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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에서 극소형로봇을 추구함은 구석기시대에 집적회로를 떠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소형로봇의 연구는 로봇과 컴퓨터에 관한 기술축적에 여러 도움을 줄 것이다.

국내에서도 상영됐던 '마이크로 특공대'라는 영화에서는 한 심장병 환자를 다루었다. 의사가 혈류에 수중동물 같은 로봇들을 주입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로봇들은 적혈구 세포보다 작아 수백만개가 피하(皮下)주사 바늘을 통해 쉽게 혈관에 들어간다.

그들은 혈류내에 용해돼 있는 산소와 당분으로 힘을 얻는다. 또 마주치는 모든 물체들을 인지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예컨대 혈구세포나 정상 조직세포와 만났을 때는 그대로 지나친다. 그러나 동맥내의 콜레스테롤 침전물 또는 바이러스와 만나면 그것들을 삼켜 버린다. 그리고 신장에서 여과될 수 있는 무해물질로 환원시킨다. 이들 로봇특공대의 활약으로 환자의 동맥은 몇 주만에 침전물과 바이러스가 전혀 없는 깨끗한 상태로 변한다.

혈류 안으로 들어가

현재 연구자들은 과거의 주머니 크기만한 로봇보다 훨씬 작은 로봇을 추구하고 있다. 훨씬 작은 로봇을 추구하고 있다. 미생물만한 크기 또는 그보다 조금 더 큰 기어다니는 로봇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작은 기기의 기억소자들을 만드는 기술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우주선의 소형하드웨어나 미소한 외과용 장치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소량의 약 투여용 도구 등에 쓰일 전망이다.

약간 공상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이들은 빈대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을 비행기 또는 로켓 엔진 내부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 들어가 미세한 부분의 수리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또 몇몇 공상가들은 분자크기의 기구들을 사용하고 원자크기의 부속을 가진 1인치 보다 약 10만배나 더 작은 마이크로 로봇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하고자 하는 엔지니어들은 먼저 이 기상천외한 로봇의 부품을 만드는 방법부터 개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벨연구소 MIT 캘리포니아대학 스탠퍼드대학 그리고 일본내 몇몇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로봇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거미줄 보다 더 가느다란 축과 먼지보다 더 가벼운 전동기(motor)를 만들 작정이다. 특히 적외선 기술과 새로운 렌즈들의 출현은 시각장치를 축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소형 부품들을 모아 일하고 걷는 컴퓨터를 만들려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일은 무척 까다롭고 수고스럽지만 처분하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억장치와 내부장치가 개발된 이후 발전의 속도가 가속되고 있는데 21세기가 시작될 쯤엔 아마도 마이크로 로봇들 덕택에 세계는 활기에 넘치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 로봇에 내장될 정밀한 미세회로를 만들려면 우선 컴퓨터를 사용해 집적회로와 기판들의 청사진을 떠놓는다. 이때 컴퓨터는 설계도들을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1백배나 더 미세한 모형도로 전환시켜 준다. 그 모형도를 규소표면 위에 펼쳐 놓고 빛을 한번 비춰주면 모형도에는 화학물질(여기서는 식각용제를 말한다)에 대한 저항이 높은 부위와 낮은 부위가 생긴다. 이어 식각용제가 이 모형도 위를 흐르게 되면 낮은 저항지역은 부식해 없어지고 미세한 회로 모형도만 남는다. 이런 진행방법은 흑백사진을 얻는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직경이 0.005인치에 불과한 로봇

최근 미국 뉴저지주 홀름델에 위치한 AT& T 벨연구소의 연구진은 놀라운 기계장치 하나를 개발해 냈다. 공학자들인 메레가니(M. Mehregany)와 가브리엘(K. Gabriel) 그리고 물리학자인 트리머(W. Trimmer)가 협력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의 발명품은 한마디로 말해 공기원동기(air turbine)다. 하지만 보통의 공기원동기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잘 조각된 톱니바퀴에 바람이 불면 그 힘으로 작동하는 초미니 원동기인데, 놀랍게도 공기이동과 온도 조절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벨 '3총사'는 이 장치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자칫 잘못 다루면 기기에 심한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직경이 0.005인치에 불과한 이 소형 원동기는 문장 마지막의 마침표보다 더 작은 크기를 갖고 있다. 무게도 0.013온스 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2분의 1파운드의 힘을 낸다.

