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와 소리와 그림,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을 자유자재로 검색해내는 멀티미디어는 금세기 컴퓨터기술을 집대성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에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하면 PC 프린터 디스크를 떠올리고, 아마도 무슨 계산을 하거나 타자기 대신 컴퓨터를 이용,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우리의 고정화된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그것이 바로 멀티미디어라는 것이다.
컴퓨터분야의 새로운 혁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멀티미디어. 생소하고 낯선 이 용어가 실제로 우리 생할주변으로 어떻게 다가오고 있을까. 먼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오늘 철수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곤충에 관해 공부했는데,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처음 컴퓨터를 켜자 화면에 여러가지 곤충의 사진이 나타났다. 철수는 그중에서 잠자리 그림을 워드 실렉터(word selector)를 이용해서 선택했더니 화면이 바뀌면서, 조그마하던 잠자리가 화면 가득히 확대되고, 그옆에 잠자리가 무얼 먹고 사는 지 등의 설명이 쓰여져 있었다.
설명된 글속에서 애벌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아 다시 애벌레를 선택했더니 애벌레가 성충인 잠자리가 되기까지 허물을 벗는 장면이 계속해서 보여지면서 잠자리가 돼 날아갔다. 또 애벌레가 성충이 되기 전까지 애벌레로 있는 기간이 얼마인지, 그동안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도 문자로 설명돼 나왔다.
철수는 다시 처음 화면으로 돌아와 이번엔 매미 그림을 선택했더니, 매미가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나무 둥지에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한 여름에나 들을 수 있는 매미 울음소리가 '맴맴맴'하고 들려왔다.
홍길동씨는 입사한지 이제 10년이 가까워지는 대기업의 과장이다. 최근들어 가족의 성화에 못이겨 무슨 차를 구입할까 망설이는 중이다. 하루는 회사 근처의 자동차 매장을 발견하고, 팜플렛이나 한 두장 얻어볼까하고 매장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동차는 한대도 없고 컴퓨터와 책상만이 덩그렇게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다가와 그를 컴퓨터 앞으로 안내했다.
컴퓨터 화면에는 자동차가 선명한 컬러사진으로 나타나 있고, 화면 한쪽에는 여러종류의 버튼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버튼을 직접 마우스로 클릭(click)했더니 자동차 종류의 선택사양이 나타났다. 여러 자동차 모델명 중 소나타를 선택하고 자동차의 외관, 전체 내부구조, 단면도, 차량 부품의 특징 등을 버튼을 이용해서 차례대로 알아보았다. 선택사양을 바꿀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없이 전체 가격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차의 엔진소리도 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소나타의 날렵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매장의 공간과는 상관없이 여러 자동차의 종류나 색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도 많은 모델 차량과 여러명의 판매원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효율적인 것 같았다.
음성 사진 등 다양한 정보를 처리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젠 컴퓨터를 이용해서 그래픽 사진 음성 음악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오디오나 비디오, 컬러텔레비전에서나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시청각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서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주로 숫자나 계산해주고 문서작성용으로나 사용되던 과거의 컴퓨터가 이렇게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고 한다. 즉 왼쪽은 논리적 사고, 단어와 수치 계산등을 수행하고, 오른쪽 뇌는 직관적인 지각이나 공간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3차원 이미지, 음악적 요소등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보면 이제까지의 컴퓨터는 인간의 왼쪽 두뇌의 기능을 보조해왔다. 그러나 이제 멀티미디어시대의 컴퓨터는 오른쪽 두뇌의 기능까지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뉴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를 복합시켜 새로운 기능을 창출시킨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전화와 텔레비전을 연결시킨 TV전화, 문서전달과 컴퓨터를 복합시킨 전자우편이 있는가 하면 전화 텔레비전 그리고 컴퓨터를 종합한 비디오텍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텔리텍스 영상회의 부가가치 통신망 등 첨단 뉴미디어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홈쇼핑 홈뱅킹을 가능케함은 물론 책없는 도서관, 우체부없는 세상, 현금없는 사회 등은 뉴미디어가 가져올 미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잘 알려진 뉴미디어의 서비스로는 사무실은 물론 가정까지 폭발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팩시밀리, 93년부터는 우리나라도 실시예정인 쌍방향케이블TV, 고속버스터미널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비디오텍스인 한국경제신문의 KETEL이나 데이타 통신에서 서비스하는 천리안Ⅱ, 그리고 화상회의(teleconferencing)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뉴미디어가 아직 우리사회에 정착되지도 않았는데,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인해 올드 미디어가 돼가고 있다.
