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애매함을 수용하는 교육환경이 필요

참다운 과학영재교육을 위한 제의

올바른 과학영재교육을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개방적 분위기가 필요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1989년 11월 20일자 타임지에는 일본의 명문 동경대학이 그 정상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7명 가운데서 단 한 사람(Leo Esaki)만이 동경대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타임지 교육부문 담당 칼럼니스트인 다와라 모요코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동경대학은 국가가 통제하는 일본의 왜곡된 교육체제의 상징이다. 이같은 교육체제는 그동안 두뇌가 우수한 순응주의자들을 배출하도록 계획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일본)는 창의성이 뛰어난 두뇌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다와라의 주장은 비단 일본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적 현실에서도 시의적절하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창의적인 사고력이 중요한 이유는 창의력 개발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의 질을 개선함은 물론 인류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 각종 문제중 보다 높은 차원인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데에 있다. 훌륭한 시를 짓거나 명곡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의 혁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인류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정신적 능력이다.

창의성 개발의 중요성은 창의적인 일부 소수 학생들의 개인적 성장과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창의적 잠재능력과 그 능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국가적 신념은, 곧 그 나라가 세계 속에서 성취한 지도적 위치와 깊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미국과 소련이 바로 그 좋은 예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과학인재를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해야 함은 한국의 사활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아비넌(Abinun)에 따르면 창의성이란 '어떤 주어진 체제(system) 내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초래할 산물을 만드는 능력'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창의적이라고 지칭되기 위하여 한 인간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어떤 산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산물은 체제내에서 무엇인가 어떤 변화를 가져와야 하고, 그 변화는 그 분야에서 가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의 개방성과 정서적 안정감

과학자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면 우리가 결론적으로 노리는 창의적인 과학자를 위한 보다 개선된 교육제도와 정책은 어떠한 모습이 돼야 하느냐에 대해 좋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지금까지 밝혀진 창의적인 과학자의 주요한 특성을 요약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출하고, 아이디어를 조직화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2. 지적호기심과 지각력이 뛰어나다.

3. 다양한 인지적 경험을 통하여 기초 지식을 풍부하게 한다.

4.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에 대하여 자율적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자기 지시적이다.

5. 사고의 개방성을 갖고 있다.

6. 일반적으로 지적능력이 뛰어나다.

7. 논리적이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꼬치꼬치 캐묻는 성향이 있다.

8. 새로운 돌파구, 새로운 해결방안을 끈기 있게 추구한다.

9.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10. 정서적 안정감을 갖고 있다. 이는 특히 과학적인 문제를 창의적이고 객관적 방법으로 해결함에 있어서 중요한 특질이다.

과연 미래의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요컨대, 창의적인 과학자 육성를 위한 과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탐구능력을 길러주어서 과학적 사고체계를 몸에 배게 해주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체계란 기술하고,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과학의 본질적 활동이 초·중·고에서 이루어지려면 실험학습과 개인 연구과제의 많은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한 교육을 받은 자라야만 국제적으로 수입규제의 장벽이 날로 높아져 가고만 있는 이때에 새로운 기술을 창의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과학두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교육의 현실은 과정적(process) 측면으로서의 활동, 즉 기술설명 예측에 대한 활동이 소홀히 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초·중등 학교의 과학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크게 대학입시제도와 평준화 교육정책과 관련돼 있다고 보여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업계가 외국의 제품을 모방하고 흉내는 잘 낼지 몰라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창조적인 개발에는 취약성을 면치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대학입시방식이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되어 있어서 △ 개인의 창의성과 소질의 개발이 저해되고 있고 △ 이미 알려진 지식의 내용을 누가 얼마나 잘 암기하고 있느냐에 치우친 나머지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체계적 탐구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학문적 업적이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한국교육은 기본방향의 정립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평준화 교육정책으로 교육의 기본 방향과 목적이 매우 어정쩡해 고등정신 및 기능함양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함으로써 교육의 수월성(秀越性)도 추구하지 못하고, 동시에 대학진학을 하지 않을 학생들의 기능이나 자질도 키워주지 못하는 혼돈상태에서 과학은 물론 모든 교과에서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정서적 발달도 저해되고 있다.
 

과학영재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과기대는 올해 과학기술원과 통합돼 본격적인 체제를 갖추었다.


교사와 부모의 역할

창의적인 과학기술자 육성을 위한 교육제도와 정책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준거(criteria)는 종합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일선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도 국가전체적인 교육제도와 정책이 획일화돼 있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훌륭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싶어도 교사의 전문성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는 역시 소용없는 일이다. 또한 학생의 창의성이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격려를 받지 못하면 창의성의 개발은 사장돼버리고 말 것이다.

특히 교사와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창의성의 실현은 본인자신, 부모, 교사라는 세 주체가 어우러진 공동작품이라 말할 수가 있다. 즉 창의성의 구현 여부는 창의성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개인이 가정이라는 1차적 만남을 통해 그 재능이 발견되고,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행위가 이루어지는 제도적 교육기관에 의해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은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이루어져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전제할 때 교육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특히 강조돼야 할 것이다.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확산적 사고로서의 창의력은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창의력을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예측하며 '논리적 대안'(logical alternative)을 산출하는 능력이라고 할때, 여기에는 문제나 사태에 포함된 요소들간의 관련성을 따지고 살펴보는 논리성이 살아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볼 때 창의적 사고는 문제나 사태 전반에 관해서는 물론, 그 내부에 포함되는 제반 요소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토대로 하지 않으면 이룩될 수 없다.

■개방적 분위기 조성

학급의 분위기는 학생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되고, 새로운 생각에 대한 비웃음이 금지되며, 질문은 모든 학생에게 격려되고 개방돼야 하며,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방해되지 않도록 조성돼야 한다.