벨연구소의 '3총사'는 이 원동기를 만들기 위해 이산화규소의 얇은 층을 맨 아래에 깔아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규소 중합체를 층층이 올려 쌓았다.

실제로 소형기기의 제작은 규소로 만들어진 모든 감각장치들과 전기회로들 그리고 제어장치들이 잘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규소는 소형기기의 핵심재료가 된다. 이 물질을 적절히 사용하면 감각장치와 기기부품 모두를 동일한 집적회로와 소형판 위에 조립할 수 있다.

하지만 벨 연구소의 자그마한 원동기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높은 속도로 회전,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볼 수 없을 때 문제는 현실로 다가온다. 그때의 강한 압력은 장치를 파괴하기 십상이다.

진정한 마이크로 로봇을 선보이려면 벨연구소팀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룬 성과들을 보다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전동기와 송신장치 그리고 접속장치가 훨씬 더 개량돼야 한다. 동시에 연구진들은 마찰과 유체의 흐름이 어떻게 그같이 미세한 크기에서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적혈구 크기만한 톱니
 

벨연구소「3총사」의 마이크로로봇^이산화규소 위에 구조역할을 하는 실리콘 중합체를 층층이 쌓는다.
 

규소로 만든 소형기기의 제작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아마도 전자식 전동기를 축소하는 일일 것이다.

알다시피 기존의 대형 전동기는 자석 주의를 감싸고 있는 전선코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소형화된 세계에서는 전선코일로는 어림 없다.

그래서 새롭고 놀라운 교류기기가 개발중에 있다. 정전기적 규소전동기다. 이 규소전동기의 심장부에는 극판이라고 불리는 많은 톱니들을 가진 규소판이 돌고 있다. 회전하는 규소판의 톱니들은 일정한 모양을 이루고 있고, 켰다 껐다 할 수 있도록 자체동력을 갖고 있다.

이 전동기들은 적어도 초당 수천배의 회전을 해야 충분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더 빨리 회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동력을 얻게 된다.

버클리대학의 전기공학자인 물러(R. Muller)는 적혈구 세포 크기만한 톱니를 갖고 있는, 1인치 보다 수천배나 작은 정전기적 전동기를 설계했다. 또 실제로 만들었다. 이 소형 전동기는 극히 작은 동력으로도 가동된다. 비유컨대 책상용 연필깎기를 작동하는데 소요되는 동력의 10억 분의 1 정도를 필요로 할 뿐이다.

소형전동기의 고속회전을 부품들의 느린 동작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소형 변속장치를 개발하는 작업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비록 이 분야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지만.

MIT의 여러 연구자들은 소형로봇이 지상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 브룩스(R. Brooks) 교수 밑에서 연구하는 두 학생들은 각종 기기들에게 시각기능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은 최근 네 개의 적외선 감각기들을 하나의 집적회로를 가진 소형 컴퓨터에 넣는데 성공했다. 자동차에 부착된 이 감지장치들은 적외선파를 방출, 차창밖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그때 그때의 정보는 집적회로로 차례로 보내져 자동차를 물체로부터 멀어지게 하거나, 그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브룩스는 이 소형기기가 교통사고를 예방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팀이 고안한 적외선 시각장치가 로봇의 시각장치로 막바로 응용되기는 어려움을 시인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장치는 보는 시각장치라기 보다는 오히려 전파탐지기에 더 가깝다.

현재 브룩스는 로봇에 보다 적합한 눈을 부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와 그의 연구팀은 '시모어'(Seyaour)란 별명이 붙여진 작은 로봇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로봇은 시각 컴퓨터에 장착된 여섯 개의 원통 모양의 렌즈를 갖고 있다.

'시모어'의 원통형 렌즈들은 바깥 세상의 사진을 수집, 그것을 수평으로 된 띠에 압축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그 띠내에는 삼라만상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수직선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기기내에 장치된 컴퓨터가 이 선들을 해독,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꼬마 '시모어'가 다른 사물들과 충돌하지 않게 해준다.

마이크로 로봇 연구자들은 그들의 연구결실은 적어도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야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소 성급한 몇몇 연구자들은 좀더 직접적인 사용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국제 로봇 과학기구는 최근 1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일련의 연구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다음 몇 천년후의 기술이 아닌, 오늘 날 곧 바로 쓸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을 정착시키는 새로운 방안에 관해 토의했다.
 