가라오케와 비교하기도
멀티미디어의 진정한 개념은 무엇인가. 여럿이라는 멀티(Multi)의 의미와 정보의 유형을 뜻하는 미디어(Media)를 연결시켜 보면, 멀티미디어란 여러 정보의 형태를 컴퓨터로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할수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란 컴퓨터를 이용해서 모든 시청각 정보를 통합, 조정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혹자는 멀티미디어를 가라오케에 비유하기도 한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반주가 나오고(음악), 비디오 카메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VCR에 출력시키고(비디오), 또 노래가사도 화면 아래에 나타나는(문자) 가라오케가 멀티미디어의 대명사가 아닌가하는 주장이다.
이제까지의 미디어를 '정원의 분수'라고 한다면 멀티미디어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비유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자 그래픽 정지영상 애니메이션 음성등의 정보를 자유로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달되는 데이터가 어떤 형태를 가지느냐도 중요하다. 멀티미디어는 이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여러종류의 시청각 데이터에 자유로이 접근이 가능하다(상호작용성).
상호작용성은 멀티미디어의 핵심적인 요소다. 상호작용성이라 하면 사용자와 컴퓨터가 서로 의사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컬러텔레비전을 통해 우리는 음악 문자 비디오이미지 등의 시청각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멀티미디어인 것은 아니다. 만일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내가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자유로이 텔레비전의 내용에 내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멀티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계속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시청각 정보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과도 자유로이 표현하려면 수백마디의 말로도 정확히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림이나 이미지가 정보전달에 있어서 가지는 막강한 힘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멀티미디어는 이러한 속담을 존중해주는 개념이며, 인간의 끓임없는 정보 전달매체에 대한 요구의 해결방안이다.
컴퓨터가 말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그러나 인간의 시청각 정보욕구는 그리 쉽게 충족되지 못하고 멀티미디어 시대가 다가오기까지는 단계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멀티미디어 발전 방향은 세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문자, 간단한 그래프, 숫자에다 사진을 첨가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진이 첨부된 인사기록 카드를 컴퓨터로 관리하는 것이다. 문자정보에 만족치 않고 영상처리로 나가자는 방향이다.
둘째, 은행의 잔액조회, 기차나 고속버스의 시간표 등의 음성 자동 응답 서비스는 컴퓨터가 말을 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컴퓨터가 음악을 연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셋째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고, 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들수 있다. 컴퓨터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은 물론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하여 기록하고 이를 전달할 수 있게 함이다. 소위 컴퓨터그래픽은 단순한 그림이나 차트에서 좀더 복잡한 2차원 그래프, 그리고 공간에 사물을 창출해내는 3차원 그래픽에서 움직이는 그래픽으로 변화해왔다. 이에 따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가능하게 됐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갖는 매력중의 하나는 독특하고 새롭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광고중에서 로봇 인간이 등장하는 '휴먼테크'가 바로 대표적인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공간에 사물을 자유로이 창출함으로써 인간이 가지는 정신세계나,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것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광고 홍보 분야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출된 만화속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발전되어온 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 바로 이와 같은 것이 멀티미디어인 것이다.
