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 중국 소련의 교포학자들도 대거 참여해 과학 기술 교류의 초석을 다졌다.
한민족(韓民族)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가 6월25일부터 7월7일까지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다. 참석자는 전세계에 거주하는 4백20명의 한인과학자와 국내 과학기술자 3천여명. 특히 이번 대회에는 처음으로 중국과 소련에서 거주하는 30명의 한인과 학자가 정식으로 참가해 분야별로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이 학술대회는 △최신 학술이론과 기술정보를 교환하고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우리민족의 과학수준과 기술저력을 국내외에 알리며 △해외 과학기술자들의 국내활동 계기를 만들어준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소련과 중국의 한인과학자가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한민족 과학기술자들의 축제가 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북한의 과학기술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북방외교를 추구한 이래 과학기술자들이 앞장서 교류를 구체화시킨 것이다.
중국의 참석자 중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과학원의 김록송박사(생물학), 북경대학의 안태조교수(지질학), 연변대학의 강귀길교수(화학), 요령대학의 천문갑교수(물리학) 등 16명이 참가해 '중국에서의 원자물리학 연구'등 중국과학기술의 수준을 가능할 수 있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재소 고려인협회와 연락이 돼 참가한 소련 한인학자들은 우즈베키스탄 과학원 안(安)테렌티예비치박사(수학), 모스크바 동위원소연구소 김(金)페드로비치 박사(전자공학), 무기소재연구소 남(南)세메노브나 박사(무기화학) 등 14명이 참가했다. 소련 교포학자들이 참가하는 정도에 그칠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남박사 등 몇명은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소련 한인학자들의 전공분포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고분자학 정밀화학 등 기초과학과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 고루 분포돼 있어 소련의 학문에 대해 정보가 어두웠던 국내 과학계에 '가뭄에 단비'격이 되었으나 전통적으로 소련이 강세인 항공우주분야에서는 한명의 참가자도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3년만에 개최된 이번 한민족 과학기술자 학술대회는 중국과 소련 이외에도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능한 교포학자들이 대거 참여,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물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첨단과학 기술정보를 서슴없이 제공했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 레이몬드대학 최설영교수(수학), 중국 연길의과대학 반봉선 박사, 캐나다 콜럼비아대학 김현옥 교수(식품공학) 등 여성과학자가 10여명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74년 처음 시작된 한민족 종합학술대회는 81년까지 매년 개최되다 81년 이후에는 3년에 한번씩 열렸다. 그동안 이 대회를 계기로 모국에 유치한 해외과학자수는 1천여명에 이른다. 이들 유치과학자들은 현재 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에서 과학기술입국을 위해 교육과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과학한국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 참가한 소련과 중국의 한인과학자들의 역할은 매우 크다. 북방외교는 과학기술분야가 핵심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국경이 없는 과학이라고 하지만 모국을 찾은 한인과학자들은 정보제공에 인색치 않고 적극적으로 자문에 응하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 산업시찰을 통해 발전된 모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술적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주고, 한번의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게끔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과학자들을 모아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기왕에 좋은 자리를 마련한 만큼 그에 걸맞는 결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