톱니바퀴 모양으로 인쇄된 모형.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의학분야가 마이크로로봇의 응용에 있어 '주역'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그들의 추측대로 된다면 소형 투약기기는 약을 인체내의 특정 부위에 적절한 양으로 투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형화 기술은 외과의사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작은 규소 겸자(鉗子, 기관 등을 고정시키거나 압박하는데 사용되는 수술용구)와 고무관을 사용하면 현재의 기술이 한계를 드러냈던 부위, 곧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들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또 광섬유관 보다 몇 배 더 섬세한 관이 피부조직 안으로 들어가 피부내부의 초음파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소형분류기기들은 각종 세포 수를 조사하고 분류하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백혈구 세포와 정액세포의 수를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된다.

소형화 기술은 제조분야에서도 활용될 전망이다. 예컨대 청소기와 같이 먼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기들을 소형화하면서 먼지를 모으는 표면 부분을 축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여과기들은 약품과 생리적 제품을 생산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소형화 작업을 시시하게 여기는 학자들도 있다. 그들은 묻는다. 왜 세포크기 만한 기기를 생각지 않는가? 실제로 그들은 소형로봇(${10}^{-6}$)을 연구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극소형 로봇(${10}^{-9}$)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드렉슬러(E. Drexler)교수는 극소형화 기술을 주도하는 연구자이면서 예언자다. 그의 저서인 '창조하는 발동기들'에서 그는 소형화된 로봇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전자의 움직임을 분자 수준에서 지켜본 것이다.

극소형 컴퓨터는 계수형(計數型)의 스위치가 부착된 원자폭 정도의 탄소로 만들어진 축들과 그밖의 원소들로 구성될 것이다. 분자크기보다 약간 큰 전자식 전동기는 이 축들을 밀었다 끌었다 한다. 전자를 읽는 방법도 색다르다. 종래의 컴퓨터는 회로상의 일련의 점들을 통해 정보를 읽는데 반해, 극소형 컴퓨터는 밀려 있거나 당겨져 있는 축들의 모양을 보고 정보를 얻는다.

그밖에 다른 장치들은 세포구조를 기초로 하여 만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늘어났다. 수축하는 근육섬유와 편모로 움직이는 박테리아 그리고 백혈구 세포처럼 슬며시 퍼지는 아메바들의 행동양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동작 원리를 모방하기 위해서다.
 

역시 이산화규소를 사용해 만든다.
 

순간포착이 중요해

드렉슬러는 과학이 이러한 꿈을 실현하려면 원자크기 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구들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고민은 스위스의 쮜리히에 자리하고 있는 IBM 연구소가 일단 풀어주었다. 그곳에서 순간 포착이 놀라운 주사 터널링 전자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개발한 것이다. 이 현미경의 끝부분은 몇몇 원자들의 폭보다 오히려 작고 예리한 바늘을 가졌다. 바로 이 바늘의 활약으로 원소들의 표면을 낱낱이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늘 끝에서 원자 표면까지의 전자의 흐름은 현미경과 원자 사이를 연결해 준다. 바늘이 원자 표면에 닿으면 원자들과 충돌을 일으켜 바늘이 미소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이러한 오르내림의 정보는 곧 컴퓨터로 전해지고 컴퓨터는 얻어진 자료를 활용, 사진을 만든다.

벨 연구소의 연구진은 바늘 끝의 단일원자를 결정 표면에 전달시키기 위해 이 순간 포작 현미경을 사용해 왔다. 그들은 바늘에서 원자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전압을 증가시켰다. 그때 결정표면에서 이전에 없었던 자그마한 얼룩점들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바늘 끝의 원자가 결정표면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또 다른 원자 차원의 조작이 시라큐스대학의 화학자 버지(R. Birge)에 의해 시도됐다. 그는 적당한 파장에 노출되면 형태를 변화시키는 분자를 고안해 냈다.

아무튼 현시점에서 극소형 로봇을 생각하는 것은 마치 화살촉을 사용한 구석기시대에 소형 집적회로를 떠올리는 것과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보다는 조금 큰 소형로봇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실현가능한 기술을 많이 축적하게 될 것이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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