멀티미디어가 구현되려면 사진이나 그림 등의 시각 데이터와 음악이나 음향 음성 등의 청각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따라서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입력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입력 정보를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성능이 강력해진 컴퓨터를 이용해서 처리하며, 가공된 시청각 데이터는 모니터 레이저프린트 오디오시스템의 해체를 통해 출력한다.
주크박스 하나가 국회도서관
멀티미디어 하드웨어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전달할 수 있는 빠른 전송속도,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충분히 큰 주기억 용량, 컬러 그래픽보드, 그리고 VCR이나 TV의 영상을 읽어서 컴퓨터 모니터에 출력할 수 있는 비디오그래픽보드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비디오 그래픽보드를 이용하면 텔레비전의 뉴스 프로그램을 컴퓨터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고, 혹은 작은 윈도를 만들어 그 안에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외에도 대용량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검색 수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압축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왜냐하면 문자정보보다 비디오데이터는 매우 섬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전달시 초당 필요한 비트 수를 비교해 보면 문자는 55비트, 음성은 6천4백비트, 컬러 텔레비전은 9천2백만 비트다.
따라서 고화질의 비디오 영상은 음성보다 1만배나 많은 데이터용량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은 귀보다 1천배쯤 많은 것을 감지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우리가 비디오에서 보는 영상들은 1초에 30장면 이상으로 구성돼야 눈의 착각을 일으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비추어진다고 하는데, 만약 1초 15장면 정도로 영상을 구성하게 되면, 우리의 예민한 시각은 중간중간 장면이 정지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런 영상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는 엄청나다. 따라서 데이터를 압축하는 새로운 방법이 요구된다. 이 중 가장 유망한 것이 비디오 데이터를 1백가지나 그 이상의 요인에 의해 압축하고 그것을 실시간(real time)에 다시 실행시킬 수있는 DVI(디지틀 비디오 작용방식)다.
저장장치로는 광자기 디스크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광디스크는 멀티미디어를 가능케해주는 또 하나의 핵심기술이다. 6백50MB를 저장할 수 있는 광디스크는 플로피스크 수백장을 대신할 수 있는 엄청난 저장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90년대 중반 이후 대용량의 광디스크 시대가 펼쳐 질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고해상도의 화상정보를 대량으로 저장할때는 광디스크 한장으로 충분치 못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엔 하나의 박스안에 여러장의 광디스크를 넣어놓고, 오토체인저를 사용하는 주크박스(juke box)개념이 등장하였다. 주크박스를 사용하면 광디스크의 용량이 보통 30기가(${10}^{9}$)바이트를 상회하게 된다. 아마도 국회도서관의 책을 모두 입력시킬 수 있는 용량일 것이다.
입력기기도 이전보다 크게 달라졌다. 즉 이제까지 주로 데이터의 입력은 키보드로 이루어져왔으나, 주입력장치인 키보드는 데이터 입력에 있어서 불편할 뿐만 아니라 문자나 숫자, 간단한 그래픽만이 입력이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입력기기가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입력기기로는 비디오테이프 비디오디스크 CD-ROM플레이어 카메라 스캐너 오디오 등이 있다. 심지어는 사용자의 음성으로 직접 컴퓨터에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즉 전에는 입력할 수 없었던 그림 비디오 음악 소리 등의 새로운 데이터도 입력할수 있게 된 것이다.
출력기기중 대표적인 레이저 프린터는 그래픽을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출력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축소 확대 회전등은 물론 여러가지 특수 효과를 가미할 수도 있다. 컬러는 물론, 빔 프로젝트 화면에 비추고, 오디오로 음향 효과를 내면 영화감상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화면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상을 출력물로 받아 볼 수 있는 '위스윅'(WYS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도 실현되고 있다.
