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과 칼슘, 결장암과 콜레스테롤, 섬유소와 무기질과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83년부터 중국에서 실시됐던 금세기 최대의 역학(疫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의 영양생화학자 콜린 캠벨교수의 주도로 진행된 이 조사에는 총 2백3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연인원 6백명이 참가했다. 모두 6천5백명(65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1백명씩)의 중국인에게 좋아하는 음식과 식습관 등을 묻는 3백67가지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얻은 자료들을 서양인의 평균치와 비교해 보았다. 동서양의 식이법과 그에 따른 여러 생리현상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궁극적으로는 섭취하는 음식과 질병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연구의 주 목적이었다.
예상대로 새로운 사실들이 여럿 드러났다. 그중 한가지는 비만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조사결과는 얼마나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비만여부가 결정됨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중국인이 미국인보다 칼로리를 20%나 더 섭취하고 있는데도 뚱보의 비율은 미국인이 25% 많았다. 캠벨은 "중국인은 미국인이 섭취하는 지방의 3분의 1 정도 먹고 대신 녹말을 두배 섭취하고 있기 때문일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심장병이나 암에 걸리고 싶지 않은 미국인은 식이성 지방이 총칼로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30% 이하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백질,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각종 만성질환과 연루돼 있음도 알려졌다. 연구팀은 미국인이 중국인보다 3분 4 정도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데, 그중 70%가 동물성 단백질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인의 동물성단백질/총단백질 비율은 고작 7%다. 이렇게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게되면 소위 부유병(富裕病)인 심장병 당뇨병 암 등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유년기에 단백질 지방 칼슘 등을 많이 섭취한 미국의 청소년이 성장도 빠르고 초경도 일찍 맞게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그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중국의 여성은 미국여성보다 초경연령이 3~6년 늦었다.
미국인이 많이 섭취하는 동물성 칼슘이 골다공증(骨多孔症, osteoporosis)의 예방에 별 효과가 없음도 밝혀졌다. 골다공증 예방인자로서의 칼슘의 위치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미국인의 절반 정도의 칼슘을, 그것도 주로 식물성칼슘만을 섭취하는 중국인에게 골다공증이 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에서는 최다 칼슘섭취 지역에 골다공증 환자가 더 많았다.
또 서구인(2백12mg/100ml)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수준이 훨씬 낮은 중국인(1백27mg/100ml)의 결장암 발생률이 '오히려' 떨어졌다. 혈중콜레스테롤치가 최저수준인 지역에서 결장암 환자가 가장 적었던 것이다. 이것은 혈중콜레스테롤치가 낮아지면 결장암이 생길 수 있다는 종래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다.
채식위주인 중국가정의 식단에는 식이성 섬유소가 미국의 세배이상 함유돼 있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3g의 섬유소를 섭취하고 있었으나, 영양학적으로 어떤 문제도 야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섬유소가 철분과 같은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지금까지의 믿음도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식물의 질이나 다양성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냉장고의 보급이 제한돼 곰팡이나 박테리아 감염이 많았으며, 음식을 장기보존할 목적으로 다량의 소금과 질산염을 뿌리는 등 위생관리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
연구팀은 조사범위를 대만까지 확대했다. 경제적인 변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대만은 영양소의 섭취나 혈중콜레스테롤치에서 미국과 중국의 중간 정도를 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