에 적용될 수 있다.
이들은 양식장의 피해를 걱정하던 주민들에게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으면 물살이 잔잔해져 오히려 양식하기 좋아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보여줬다. 환경단체 연구원을 조사활동에 직접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곧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소와 환경친화적 조력발전소가 한반도에 들어선다. 바다가 만들어낼 초록에너지의 힘찬 도약을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