멀티미디어가 하드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발전없이는 진정한 멀티미디어 발전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는 일반 프로그램보다 복잡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컴퓨터 메모리량을 요구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에 관한 지식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소프트웨어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는 외부로부터 소리 음향 음악 등의 오디오와 비디오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소프트웨어, 그래픽이나 이미지 등에 소리를 첨부하는 소프트웨어, 비디오 영상과 그래픽을 결합한다든지 이미지나 그래픽을 결합하는 등의 여러가지 데이터 유형을 결합시키는 소프트웨어,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로 나누어 볼수 있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중 메크로마인드사의 디렉터(Director)는 가장 돋보이는 멀티미디어 제작도구이다. 그래픽 애니메이션 오디오 비디오와 같은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어, 우리가 방송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에서 가능할 수있도록 해준다.
이해력과 집중력을 높인다
멀티미디어의 주된 응용분야는 크게 교육(훈련) 광고 프레젠테이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양한 데이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면 주의력 이해도 기억력 집중력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각 교육/ 경험하면서 배운다
컴퓨터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컴퓨터가 학습프로그램 개발에 이용되고 있는데, 이를 컴퓨터 보조 교육(Computer Assisted Instruction)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많은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으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지면으로 된 문제집을 컴퓨터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학습을 돕기 위해 첨가된 그림도 단순한 만화수준이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교육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기에 충분하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교육이나 훈련, 학습은 흥미있을뿐만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면서 배울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장미의 냄새를 직접 맡거나, 시골길을 걷는 등의 경험을 대신하지는 못하더라도, PC나 TV보다는 풍부한 간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소풍날이나 체육회날을 얼마나 기다렸고, 어쩌다 있는 공장견학이나 야외수업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아마도 그건 매일매일 보는 책상 의자 칠판에서 벗어나 나무 곤충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자연을 눈과 귀와 가슴으로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이제까지의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교실 수준이었다면,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소프트웨어는 고궁이나 산과 같은 수학여행 장소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소풍이 즐겁고 흥미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좁은 공간에 앉아서도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시청각컴퓨터 프로그램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시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아니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또 필요한 화면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세세한 부분은 실제 크기보다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핵실험과 같이 위험해서 실제로 실험할 수 없는 경우, 실제와 꼭같은 환경을 설정해주고 복잡한 계산을 해서, 실제 실험과 같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도 가능하다. 또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우리 신체 내부의 혈액의 흐름 등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다.
또한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장점은 책이나 일반 교육매체를 이용해서는 불가능한 대화식 질의응답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습중 우리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곧바로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학습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 기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선생님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개발되어져야 한다. 다른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전해주고, 교육을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습용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다.
이러한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학습용 소프트웨어는 문자 숫자 사진 음성 소리 비디오등의 합성을 통해, 실험이나 실습 등의 직접경험학습까지도 대체할 수 있고, 피교육자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진행가능하므로 충실한 개인교수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학습의 개별화를 실현할 수 있다.
앞에서 사례로 든 과학교육 외에도 기업의 기계정비교육, 의료교육기관의 진단 및 수술교육, 외국어교육, 컴퓨터교육, 전문입시교육 등은 멀티미디어만이 구현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 살아 움직이는 홍보전략
과거 기업의 홍보물은 팜플렛 책자 슬라이드 비디오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은 여러가지로 한계점이 있다. 예를들면, 팜플렛이나 홍보책자는 일회용이어서 낭비가 심할뿐더러 넓은 장소에서 여러사람에게 프레젠테이션할 수 없다.
또 슬라이드나 비디오로 프레젠테이션할 경우는 생동감은 있을지언정 일방적이다. 특별히 더 궁금한 사항이 있어도 사전에 계획된 차례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은 강력한 컴퓨터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대단한 위력을 지닌다. 모든 시청각 효과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이 어느곳에서 이루어지든, 또 한명을 대상으로 하든, 수백명을 대상으로 하든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들면 한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할 경우는 일반 컴퓨터모니터를, 또 수백명을 대상으로 할 때는 빔 프로젝트를 사용하면 된다.
