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턴대 가트너교수는 피폭노동자와 자녀들의 백혈병 발생률에 대해 조사했다.
'원전노동자의 자녀는 보통 아이보다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많다.'
최근 영국 사우스햄턴대학의 가트너교수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영국핵연료공사(BNFL) 세라필드 재처리공장 주변 노동자들의 피폭상태와 자녀들의 백혈병 발병률간의 상관관계를 조사,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 세라필드는 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핵연료재처리공장.
가트니교수는 50~85년 사이에 발병한 97건의 25세 이하 백혈병(52건) 임파선종양(22건) 호지킨씨병(23건) 환자들을 분석, 부친이 BNFL에 종사한 경우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그들이 태어나기 전에 부친이 10렘(REM)이상 피폭됐을 때 백혈병 등의 발생가능성은 보통 아이들보다 6~8배까지 높았다. 또 세라필드남쪽 3km에 위치한 부락에서 발생한 5명의 백혈병환자(영국 평균의10배)를 조사한 결과 그중 4명의 부친이 6~13년간 BNFL에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는 놀라운 것이다. 이것이 만약 객관적인 사실로 판명된다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원전노동자들의 연간 피폭 허용치 5렘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 영국 정부는 이 연구결과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자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으며 노동조합은 허용기준치의 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트너교수의 조사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백혈병과 임파선종양 환자 74건중 불과 10건만이 BNEL 연관시설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관련이 있다. 모친의 임신중 피폭이나 생할환경속의 방사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진 밝혀진 바가 없다. 이 지역에는 성인들도 백혈병 발생률이 높은데 그에 대한 원인도 규명해야할 과제다.
실제 이 지역은 1957년 플로토늄 생산로에 사고가 발생, 그후 잦은 방사능오염에 시달려왔다. 사고후 5백kg의 플루토늄이 부근 아이리시해로 방출됐는데, 그중 3분의 2가 핵무기생산에 관련된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은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제3차세계대전의 첫희생자'로 부르기도 했다.
큰 관심 보이는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피해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일본도 이 연구결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폭피해자들의 자녀들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BNFL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피폭이 한번이 아니라 누적돼 있고 방사선량도 많이 차이가 나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은 또다른 이유로 이 연구결과에 관심이 많다. 세라필드에 새로이 건설중인 재처리공장에 쓰이는 핵연료의 40%는 일본에서 한번 사용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방사선 환경기준치는 연간 38큐리로 일본의 기준 보다 의외로 관대하다. 일본은 이 핵연료의 수출로 인해 '공해수출'이란 비난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 피폭이 본인 또는 가족들에게 미치는 의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전남 영광 원전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무뇌아를 출산한 사건이 발생, 원전노동자와 부근주민들의 방사선피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5월부터 서울대 의대팀이 이 지역주민 4천여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방사선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데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