특히 애매함(ambiguity)을 수용하는 자세는 창의성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합리성과 논리적 사고는 서구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갖지만, 이들만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데는 부적절하다. 따라서 애매함은 수용하는 태도는 이런 막다른 골목으로부터 빠져 나오는 중요한 길이 된다. 일본인은 애매함에 익숙하며 서구인들에 비하여 이를 더 잘 수용한다.

■융통성을 길러주는 교육

융통성은 창의적인 행동의 또다른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때때로 자신이 가진 이전의 체제를 깨뜨리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융통성은 또한 어떤 특정한 환경에 적극적으로 순응함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융통성은 창의성의 가장 중요한 측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은 융통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원칙에 의해 강요된 느낌(요구 사항) 없이 실제적인 조건에 따라 자유로운 활동을 추구한다. 일본인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직관적 사고의 발달

직관적인 사고는 창의성에 필수적 요소이다. 과학분야에서 창의적인 산물을 만들어내는 사례들은 본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경험이 많은 분야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창의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역시 해당분야의 기초적 지식과 과학자로서의 필요한 경험들을 철저하게 쌓아올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창의적인 것이란 기초를 튼튼히 하고 모방의 1차 단계를 거쳐 등가변환(等價變換)의 원리에 의해 이미 발견된 원리를 응용해 새롭게 변화시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적절한 보상

참신하고 창의적인 작품이나 산출에 대해서 체계적인 보상을 해주면 그 학생의 창의력은 더욱 더 증가할 것이다.

■입시제도의 경직성 탈피

이미 밝혀진 지식의 내용(content)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process)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입시제도하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 과학은 실험과 실습, 개인연구과제의 경험 등이 주가 돼야지 객관식 문제 풀이식의 주입식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현재 대입학력고사에서 과학의 배점을 배가시켜야 한다(현재 국어 70, 수학 55(자연계는 75점), 영어 60인데 비해 과학은 20점(자연계는 40점)임. 그 다음 평가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주입식, 암기위주의 문제보다는 적용력 분석력 종합력 등의 고등정신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 과학교육은 대학입시제도와 평가방법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사고의 대전환이 없이는 개선되기 어렵다.

■과학고의 설립 취지

현재 전국의 7개 과학고등학교는 중학교 3년간의 평균 성적이 전교석차 상위 3% 이내인 우수한 학생들이므로 이들 역시 대학입시 훈련에서 벗어나 과학의 본질적 활동에만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필요

문교부 산하 각급학교(초·중·고)에서의 과학영재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면 현재 각 시도 교육위원회별로 1년에 1개 학교(국민학교 또는 중학교) 정도로 과학교육 시범학교(영재교육 학습지도 평가의 3개 분야)를 지정하여 과학영재를 특별지도하고 있으나 너무나 적은 숫자이며 예산 부족으로 전문가의 지도나 참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대전 과학고와 서울 과학교육연구원에서 고등학교 1, 2학년의 수학·과학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주당 1~2회 특별지도를 하고 있으나 과학영재교육 차원에서라기 보다 보충지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제도하에서 실시 가능한 방안으로는 과학적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한데 모아서 교육하는 프로그램, 인근 지역사회의 연구소 또는 대학의 전문가들이 지도하는 멘터십(mentorship), 주말특별활동같은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사회 문화적 풍토 조성

창의적인 과학기술자가 배출되고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과학기술 수준이 되려면 첫째 개개인 자신이 창의적인 사고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둘째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가 모두 안정이 되고, 셋째 사회 학교 가정은 창의성을 존중하는 풍토를 형성하고, 넷째 국민 모두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증가시키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외국처럼 우리도 우리의 문화, 사회 그리고 학교의 교육과정 속에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장·단기 전략(strategy for public awareness of science and technology)이 수립되어야 한다. 어릴적부터 과학을 생활화하도록 지도하고 교육할 수 있고, 청소년들이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의 연수 절실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 그러므로 교육의 질은 교사의 능력을 능가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 과학교사의 창의성 교육 및 과학영재교육 전반에 대한 연수가 체계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과학영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7개 과학고등학교의 과학교사만이라도 창의적 과학교육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해외의 과학영재 교육기관(예, IMSA,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Purdue creative thinking program)의 견학시찰 프로그램이 연차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는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 또는 그 산하의 재단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과학교사의 연수는 물론,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각종 지원이 NSF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지원 조달 방법의 대안으로서는 국내 유명 기업체가 국가의 꿈나무를 키운다는 산학협동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매우 바람직하다.

■과학기술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

독일을 비롯한 여러 과학기술 선진국의 경우에 과학기술 행정의 책임자가 일단 임명되면 장기적이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수립해 나간다. 우리나라처럼 최근 불과 5~6년 사이에 책임자가 6~7회 경질되는 상태에서는 일관성있는 과학기술정책을 펴나가기 매우 어렵다. 적어도 과학기술 행정만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고, 아울러 과기처도 참모(staff)적 성격의 처(處)가 아닌 라인(line)의 성격을 갖는 부(部)로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자문위원회 설치

교육은 본래 문교부의 소관이나 현재 과학영재교육은 상당 부분이 과기처 지원과 관할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과학영재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이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해 국가 과학기술의 향도적 역할을 감당해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처내에 과학영재교육 정책자문위원회가 구성되고, 현 국가과학자문위원회에도 과학영재교육 전문가가 보완되고 거기에서 과학영재교육문제가 다루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웅변해주듯이 과학영재교육과 관련한 학술 세미나나 학자에 의한 연구결과가 과학기술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물론 선별적으로) 가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군현 교수

🎓️ 진로 추천

  • 교육학
  • 물리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