본사의 사업전략과 공장의 전경이 필요에 따라 간략히, 혹은 상세히 소개될 수 있다. 기숙사의 내부는 어떤지, 위생시설은 어느 수준인지 계속해서 궁금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즉 프레젠테이션 과정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보용 비디오 제작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은 일반 대기업이나 관공서 또는 세미나 주최시에는 최적의 도구로 평가된다. 건축사는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고객에게 빌딩의 구조를 보여주고 새로운 구성이 그 목적에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변호사들도 증거제시를 위해, 판사와 배심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비디오 표현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말이나 글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것보다 그림이나 사진, 음악 등을 활용하면 훨씬 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은 관공서 홍보물, 광고기획사의 광고물, 방송국의 컴퓨터 그래픽스 제작 등에 활용가능하다. 문화시설의 안내에도 효과적이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상품안내도 효과적이다.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세일즈맨의 중재나 간섭없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멀티미디어는 고객이 특정 정보를 얻고자 할때 부담없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가능하다. 백화점이나 전시장을 직접 찾아 가서 보는 것뿐만아니라 우편으로 보내온 디스크나 비디오텍스를 통해서 상품의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궁극적으로 통신기술의 발달로 단말기를 이용해서 가정에서도 상품에 관한 정보를 얻고, 구매를 하고, 상품의 값도 역시 컴퓨터로 은행에 자동이체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의 혜택도 크다. 멀티미디어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고객을 설득하여 구매에 대한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음성 이미지 애니메이션 등을 이용한 정보는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되므로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에 있어 시간의 낭비를 줄여주고 판매자가 잡다한 상품정보를 암기할 필요를 없애준다.
■다양한 응용 / 게임하고 정보도 얻고
멀티미디어 분야중 흥미로운 정보관리(infotainment)나 재미있는 공부(edutainment)도 전망있는 응용분야가 될 것이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게임은 주로 1차원이나 2차원의 그래픽과 간단한 효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를 이용하게 되면 어떤 게임이 가능할까.
멀티미디어 응용게임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게임뿐만아니라 게임도 즐기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포드사는 포드시뮬레이터Ⅱ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상품은 흥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드 모터사의 전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알 수 있다.
또 앞으로는 컴퓨터가 사진 앨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따라서 영사기를 이용해 가족시진을 보기보다는 컴퓨터와 연결된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가족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또 멀티미디어는 의료보조시스템으로도 활용가능하다. 의료보조시스템은 새로운 멀티미디어 통신 서비스의 도입으로, 긴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음은 물론 환자들에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보다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골이나 섬사람들은 애써 진찰을 받기 위해 육지로 건너올 필요없이 도시의 종합병원과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작은 병원에서 대도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의료진은 고해상도 모니터가 장착된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X레이, 단층촬영자료 등의 이미지를 주고 받으면서 치료에 관련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결국 멀티미디어란 미래를 겨냥한 정보화기술의 첨단으로서 그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언젠가는 멀티미디어에 홀로그래피를 가미하여 컴퓨터가 3차원 연극 제작까지 가능하도록 만들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간 80% 이상의 성장률
한보고서에 따르면 멀티미디어의 제품과 서비스시장이 1989년에 4억2천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1993년경에는 1백14억 달러, 1994년에는 1백66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만일 이 기대가 사실이라면 멀티미디어는 연간 84.6%의 성장률로 우리사회를 크게 변혁시켜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들의 멀티미디어에 대한 연구 개발도 무척 활발하다. 멀티미디어 PC시장을 넓히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1년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애플 IBM도 멀티미디어를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 회사들은 이미 멀티미디어를 위한 기억장치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CD드라이브나 컬러 모니터, 레이저 프린터분야에서의 일본기술은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 세계 레이저 프린터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본은 멀티미디어 시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CD-ROM 시장도 매년 2년이상 성장해왔는데,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시장 중 광파일시스템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도 일본이다.
