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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돼지를 잘 이해하는 로봇 돼지엄마 등장

새끼 돼지들의 행동양식에도 영향 미쳐

이 플라스틱「암퇘지」의 상품화는 양돈업자에게 큰 희소식이 될듯
 

돼지로봇 그리고 진짜 새끼들
 

이 암퇘지는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한다. 또 자동차배터리를 확대해 놓은 모양으로 생겼다. 아래 부분에는 고무로 만든 젖꼭지가 달려 있다.

이 묘한 돼지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더욱 가관이다. 프로그램된 회로판이 보인다. '꿀꿀거리는', 칩도 눈에 띈다. 그 속의 내용물(젖)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열교환전지에 의해 냉각된 채로 보관된다.

이 '가짜' 암퇘지가 꿀꿀거리기 시작하자 '진짜' 새끼 돼지 여덟마리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 작고 앙증스런 발을 움직여 젖꼭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침내 '꿀'소리에 속력이 붙었다. 이 '빠른' 소리는 젖의 분비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순간 꼬마 돼지들은 '숨'을 죽였고, 젖꼭지 앞에 일렬로 도열했다. 잠시 후 젖꼭지를 빠는 소리, 입맛 다시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로봇암퇘지는 가축의 형태를 연구하는 프랭크 허닉의 아이디어 제품이다. 그가 미국 온타리오주 소재 겔프대학의 엔지니어인 돈 고던의 도움을 받아 이 색다른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8년전. 곧 이 하이테크돼지는 상품화될 예정이다.

이 암퇘지로봇이 보급되면 양돈업자의 고민을 많이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새끼 돼지중 20%가 어미 돼지의 질환이나 젖분비부족으로 희생되었다.

이 파란 플라스틱 암퇘지는 한번에 여덟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줄 수 있다. 그래서 1년이면 모두 2백72마리의 새끼 돼지의 '어미'가 돼 준다.

허닉과 그의 연구팀은 먼저 돼지의 우리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아기 돼지들의 젖먹는 모습을 좀더 상세하게 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비디오테이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두가지 놀라운 결과가 발견됐다. 하나는 어미 돼지는 엄격한 규칙성을 가지고 한시간에 딱 한번만 아기 돼지에게 젖을 물린다는 사실이다. '어미'는 정확하게 55분이 지나면 '아기'들을 불러 5분동안 자신의 영양소를 나누어 주었다.

다른 하나는 '아기'들을 확실하게 조정하는 꿀꿀거리는 소리의 장단(長短)이다. 어미가 1분 정도 느리게 내는 꿀꿀 소리는 '젖줄 시간이다' 라는 강한 암시. 따라서 이 느린 소리는 '아기'들을 깨워 젖 주위로 모이게 한다. 곧 이어서 바로 전보다 두배쯤 빠른 꿀꿀 소리가 나면 새끼들은 일제히 젖을 빨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더 줄 젖이 없으면 어미는 다시 꿀꿀 소리의 속도를 줄여 새끼를 진정시킨다.

실제로 이 로봇돼지는 진짜 돼지를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1시간에 1회라는 주기, 빠르기가 다른 두 꿀꿀소리를 고스란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로봇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 새끼들은 자란 뒤에 여물을 좀처럼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진짜 어미의 유선(mammary gland)에서 나온 젖을 먹고 큰 새끼들은 그야말로 젖을 먹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려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다른 '형제' 와의 밀어내기 경쟁에서 이긴 새끼 돼지는 그만한 보상(더 많은 젖)을 받았다. 그러나 로봇이 키운 새끼는 그런 경험이 없다. 식사도 공평하게 나누어질 뿐 아니라 같이 시작해 같이 끝나는 판에 굳이 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진짜엄마'와 '로봇엄마'가 키운 새끼들을 한곳에 놓아 두었는데 이들은 여기서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여물이 주어지자 쏜살같이 달려드는 득달파와 '뒷짐' 지고 그저 응시만 하는 여유파로 나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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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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