멀티미디어 관련 기술은 그야말로 첨단기술로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한다. 따라서 선진국은 계속해서 그들의 자본력으로 기술을 발휘할 수 있지만, 후진국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하잘것 없는 기술이나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32비트 PC의 마더보드조차 못만들고 있으나, 이에 반해 이웃 일본은 멀티미디어시스템 구성요소 중 결정적인 부분인 CD-ROM이나 레이저프린터 컬러모니터 등의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주변기기 세계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출발선에 선 우리의 연구수준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의 정부와 학계에서도 이제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과학기술원내에 인공지능연구센터(CAIR, Center for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는 90년 4월 1일부터 오는 99년 3월 31일까지 9년간 인공지능 분야의 제반 연구를 산학연협동체제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 센터의 연구분야 중 일부는 멀티미디어 개발과 관련된 분야가 많다. 또 정부출연연구소 가운데 전자통신연구소가 최근 '지능형 컴퓨터개발 계획'을 세우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96년까지 7년간 총 9백억원을 투입해 우리말을 알아듣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형 컴퓨터를 순수하게 우리기술로 구현해 보려는 시도로, 지능형컴퓨터에 문자뿐만아니라 음성 영상 그래픽등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미디어의 개념이 추구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차원에서의 정책도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최근 상공부는 공업기반 기술 조성책으로 멀티미디어 구축을 위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인터페이스, 고성능 워크스테이션 등의 중요 과제들을 산학연공동으로 연구하게끔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공부의 정책 유도에 걸맞게 삼보 컴퓨터기술연구소가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한맥휴먼 멀티마인드 등의 중소기업체도 분야별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맥은 컴퓨터에 음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휴먼은 전자출판기술에 이미지 음성 등을 삽입시키는 방향으로, 멀티마인드는 이미지와 비디오파일링에서부터 멀티미디어시스템 개발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회사 못지 않게 대기업들도 최근 멀티미디어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앞으로 IBM 애플 삼성휴랫팩커드 등의 기술동향도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멀티미디어에 있어서 문제점은 역시 기술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하드웨어 업체들을 보면 그런대로 세계적인 흐름에 따르고는 있으나, 자체적으로 제품 생산을 하기보다는 외국의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서 판매한다든지 또는 우리나라에서는 조립공정만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같은 하드웨어의 대외 종속은 하드웨어 시장의 침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종속으로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CD-ROM을 자체 생산하지 못해 외국 CD-ROM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나 금성 효성 등의 일부 대기업에서 자체 CD-ROM을 제작하려 하고 있어 아쉬우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레이저 프린터나 스캐너도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아직 기술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 인력으로는 애프터서비스조차도 어려움이 많다.
휴먼인터페이스를 지향
멀티미디어를 구현하는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고, 어떠한 용도에서도 사용가능한 컴퓨터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는 우리의 직장과 가정에서 차갑고 사용하기 불편한 괴물이 아니라 처음 대해도 낯설지 않은 모양새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아마도 컴퓨터와 텔레비전용으로 각각의 화면을 갖는다는 개념은 5~10년내에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신부들은 구입해야할 혼수품 품목에서 텔레비전 오디오 비디오 등의 항목이 사라지고 멀티미디어관련 상품이 이를 대체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품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는 우리의 사고방식까지도 변화시킬 것이다.
1980년대 PC가 그랬던 것처럼 멀티미디어가 1990년대의 세상을 변화시켜서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생활하는 일상의 모든 방법을 바꿀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아직은 가격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것이 현실이지만, 이러한 다소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컴퓨터 활용에 있어서 발전 방향은 복잡한 운영체계나 하드웨어의 지식을 사용자가 일일이 암기할 필요없는 휴먼 인터페이스 지향일 것이다. 컴퓨터가 내부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또 키보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의 복잡한 지식이 필요없이, 그저 일상으로 옷을 입고, 구두를 신듯이 이젠 자연스럽게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